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이기영 논설주간

일본의 아베 수상이 도를 넘고 있다. 과거사를 반성하기보다는 침략전쟁을 미화해 동북아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1970년 독일의 빌리브란트 수상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 지역을 방문해서 묘지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이런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통해서 독일은 지금 EU를 이끄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세계사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지난 21일 아소다로 부총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차관급 이상의 각료 총7명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2005년 4명이 참배한 이후 지금까지 최대 인원이었고, 국회의원은 1981년에 결성된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주도로 168명이 집단참배를 했다. 2005년 야스쿠니신사 추계대제에 101명 참배한 것이 지금까지 최대였다.

야스쿠니신사는 과거 일본의 침략전쟁이었던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성전으로 미화하고, 침략전쟁의 주범을 오히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신, ‘쇼와 순난자’로 추앙하는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전체 246만명 중에서 극동국제 군사재판, 소위 도쿄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분류된 14명이 포함돼 있다. 일본에 강제 동원되었다가 사망한 한국인 2만1000명, 대만인 2만8000명의 위패를 A급 전범들과 함께 강제로 무단 합사시킨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측은 246만명의 혼령이 하나의 불덩어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조선인과 대만인이 합쳐서 5만명쯤 되는데 그 분들을 분리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유족들이 계속 소송을 하고 있음에도 일본 법원은 야스쿠니신사 측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사실상 받아들여서 유족들의 요청을 기각하고 있는 상태이다.

1982년 우리 3.1운동을 데모와 폭동이었다고 기술했던 역사교과서 파문에 대해서 일본 관방장관이 발표한 ‘미야자와 담화’가 있다. 이것을 계기로 일본 역사교과서를 기술할 때 근린 여러 나라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근린제국 조항’이 신설된 계기가 됐다. 1923년에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가 있었다.

1995년에는 무라야마 총리가 이웃 아시아국가에 대해 과거사를 사죄했던 ‘무라야마 담화’가 있었다. 미흡하지만 미야자와, 고노, 무라야마 담화가 그나마 일본이 조금이라도 사과의 뜻을 비쳤던 것인데, 아베 총리는 빌리브란트 수상이 걸었던 길과 정반대되는 침략전쟁을 다시 미화하고 교과서 기술에 있어서 ‘근린제국 조항’까지 삭제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처럼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는 과거사 망언을 하고 신사 참배까지 정당화하는 것이나, 북한 미사일 발사를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북강경발언까지도 불사하는 것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의도하는 것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2/3 개헌선을 확보하는 것이다. 개헌선을 확보한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다음 수순은 자명하다. 헌법 개정을 통해 일본 재무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일본의 재무장은 곧바로 핵무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의 이같은 파렴치한 의도에 남과 북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남과 북 사이에 대결국면이 지속된다면 결국 이득을 얻는 것은 일본 군국주의 부활세력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일본 국민도 아베 총리의 이러한 위험천만한 군국주의 부활 음모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일본 국민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일 관계가 호전되고 동북아 평화도 유지될 수 있다.

일본정부와 아베 총리는 빌리브란트의 무릎 꿇고 사과했던 자세를 닮지는 못할망정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행태를 즉각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동북아시아 영토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저자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실효 지배하는 독도에 대한 주권 주장을 일본이 단념하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으며 그 결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 인식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일본정부는 자국에서 일고 있는 양심선언 등을 경청해야 한다.

앞서 분석했듯, 아베정부의 우경화는 국내정치용일 가능성이 일단 크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본이 경제적으로 치명적인 상황에 빠져들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지진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섬나라’ 일본은 언제든지 ‘육지 탈환’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1930년대 일본이 군국주의 망령에 휩싸여서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역사가 기록하고 있다. 2013년을 살고 있는 우리 시대도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작금의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

일본은 일본이다. 뿌리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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