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짜 점농어를 올린 필자. 
7짜 점농어를 올린 필자.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점농어가 농어보다 더 맛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잡히는 농어는 크게 세 종류다. 농어(민농어), 점농어, 넙치농어. 넙치농어는 제주 가파도 해역에서 주로 잡히기 때문에 육지의 낚시꾼들은 실물을 구경한 적이 거의 없다.

점농어는 농어와 체형이 거의 비슷하기에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농어와 같은 종으로 취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점농어는 등쪽 점이 더 진하고 농어에 비해 불규칙적이어서 외관상 금방 구분이 간다.

경기와 충청지역에서는 점농어와 구분하기 위해 일반 농어를 민농어라고 부르고, 또 목포 지역에서는 점농어를 참농어라 부르기도 한다. ‘참’이 들어가면 더 맛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농어는 우리나라 모든 해역에 서식하고 있다.

점농어는 주로 서해안에 서식하고 남해에는 기수역 지역인 낙동강 하류 지역에 서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섬진강 하류 지역에도 서식할 거능성도 있다.

문성용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의 글에 의하면, 점농어는 10~11월에, 농어는 12월- ~3월에 산란한다고 한다.

봄과 여름에는 먹이 활동을 위해 내만으로 와 머물다가 겨울철에 월동과 산란을 수심이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최근 농어 낚시가 활발해지기 때문에 지역별로 산란 시기는 더욱 상세히 밝혀지리라 생각된다.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는 그렇다면 '농어와 점농어, 어느 종이 맛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농어보다 점농어가 맛있다고 한다.

때문에 최근 점농어는 치어 양식에 성공했고, 2018년부터는 서해안의 여러 지자체와 부산 등지에서 수 만 마리의 치어 방류도 하고 있다.

앞으로 점농어는 양식 어종으로, 또한 낚시 대상 어종으로 더욱 인기를 끌 것이다.

신진도에서 외수질 농어낚시를 전문으로 하는 항공모함호 전영수 선장에 의하면 봄, 여름에는 점농어가 더 맛있고, 가을에는 농어가 맛있다고 한다. 일년 내내 농어를 잡는 전문 선장의 증언이니 신빙성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항공모함’이 있다. 태안 신도도 항을 모항으로 하는 항공모함호.
우리나라에도 ‘항공모함’이 있다. 태안 신도도 항을 모항으로 하는 항공모함호.

점농어 체포 성공

하지만 직접 잡아 먹어봐야 맛을 이야기 할 수 있다.

5월 16일, 물때는 무시. 항공모함호를 탔다. 항공모함호는 태안 신진항에 있는 외수질 전문 낚싯배다. 새로 건조한 배라 배의 상태도 좋고 선장 역시 베테랑이다.

전 선장은 농어 낚시의 경험이 특히 많아, 한 때는 격렬비열도권 캐스팅 농어 사냥꾼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생새우 미끼를 상시 공급받을 수 있게 되자 2019년부터 외수질 전문 배로 전업했다. 외수질 낚시는 일반 선상낚시보다 평균적으로 조황이 더 좋다.

살아있는 새우가 거의 모든 대상어들에게 킬러 미끼이기 때문이다. 외수질 낚시란 생새우를 미끼로 하면서 대개 30-40호 봉돌을 사용하는 가벼운 채비의 낚시를 말한다.

대상어는 농어, 민어, 광어, 우럭, 노래미, 장대 등 다양하다. 외수질 낚시는 장비면에서는 참돔 타이라바 낚시와 가장 흡사하고, 광어 다운샷 낚시와도 비슷하다.

새벽부터 안개비가 내려 조황이 걱정스럽다. 안개가 끼고 날씨가 흐리면 조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배는 안면도 앞바다 쪽으로 이동한다. 5시에 출항한 배가 1시간쯤 달려갔나. 드디어 낚시 시작이다. 농어 외수질 낚시 역시 생새우를 미끼로 한다. 아직 생새우 크기가 작다. 양식하는 새우를 가져와서 미끼로 사용하다보니 미끼 관리도 까다롭고 크기도 봄철에는 작을 수밖에 없다.

“5미터 어초이니 4, 5바퀴 감으세요.” 하는 선장의 멘트가 나온다. 바닥에서 2, 3미터 권에서 농어가 먹이활동을 한다는 말이다.

