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회귀 추세 탄력 받을 듯...국내 직접투자 계기 삼아야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지난 2월 중순부터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세계 각국은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다.

특히 글로벌 공급기지를 가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비즈니스 입국마저 막히면서 긴밀한 사업협의를 위해 현지로 가려던 관계자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게다가 중국 등 해외에서 부품을 공급받던 기업들의 경우엔 현지 공장들의 셧다운으로 우리 생산라인마저 멈춰야 하는 손실을 겪게 된다.

모든 것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GVC)이 깨진 탓이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물론 세계각국의 기업들이 자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 생산기지의 본국회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0일 전북 전주시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이 끝난 뒤 탄소섬유를 사용해 3D프린터로 제작한 전기자동차에 탑승해 조현준 효성 회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효성]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0일 전북 전주시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이 끝난 뒤 탄소섬유를 사용해 3D프린터로 제작한 전기자동차에 탑승해 조현준 효성 회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효성]

◇ 글로벌 공급망 붕괴...리쇼어링 주목

한때 저렴한 인건비와 효율성 중심으로 조직됐던 글로벌 공급망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신뢰에 금이 갔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이에 따라 해외에 공장을 설립한 국내 기업들이 유턴하는 리쇼어링 이슈가 조심스럽게 다시 점화되고 있다.

물론 이런 추세가 코로나 사태 마감 이후에도 계속될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생산거점 배치 의 판단 기준으로 생물학적 위험과 이동 제약 가능성이 주요 판단 요인 된 것은 분명하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에서 "세계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리쇼어링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며 "글로벌 가치사슬의 고리가 약화되면서 중간재 공급을 특정국에 과도하게 의존한 경우 완제품 생산과 공급이 더 어려워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just in time) 전략보다 재고를 비축하는 비상대비(just in case) 전략이 중요시되고 있다"며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직접적이고 전달속도가 빠른 '트리거'로 인해 급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가치사슬 약화와 함께 세계무역 둔화 가속화, 글로벌 거버넌스 변화 등의 이슈도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정은미 선임연구위원도 "기업들이 코로나19을 계기로 특정국에 집중된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며 "자국내 조달 및 생산 기반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효성·LG화학의 '현명한(?) 선택'

효성은 7일 공시를 통해 베트남에 건설하려던 아라미드 생산시설을 울산 공장 증설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동나이성에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핵심소재 생산기지는 한국에 둬야 한다는 경영진에 판단에 따라서다.

투자규모는 612억8100만원 수준으로 내년 5월에 공장이 완공되면 아라미드 생산량은 연산 1200톤에서 3700톤으로 늘어난다.

LG화학은 폴란드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었지만 구미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경북도와 구미시가 세금 감면과 부지 제공 등의 파격혜택을 제시하자 국내에 생산기지를 짓기로 선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이지만 앞날을 내다본 듯한 판단이 됐다.

LG화학은 구미산업단지 5단지에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 생산공장을 건설을 위해 2024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한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한 관계자는 "리쇼어링 기업들의 국내 복귀 허들을 낮춰주려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실질적인 규제개선과 지원확대가 나온다면 리쇼어링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연합뉴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연합뉴스]

◇ 국내 기업환경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해외진출 기업이 돌아오도록 기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한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혜택을 보여주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응은 하고 있다. 2013년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일명 유턴법을 제정해 국내복귀의 손짓을 하고 있다.

하지만 법 제정 이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연 평균 10개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의 기업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2016년 267개를 비롯해 2017년 624개, 2018년 886개의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배경에는 트럼프의 법인세 폭탄할인이 있다. 이전 정부부터 법인세율은 낮아지고 있었지만 전 정부의 법인세율 고점은 38%였다. 여기에서 트럼프 정부 때는 21%까지 내렸다. 절반의 법인세가 날아간 셈이다.

일본 정부도 지난달 22억달러(2조7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중국 내 위치한 자국 제조기업을 불러들이는 중이다.

EU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경각심을 가지며 중국 중심의 제조공장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는 우리경제에 큰 암초지만 기업 유턴을 통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직접투자 순유출을 줄일 수 있는 기회"라며 "세제개선과 노동개혁을 통해 생산비용 절감을 지원하고 대기업 유인책을 강화해 협력사와의 대규모 동반 유턴을 유도할 수 있는 선제적 정책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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