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검토할 수 있다"에 국토부 "좀 더 신중히 봐야"...공급대책 포함여부 주목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정부가 '7·10 부동산대책'의 후속으로 이달 안에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또 한 번의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도권 공급확대 방안과 관련해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선호 국토교통부 차관이 "아직까지 (해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착수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정부 내에서도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서초구 염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염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모습. [사진=연합뉴스]

◇ 홍남기 부총리가 '그린벨트 해제' 꺼낸 이유는?

홍 부총리는 14일 방송에 출연해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필요한 경우라는 전제 하에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그린벨트란 서울 강남의 그린벨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의 해당 발언은 앞서 제시한 주택공급 방안을 먼저 검토해 보고 나서, 그래도 모자라면 서울 그린벨트 해제 방안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7·10 대책에서 이미 향후 주택공급 계획에 관한 방향성을 밝힌 바 있다.

도심 고밀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개선, 3기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주변 유휴부지 및 국가시설 부지 활용, 공공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여기에는 그린벨트 해제는 담겨있지 않다.

홍 부총리의 말을 곧이 곧대로 해석하면 그린벨트 해제에 그다지 적극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가 7·10 대책 발표 직후 방송 인터뷰에선 "그린벨트 해제는 검토 리스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가 다소 융통성 있는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당정청에서 시장에 주택공급 확대 시그널을 확실하게 주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 해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그 동안 서울 도심의 고밀개발을 추진했지만 주택수 확보에 한계가 있고, 재개발·재건축을 잘 못 건드리면 오히려 '독'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런 공급 확대 방향성을 제시한 7·10 대책에 대해 공급 방안은 빠진 반쪽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내에서도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입지가 좋은 땅을 발굴해 택지로 조성해야 하는데, 지난 '5·6 대책'에서 제시된 용산정비창 개발 방안과 비슷한 파급력을 줄 수 있는 땅은 결국 그린벨트 밖에 없다는 것이다.

◇ 그린벨트 해제 거론되는 지역은

서울의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149.13㎢로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강동구(8.17㎢), 강남구(6.09㎢), 송파구(2.63㎢) 등 순이다.

노원구와 은평구, 강북구 등 서울 북쪽에도 그린벨트가 많지만 이들 지역은 대부분 산으로 택지 개발이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할 수 있는 택지는 결국 강남의 보금자리 지구 근처 땅들이 될 공산이 크다.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역 인근 등지로 이명박 정권 때 보금자리 주택을 개발하고 남은 주변 땅들이 추가택지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그린벨트 지역의 가용면적은 충분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대한 택지를 조성해도 1만가구 이상 공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적 리스크도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이었는데, 서울시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린벨트 개발에 나섰음에도 집값을 잡지 못한다면 애꿎은 그린벨트만 망쳤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정권에서 집값을 잡은 것은 결국 강남 보금자리 주택이었다는 점에서 정부로선 이들 지역에 계속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달 말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서울 그린벨트 해제 방안이 들어가게 된다면 방침을 밝히는 정도가 될 전망이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 딴소리 하는 국토부..."아직 검토도 안해봤다"

국토부는 서울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추진 여부를 떠나 아직 검토도 해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중하게 봐야할 사안으로 앞서 밝힌 공급 물량으로 충분하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재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논의가 가능하지만,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린벨트는 녹지 보전 역할도 하지만 도시 외연이 확장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며 "그린벨트가 훼손된 지역(3급 이하)도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아파트 수급 상황에 관련해선 공급물량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국토부는 이미 수도권 5개 신도시 등 30만호, 용산 철도정비창등 서울 7만호(5·6대책) 등 추가 공급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라며 "지금 이미 서울, 수도권을 포함해서 약 77만호의 집을 지을 땅이 확보가 돼 있고, 올해 입주예정 물량만 아파트가 5만3000호로 최근 10년치 중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또 "4기 신도시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단지 언론의 관측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차관은 다만 "투기 목적의 수요가 언제든지 시장에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완충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관계 기관 안에서 실효성 있는 공급 대안을 찾아볼 생각"이라면서 "이달 중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열린 당정 협의에서는 실수요자 등을 대상으로 한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관련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집값 안정화의 성패는 주택 공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7·10 대책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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