전체 수심은 30미터 정도다. 농어는 잡으려면 멸치, 배도라치 등의 베이트피시가 노는 층을 잘 살펴야 한다. 선장은 어탐기로 보고 베이트피시가 있는 층을 알려주는 것이다.

항공모함호의 각종 전자정비. 어탐기와 여러 레이더. 이제 낚시는 과학이다.
항공모함호의 각종 전자정비. 어탐기와 여러 레이더. 이제 낚시는 과학이다.

요즘은 각종 레이다에 어탐기가 엄청 발달되어 있다.

전자 장비는 밤이나 안개 낀 날에도 안전 항해를 보장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선장은 바닥 몇 미터쯤에 고기가 있는지 환히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선장이 아무리 잘 포인트를 선정하고 배를 잘 댄다 하더라도 마지막으로 그 고기를 잡아내는 것은 꾼들이다. 선장과 꾼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몇 번을 허탕을 친다. 물의 흐름이 약하다. 하지만 물색이 좋아 기대를 버릴 수는 없다.

이때다.

바로 옆에서 낚시하는 꾼이 ‘히트’라고 외친다. 경험이 많은 꾼인지, 릴링도 침착하고 여유롭다.

농어나 민어 낚시에서 고기가 물면, 찌낚시처럼 대를 쳐들었다가 내리면서 릴링을 해서는 안 된다.

대를 수평으로 한 다음 일정한 속도로 감기만 하면 된다. ‘히트’라고 외치는 이유는 주로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는 바로 옆에서 낚시하는 꾼들과 줄이 엉킬 수도 있으니 자신이 낚은 고기를 잡는 데 최대한 협조를 해달라는 의미다.

둘째는 선장이나 사무장에게 보내는 신호다. 이 포인트에서 고기가 잡혔고, 또 뜰채를 빨리 대달라는 의미다. 물론 영어를 못 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히트’라 외치지 않고, ‘왔다’라고 외쳐도 된다.

꾼과 실랑이를 벌인 허연 물체가 물 위로 퍼덕거리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곧 뜰채에 담긴다. 오늘 처음 나온 점농어다. ‘빵’이 엄청나다. 고기 체고가 높은 것을 꾼들은 ‘빵’이라 한다. 빵이 빵빵한 점농어.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 아니라’, 부러우면 정석대로 해야 한다.

새우를 바늘에 달 때 주로 대가리 부분 중앙을 바늘에 끼워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미끼를 끼운 바늘이 돌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항상 초보들이 실수하는 것이 이 미끼 달기다. 잘못 미끼를 달면, 미끼가 뱅뱅 돌아 입질을 받을 수가 없다. 또 하나는 뇌를 다치지 않게 꿰어 미끼가 가급적 오래 살아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새우 외수질 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미끼 달기와 수심층 찾기다. 그 다음에 입질을 받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배의 물칸에 담겨 있는 여러 물고기들. 점농어, 우럭, 노래미.
배의 물칸에 담겨 있는 여러 물고기들. 점농어, 우럭, 노래미.

드디어 입질이 온다.

아주 미약한 어신이 있는 듯하여 가만히 두었더니 대를 확 물고 들어간다. ‘왔다’라고 크게 외친다.

이때부터 대를 수평으로 들고 천천히 감으면 된다. 무게감이나 저항감이 농어임이 분명하다.

대를 잡은 오른 손이 휘청휘청 한다. 그럴수록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심장이 두근두근한다. 무사히 랜딩시킬 수 있을까?

혹 바늘털이를 당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이 짧은 순간에도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윽고 어체가 수면에 드러나고 사무장이 달려와 농어를 뜰채에 담는 데 성공한다. 6짜 정도의 크기다.

이때가 오전 8시 정도다.

배는 여러 포인트를 점검한다. 농어 입질 보다는 노래미 입질이 많다. 노래미는 요란하게, 우럭은 덜커덩 입질을 한다.

농어는 간사한 예신 다음에 훅 잡아 삼키고 돌아서는 것 같다. 11시쯤 되었을까? 농어 한 마리에 노래미만 여러 마리를 잡았다.

선장은 우럭 잡으러 간다고, 그 전에 한 포인트만 들러 보자고 한다. 그 포인트에서 반대편에서 한 마리가 올라온다. 정석대로 미끼를 꿰고 4바퀴를, 감고 기다린다.

