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의료협회 "표백·살균제, 섭취도 주사도 안돼"
트럼프 주장 믿은 시민, 농약 마시고 사망하기도 

2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기자회견장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기자회견장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미국 백악관이 앞으로 ‘코로나19 일일 기자 브리핑’ 시간을 대폭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대통령의 발언 시간을 줄이고자 시도할 전망이다.

트럼프의 돌발 발언 탓에 미 행정부와 의료계가 ‘소독제(살균제) 인체 주사’ 위험성을 경고하느라 때 아닌 홍역을 치른 덕분이다. 

대통령 발언에 미 행정부와 의료계 ‘발칵’

23일(현지 시각)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팀 일일 브리핑에서 윌리엄 브라이언 국토안보부 과학기술국장이 “표백제가 침 속의 바이러스를 5분 안에 죽였고, 살균제는 이보다 더 빨리 바이러스를 잡아냈다”고 발표했다.

이를 듣던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소독제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1분 안에 없애는 효과가 있다면, 그걸 몸 안에 주사하는 방법을 실험해보는 건 어떨까? 또 그게 폐에 들어간다면?” 하고 말했다.

브라이언 국장이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그 직후 미 행정부는 “소독제 주사는 인체에 치명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시물을 올리느라 바빴다.

미 식품의약국(FDA) 스티븐 한 국장은 “(우리는) 살균제 섭취를 권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트위터에 “제발! 사랑하는 사람에게 약물을 투여하기 전에 먼저 전문가와 상의하라”고 썼다.

25일자 워싱턴포스트는 “당장 메릴랜드 주 공무원들은 소독제를 주사하면 되는지 묻는 주민들의 전화를 하루에만 100건 처리했다”면서 “(트럼프 발)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막기 위해 연방 정부가 총출동했다”고 비꼬았다.

미국 의료계도 잠재적인 돌발 사태를 막기 위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살균제 제조업체인 레킷벤키저는 “어떤 경우에도 살균제를 인체에 주입해선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미의료협회 회장 파트리스 해리스(Patrice A. Harris)는 “표백제건 살균제(소독제)건 어떠한 경우에도 섭취해서도, 주사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그 말은 단지 농담에 불과했으며 자신을 공격하는 기자들을 비꼬려 한 말이라 해명했지만 사태는 쉽게 수습되지 않고 있다.

WP, “선무당이 사람 잡은 꼴”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짧은 브리핑 청취로 만족하기 때문에, 이후에도 이런 ‘돌발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어설픈 아이디어로 국민을 오도했다는 것이다.
결국 백악관은 향후 일일 브리핑을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사는 전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는 국민들의 행동에 즉각 영향을 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적 있다.

이에 애리조나의 한 부부는 연못 청소에 쓰는 약병에 같은 성분(실은 클로로퀸 인산염)이 적힌 것을 보고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이를 마셨다.

그 직후 부부는 쓰러져 마리 코파 카운티 병원에 실려갔는데 안타깝게도 남편은 사망했다.

이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해당 약물 복용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보냈다.

국내 의료계도 소독제 또는 살균제를 인체에 직접 주입하는 일은 위험천만하다는데 입을 모은다.

일례로 유한락스연구소는 한 일본 연구 보고서의 공식을 인용해 “몸무게 70kg인 남성의 경우 락스 원액 476mg을 음용하면 50%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이를 LD50=6.8mg/kg으로 표현). 

우리의 경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아직도 채 수습되지 않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더욱 충격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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