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들 배설물 속에서 먹고 자고…방문객들은 통제 없이 접촉 감염병 우려
대부분 규모 작아 동물원법 적용 안받아…전문가들 '소규모 동물원법' 제정 필요

지난 2월 국회 정론관에서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동물자유연대, 동물해방물결 등과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이 '야생동물카페, 체험동물원, 야생동물거래'의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국회 정론관에서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동물자유연대, 동물해방물결 등과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이 '야생동물카페, 체험동물원, 야생동물거래'의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권보경 인턴기자】 야생동물 체험카페에 있는 야생동물들이 열악한 환경에 내버려져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부분 야생동물 체험카페들이 전문성이 없는 관리자들로 인해 위생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대형 동물원 등 야생동물 전시시설의 동물 보호 의무가 명시돼 있다.

그러나 야생동물 체험카페는 대부분 10종 미만 또는 50개체 미만의 야생동물을 전시하고 있어 현행법상 동물원으로의 등록 의무가 없어 식품위생법을 적용받고 있다.

뉴스퀘스트의 방문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등 대부분 야생동물 체험카페는 미흡한 위생관리 속에서 야생동물들이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

특히 접점이 없는 종끼리 한 공간에 있었고, 방문객들은 관리자의 통제 없이 동물들을 만질 수 있었다.

직원의 전문적인 관리나 감독도 미흡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물과 인간이 안전하게 공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A 동물카페 구석에 프레리도그 진열장이 있다. 가로, 세로, 너비가 1m가 채 안 되는 작은 진열장에 프레리도그 5마리가 진열되어 있다. 진열장 내부에는 바닥 깔개, 먹이, 배설물들이 뒤섞여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A 동물카페 구석에 프레리도그 진열장. 가로, 세로, 너비가 1m가 채 안 되는 작은 진열장에 프레리도그 5마리가 있다. 진열장 내부에는 바닥 깔개, 먹이, 배설물들이 뒤섞여 있다.

◇ 감옥처럼 좁은 공간… 배설물과 이물질로 오염된 케이지

기자가 방문한 경기도 고양시의 A 동물카페는 야생동물의 배설물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동물들은 너비가 30cm 채 되지 않고 사방이 막힌 좁은 케이지에서 적재된 배설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또한 배변과 식사 공간이 분리 되지 않아, 자신의 배설물 위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잤다.

사료와 식수 관리도 미흡해 보였다.

동물들은 오랫동안 방치된 음식을 먹거나 그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다람쥐의 일종인 슈가글라이더는 적재된 배설물 위에서 눅눅해진 사과 조각을 먹고 있었다. 거북이의 식수 통은 이물질이 가득 끼어 있었다.

이런 환경 속에 방치된 동물들이 질병에 걸렸다 할지라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 24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의 B 동물카페에서 관람객이 미어캣을 손으로 쓰다듬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의 B 동물카페에서 관람객이 미어캣을 손으로 쓰다듬고 있다.

◇ 마음대로 꺼내서 만져보고 쓰다듬는…통제 없는 동물 체험

또한 이렇게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야생동물과 관람객은 자유롭게 접촉할 수 있었다.

고양시 A 동물카페에서는 기자가 "만져봐도 되냐"고 묻자 직원은 "괜찮다"고 말했다.

만진 후에도 손을 씻어야 한다는 안내는 없었다. 서울시 마포구의 B동물카페도 상황은 비슷했다. 관람객들은 동물을 만진 손으로 음료를 마시곤 했다.

방문객들이 방치된 동물들을 만지며 체험 활동을 하게 돼 그로 인한 감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돌발상황도 있었다.

마포구 B카페에선 라쿤들 사이 갑작스러운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무릎이나 어깨 위에 라쿤을 올려 놓고 있다가 흥분한 다른 라쿤에 의해 손등에 경미한 상처를 입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직원들의 위생 관리 부족이었다.

A카페의 직원은 동물과 배설물을 만진 손을 소독하지 않은 상태로 방문객들이 주문한 음료를 만들고 있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야생동물로부터의 감염병 전염 위험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물카페와 같이 인간이 임의로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옮겨 접촉하는 행위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마포구의 B 동물카페에서 은여우와 고양이가 함께 있다.
서울시 마포구의 B 동물카페에서 은여우와 고양이가 잠을 청하고 있다.

◇ 소규모 동물카페에 동물원으로서 ‘등록 의무’ 부여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소규모 동물카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보고서 '코로나19 이후 시대, 신종질병 예방을 위한 야생동물 관리방향'에서는 야생동물을 전시와 소유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원이 아닌 개인 영업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거나 체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야생동물의 건강과 위생을 위해 검사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웨어는 보고서를 통해 야생동물 질병 전담 관리기관인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설립하여 예찰, 방역 그리고 사후 대응까지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6일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울산 북구)은 현행 법안에 '소규모 동물원'의 개념을 추가해 야생동물 카페를 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운영업자가 시설의 명칭과 소재지 등을 시도지사에게 등록하고, 야생동물에게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야생동물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동물 카페가 성행하고 있지만, 법적 규제는 미흡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개정안으로 동물 카페를 정식 등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동물과 사람 안전이 함께 보장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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