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격투기선수 출신 시인이 펼쳐 낸 맛깔스런 시집

‘민어의 노래’, 김옥종 著. 휴먼앤북스 刊.
‘민어의 노래’, 김옥종 著. 휴먼앤북스 刊.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특이한 이력의 시인 김옥종의 첫 시집이 출간됐다.

김옥종은 전남 신안군 지도 출신으로 젊었을 때는 주먹세계에 몸담고 있었다.

폭력조직의 행동대원으로 활약했던 그는 유일하게 현대문학 선생님에게만 복종했고, 그 선생님에게 문학의 세계를 배웠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조폭’은 싫다는 말을 듣고 조폭 조직에서 탈퇴하면서 한편으로 수많은 연애시를 썼다.

그 후 한국 최초의 K1 격투기 선수가 되고, 요리사가 되고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 시집을 출간한 휴먼앤북스 대표이자 문학평론가 하응백은 출간 과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대한민국에서 섬 여행을 가장 많이 다닌 강제윤 시인으로부터 시집 원고 한번 읽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누구의 시냐고 물으니, 한때는 주먹세계에 있었으나 한국 최초의 격투기 선수를 거친 다음 요리사가 된 김옥종이란 남자의 시라고 했다. 호기심 반으로 큰 기대 없이 시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웬걸! 그의 시는 시에 대한 기본기가 닦여 있었고 신선했다. 좋은 시라면 으레 그래야 할 상상력의 공간이 훌륭했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남도 사투리와 각종 해산물에 대한 현장의 지식과 남도식 요리 레시피가 잘 어울려 읽는 맛을 더했다. ‘나는 늙어 가는데/너는 익어 가는구나(「통닭구이」 )’에서 보는 것처럼 촌철살인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김옥종의 시에는 삶의 근원에 대한 회한이 내면화되어 있었다. 그 회한이 그의 시에 품격을 준다. 썩 훌륭한 시인의 등장에 갈채를 보낸다.”

나는 늙어 가는데

너는 익어 가는구나

(「통닭구이」에서 )

이렇게 간략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 김옥종의 언어에 대한 감각이 몹시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표현처럼 이 시집에는 여러 재미있는 표현들이 산재한다.

맛있는 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갈망

김옥종의 시에는 유달리 남도 해산물이 많이 등장한다. 민어, 복섬, 낚지, 꼬막, 가오리, 준치, 홍어, 주꾸미, 갑오징어, 고등어. 남도 해산물의 잔치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 전남의 '지도'라는 섬이라 그는 그 해산물을 보고 먹고 느끼며 자랐다. 그런 그가 마침 그 해산물을 요리하는 요리사가 되었다. 그 남도의 식재료들은 요리의 재료로 쓰이다가 드디어 시의 재료로 등장했다. 그래서 김옥종의 시는 맛있다.

맛있는 시… 하지만 미각의 유혹을 넘어선 곳에 그의 시의 본질이 있다.

그 너머에는 첫사랑에 대한 추억과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세상과 화해하고 싶은 열린 몸짓이 있다.

식재료와 음식을 통해 열린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풍성한 남도 음식으로 인해 그의 시는 화려하게 잘 차린 남도의 잔칫상 같다. 시를 읽으면서 입맛을 다시기에 딱 좋다.

입맛을 다시면서 그가 초대한 시의 잔치에 다가서면 남도의 올망졸망한 섬과 바다를 만날 수 있다.

그에게는 ‘기억의 밥상’이지만 독자들에게는 유혹의 밥상이다.

시집 발문을 쓴 섬 여행가 강제윤 시인은 “‘식어버린 심장을 예열할 수 있고 힘겨웠던 하루를 따뜻하게 대어줄 수 있는’ 요리, 시퍼런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뒤척이지 않아도 등짝 시린 세월의 가슴이 빨갛게 농익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요리, 그런 시로 요리사는 시인은 고단한 생들의 혈자리를 풀어 주고 싶은 것이다.

싸움꾼에, 격투기 선수에서 요리사가 된 시인은 ‘엎어트리고 자뿔셔 봤으니 이젠 살리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라고 김옥종의 시를 평가했다.

<김옥종 약력>

전남 신안의 섬 지도 출생.

한국인 최초 k-1 이종격투기 선수

2015년 여름 <시와 경계> 신인상 당선

광주전남 작가회의 회원

광주에서 전업 요리사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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