【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앞에서 계속)

“마애불 다 왔나봐, 목탁소리 들리는 것 보니 쉬다 가도 되겠다.”

10시 5분 거대한 마애불이다. 선운사 도솔암에 있는 마애불과 많이 닮았다. 높이 10미터 정도 될까? 산중의 목탁소리는 맑지 못하고 산만하다. 운율도 없이 부처가 시끄럽겠다.

바위에 앉아 숨을 돌린다. 생강나무, 작살나무를 뒤로하고 10시 35분 가파른 돌계단. 굴참나무 군락지인데 바위굴에서부터 철 계단이 시작된다. 땀이 뚝뚝 떨어진다.

10미터 마애불 위로 아득한 계단

이렇게 계단이 많아 오르기 힘든 산 올 때 과음·과로는 금물이다.

얼마 전 2~3일 술 마시고 질주하듯 산을 다녀와 이튿날 발등이 퉁퉁 부었다. 병원에서 통풍의심이라고 해 기분이 영 안 좋았지만 혈액검사 판명이 나고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덕주사와 영봉 표지석. [사진=김재준 시인]
월악산 덕주사. [사진=김재준 시인]
월악산 영봉 표지석. [사진=김재준 시인]
월악산 영봉 표지석. [사진=김재준 시인]

무리한 산행도 자제해야 되지만 산에 가기 전날은 술을 많이 마시지 말아야 한다.

아플 통(痛), 바람 풍(風),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으로 잘 먹고 뚱뚱해서 걸린다고 왕의 병이라 불렀다.

배출되지 못한 요산이 핏속을 돌아다니다 관절이나 혈관, 신장 등에 쌓이게 되고 백혈구가 바이러스로 착각해 공격하면서 염증이 생긴다.

대부분 엄지발가락에서 시작, 발등이나 발목이 빨갛게 붓고 아프다. 오래 두면 중풍, 심장병, 신부전 같은 합병증도 나타날 수 있다.

과음에 과로가 겹치면 일시적으로 요산이 높아질 수 있어 산에 자주 가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가파른 철 계단이 끝나자 11시쯤 영봉이 눈앞에 보인다. 거의 중간지점(덕주사2.5·영봉2.4킬로미터) 바위산에 낙락장송 아슬아슬하다. 발밑에 산앵도 하얀 꽃을 두고 그냥 갈 수 없어 몇 번 셔터를 누른다.

“참 앙증맞게 폈네.”

“앙증이란 말이 좋네요.”

“작다는 뜻인 아지, 아즈에서 앙증으로 굳어졌는데 독아지, 송아지, 망아지, 강아지도 같은 아지입니다.”

월악산 철계단. [사진=김재준 시인]
월악산 철계단. [사진=김재준 시인]
월악산 마애불. [사진=김재준 시인]
월악산 마애불. [사진=김재준 시인]

물푸레·철쭉·신갈나무는 비 맞은 듯 진딧물에 공격당했다. 길옆으로 미역줄거리나무 지나면서 평평한 능선 길.

광대싸리·국수·신갈·물푸레·당단풍의 순록색 산길이 좋다. 노린재나무 꽃은 솜털처럼 하얗다. 솜사탕처럼 입에 넣으면 달콤하겠지.

나뭇가지를 태우면 노란 재가 나온다고 노린재나무(黃灰木)다. 치자 등 식물성 물감을 천연섬유에 물들일 때 매염제(媒染劑)로 쓰였고 잎을 끓인 즙으로 찹쌀을 물들여 떡을 만들기도 했다. 열매가 푸른 것은 노린재, 검은색은 검노린재 나무다.

길게 난 산길, 신갈나무 아래 노린재나무는 일시에 흰 꽃을 피우고 굵기가 무려 10센티미터 되는 것도 쌔고쌨다. 11시 20분 헬기장에 잠시 쉬어가자고 한다. 영봉이 코앞, 노린재나무 안내표시가 병꽃나무로 잘못 걸렸다.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지.”

“그래서 남자는 양(陽)이고 여자는 음(陰), 해는 양, 달이 음이니까 달은 여자, 해는 남자를 의미하잖아요. 달월(月)자인 월악산은 음기가 센 산이다 이거죠. 이 산에 오면 내가 맥을 못 추는 것도 양기를 뺏겨서 그러는 것 같아.”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그래.”

모악산·월악산은 음기가 센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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