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5대 국정목표 가운데 한 가지로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을 천명하고, 그 전략 중 하나로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제시한 바 있다. 주요 추진계획으로 “관광복지를 실현하겠다”면서 ‘대체휴일제’ 도입 등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 1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대한상의 등 재계가 인건비 부담과 수십조 원의 경제적 손실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개진하자, 정부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조기 도입에 대한 반대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사실상 ‘검토’ 방안으로 노선이 바뀌면서 제도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차휴가 혹은 공휴일을 국가가 직접 나서 ‘통제’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우선 순위는 ‘인간적인 삶’과 ‘삶의 만족도’를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는 오래 전, 야생의 짐승을 사냥해 주식으로 삼던 원시 시대, 가깝게는 거대한 노동인구를 농촌에서 도시로 집중시켜 인간의 생활양식을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근대화시키는 시대였던 기계 시대, 그리고 근대화 시대, 자본주의 시대, 공산주의 시대, 어떤 측면에서 현미경처럼 접근하더라도 ‘노동시간의 축소’를 위해 조금씩 진보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혹자는 인류의 역사를 ‘혁명의 역사’라고도 말한다. 또 다른 이유는 ‘가족’이라는 구성원을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빨간 날’ 만큼은 가족과 친구, 친척들과 함께 휴가와 공휴일을 보내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라는 것이다. 이마저 국가가 통제하지 않는다면 ‘자본가’들은 ‘생산가’를 365일 노동착취하며 탄압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이 모든 것들은 ‘행복추구권’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 같은 행복을 모든 사람들이 누려야 한다는 ‘형평성’ 차원에서 접근하면 국가는 반드시 규제를 통해 국민에게 ‘쉬는 날’을 부여하고 허락해야 한다. 의무적으로 부여된 ‘쉬는 날’마저 뺏거나 강탈하는 것은 ‘독재주의’나 ‘전체주의’에 가깝다. 물론 ‘쉬는 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쉬면서’ 급여를 챙겨가는 가진 자들의 뛰어난 협상력도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협상력 차이는 자본가들과 다르다. 특히나 저임금, 비정규직,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연차’와 ‘공휴일’ 사용은 말 그대로 언감생심이다.

투표하는 날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감히 빨간 날을 쉰다? 대한민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나 토요일에 낀 휴일을 평일에 되돌려 달라고? 여러 통계를 분석해봐도, 아니 상식적으로 접근하더라도, 여가 시간이 많을수록 삶의 행복도는 상승하기 마련이다. 즉, 노동시간이 길어서 일상에 허우적거리는 우리 국민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여가 시간이 높은 나라들을 보면, 대부분 1인당 국민소득이나 생산성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하다. 통상적인 경제학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여가는 소득수준이 향상될수록 수요가 높아지는 정상재(소주, 맥주 등)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OECD 주요 선진국들은 대부분 연평균 20일 이상의 유급 연차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1993년 노동시간 규정을 통해 최저 4주(20시간)의 연차휴가를 부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프랑스는 최저 30일의 연차휴가를 보장하고 있는 까닭에 연간 근로시간이 1478시간으로 우리나라의 67%에 불과하다. 또한 OECD 선진국들은 연차휴가 기간 추가 보너스(13th month salary)를 지급하거나, 연차휴가를 보장하도록 금전적 보상을 금지하거나 최저 연차휴가 보장제도 등을 도입해 연차휴가 사용률이 80% 수준을 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차휴가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차휴가 사용률은 40%,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전액 보상하는 기업의 비중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직장생활의 낙이라면 휴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차휴가를 전부 사용했는지를 물었더니 91.7%가 아니라고 답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직장인이 이렇게 휴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42.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휴가 사용은 직장인이 당연히 챙겨야 하는 권리지만 윗사람의 암묵적인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업무가 너무 많아 여유가 없어서’(38.8%) 휴가를 쓸 수 없었다는 직장인도 만만치 않았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기업 운영이 얼마나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아울러 ‘미숙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대체휴일제를 도입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웃기는 일이다. 얼마나 여가시간이 부족하고, 노동조합이 취약해서 협상력이 떨어지면, ‘국가가 공적으로 개입하는’ 대체휴일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을까.

실제로 대체휴일제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는 연차휴가 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까운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기업 친화적인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쉴새없이 ‘창조경제’를 언급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국민 희망’일 수도 있고, ‘국민 행복’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미사어구를 다 붙여도 ‘국민을 위한’ 경제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경제를 확실하게 정착시키고 싶다면 대체휴일제라도 서둘러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 재계가 반발한다고 수첩 귀퉁이에다 적어놓았던 창조경제를 슬그머니 지우개로 지우는 일은 없길 바라본다.

최봉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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