이번에는 예신도 없이 그대로 물고 들어간다. 힘이 아까보다 더 큰 녀석임을 직감한다. 신중히 끌어 올린다. 7짜 점농어다. 만세!

두 마리를 잡으니, 만족스럽다. 사실 농어낚시는 한 마리 승부다. 7짜 정도 한 마리만 잡으면 그날 낚시는 성공이다. 못 잡으면, 당연히 실패.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대신 노래미나 우럭이라도 잡아서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외수질 낚시의 위력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우럭 포인트로 옮긴다.

대부분 ‘똥침’에서 낚시를 한다. ‘똥침’이란 선박, 폐그물, 어초 등 여러 인공적인 구조물이 바다 바닥에 가라앉아, 세월이 지나면서 물고기의 서식처가 된 곳을 말한다.

인공어초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똥침’은 높이가 대부분 1-2미터 정도다. 의외로 ‘똥침’에서 우럭의 경우 큰 고기가 서식할 때가 있다.

하지만 ‘똥침’은 포인트 자체가 작아 배가 정밀하게 그 포인트에 들어가야 하고, 배가 금방 포인트를 지나갈 수밖에 없다. 배를 잘 대어야 조과를 올릴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빵’ 좋은 우럭. ‘우연히’ 체포되었다.
‘빵’ 좋은 우럭. ‘우연히’ 체포되었다.

우럭을 대상으로 한다니, 외낚시 채비에서 2단 채비로 바꾸었다.

우럭낚시의 경우 쌍걸이도 자주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바닥에 채비를 내리고 1바퀴를 감고 기다리니 좀 있다가 아래 바늘이 바닥에 걸린다. 이럴 때는 낚싯대를 해면과 수직으로 들고 바늘을 떨어져 나가게 해야 한다.

바늘을 끊어 내는 순간 뭔가 ‘턱’ 하고 입질을 한다. 우럭이다. 올라올 때 꽤 힘을 쓴다. 우럭 낚시에서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실력이 아니라 우연이 작동하는 거다. 우리의 삶만큼이나 낚시에서도 우연이 작동한다. 여하튼 씨알 좋은 우럭 한 마리 추가.

이후 우럭 몇 마리를 더 추가한다. 외수질 낚시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점농어 두 마리를 포함해 15마리, 12kg 정도를 잡은 것 같다.

이날 잡은 조과. 상당한 양이다. 고기를 정리하는 전 선장.
이날 잡은 조과. 상당한 양이다. 고기를 정리하는 전 선장.

그렇게 하여 오후 3시 40분까지 낚시를 하고 귀항한다.

선장실로 들어가 전 선장과 이런저런 잡담을 한다. 전 선장을 안지도 20년이 넘었다. 그도 늙고 꾼도 늙어, 이제 둘 다, 머리는 반백이 되었다.

청춘은 저 푸른 바다가 가지고 갔나보다.

전 선장과 즐겁게 바다와 물고기 이야기를 한다. 전 선장은 외수질 낚시 전문배로 거듭나기 위해 농어 포인트 개발에 더욱 전념하겠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 허겁지겁 점농어 한 마리를 회를 친다. 맛있다. 쫄깃한 식감이 좋다.

뱃속에는 내장 비만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기름이 가득 들어 있다. 영양상태가 좋다는 거다. 그러니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육질이 농어(민농어) 보다 훨씬 단단하다. 맛도 기름지고 고소하다.

여름까지 점농어가 맛있다는 전 선장의 말은 틀림없다. 농어가 육질이 물러, 농어낚시를 별로 즐기지 않았건만, 오늘 잡힌 농어처럼 점농어만 잡힌다면 올해 가을이 오기 전에 한두 번 더 출조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물론 다음에 꼭 잡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보장이 없기 때문에 낚시는 늘 두근두근 거린다.

점농어와 우럭회와 점농어 껍질 숙회. 7짜 이상 되는 점농어 껍질은 끓은 물에 데쳐 얼음물에 넣었다가 꼭 짜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 기름소금에 찍어 먹는다. 고들고들한 맛이 별미다.
점농어와 우럭회와 점농어 껍질 숙회. 7짜 이상 되는 점농어 껍질은 끓은 물에 데쳐 얼음물에 넣었다가 꼭 짜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 기름소금에 찍어 먹는다. 고들고들한 맛이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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