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는 ‘정년 60세 보장’에 대해 합의했다. 그 자체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제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임금삭감 등 우려되는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게다가 최저임금 제도가 있어도 그 적용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670만명을 넘는 것처럼 정년연장이 제도로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과 더불어 정리해고와 조기퇴직 강요 등 현실의 고용불안 구조를 동시에 제거해가지 않는다면, 정년연장은 자칫 허울뿐인 제도로서 정권의 홍보도구로만 악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러한 위험이 해소된다면 정년연장은 현재의 사회상황을 고려할 때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도입돼야 할 제도다.

그 이유는 이렇다. 먼저 인구와 노동력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었고, 노동력 부족사태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 3704만 명(인구의 72.9%)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선다. 4~5년 이후부터는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고령자가 급속도로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년연장이 유효한 방법이다. 또한 노후빈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를 대처할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상대빈곤율은 임금노동자와 자영업 가구 모두 30%에 달한다고 한다. 고령자 약 3명 중 1명은 일을 해도 빈곤하다는 의미다. 노후소득보장체계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까지 5~10년 정도 ‘소득 공백’ 기간도 존재한다. 이러한 노후빈곤의 함정을 회피하기 위해 전년연장은 더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아울러 무엇보다 현재의 짧은 고용주기(27~53세 풀타임 노동생애)로는 고령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풀타임 노동생애가 25~65세로 약 40년에 달하는 대다수 선진국 노동자들과 비교하면, 14년이나 짧다. 게다가 실제로는 이 보다 더 짧다. 규정상 국내 기업들의 평균 정년은 58.4세이지만, 실제 퇴직나이는 53세 이하로 이에 한 참을 못 미친다. 1997년 IMF 경제․외환위기 이후 명예퇴직, 권고사직 등을 일상화된 강제퇴직 관행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년연장을 임금피크제와 연계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고령노동자의 불안정 저임금 노동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전체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위험한 발상이다. 50~60대의 노동자들은 주거비, 교육비, 경조비, 의료비 확장 등 생애주기 상 가장 많은 생활비용을 요구받는 시기다. 오히려 더 많은 임금을 보장하지는 못할망정, 고용을 무기로 임금삭감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정년연장은 ‘좋은 일자리의 연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정년연장은 퇴직 이후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노동자 개인이나 기업을 제외한 사회전반에 전가하는 친기업적인 고용구조를 극복하는 맥락으로 추진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년연장은 ‘좋은 일자리의 연장’, ‘친기업적 고용구조 극복’, ‘국민연금 수급연령과의 연계성 강화’, ‘정리해고 및 조기퇴직 관행에 대한 법제도적 제한’이라는 원칙과 방향에서 추진될 때, 사회경제적 의미가 온전하게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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