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미전실서 10개단체 '불온' 규정 무단 열람해 문건 작성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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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삼성이 지난 2013년 당시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주도로 10개의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지정하고 임직원들의 후원내역을 무단 열람한 것에 대해 28일 공개사과 했다.

삼성은 이들 단체를 후원한 계열사 임직원 300여명의 명단을 작성해 '불온단체 기부금 공제 내역 결과' 등의 문건을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등 17개 삼성 계열사들은 이날 공식 사과문을 통해 "2013년 5월 구(舊) 삼성 미래전략실이 특정 시민단체들에 대한 임직원 기부 내역을 열람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임직원들이 후원한 10개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후원 내역을 동의 없이 열람한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명백한 잘못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영진부터 책임지고 앞장서서 대책을 수립, 이를 철저하고 성실하게 이행해 내부 체질과 문화를 확실히 바꾸도록 하겠다"며 "임직원들에게도 회사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동안 우리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해 오해와 불신이 쌓였던 것도 이번 일을 빚게 한 큰 원인이 되었다는 점 또한 뼈저리게 느끼며 깊이 반성한다"며 "앞으로는 시민단체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를 확대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엿다.

삼성의 이번 사과는 외부 준법경영 감시기구로 설립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준법감시위가 지난 13일 열린 2차 회의에서 이번 안건을 상정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사건은 삼성준법감시위 출범 전 벌어진데다 이미 책임자에 대한 사법절차도 진행돼 위원회의 판단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은 위원회가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임직원들의 지지 속에 국민들에게 존중받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이를 수용하고 적극적인 실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대해 삼성이 과거의 사건으로 치부해 버리고 그냥 넘어간다면 앞으로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준법감시위의 활동과 이로 인한 삼성의 변화가 어디가지 계속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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