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개정안 통과되면 삼성생명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대거 처분해야
삼성전자 지배구조·투자자에 후폭풍 불가피...삼성측 "충분히 검토해 달라"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우리 증시에 삼성전자 주식 20조원어치 '매물 폭탄'이 터지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발의에 재계와 금융권, 증권가가 '폭풍 전야'의 분위기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물론 수많은 삼성전자 주주, 삼성생명 보험계약자의 이해 관계에 초대형 태풍급의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영향을 점검하지 않으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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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나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는 총자산의 3%로 규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6월에 각각 대표 발의한 삼성생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량 평가방식이 그 핵심이다. 현재 '취득 원가'로 평가된 보유량 산정을 '시가'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3%의 평가 방식인데 법 조문에는 총자산과 주식 보유액 평가방식이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보험업감독규정'에서 총자산과 자기자본에 대해서는 '시가'를, 주식 또는 채권 보유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제시한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 법안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의원은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방식을 현행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바꿔 총자산의 3% 평가하자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할 수 있는 한도는 7조원 가량이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8%로 국민연금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으며, 그 평가액은 주가 변동에 따라 24조~30조원에 이른다.

삼성생명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20조원 넘게 처분해야 하는 셈이다.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주식 보유액은 5조3000억원으로, 자산의 3%에 해당하는 2조원 외에는 매각해야 한다.

◇ 법안 통과 가능성 높아

박용진·이용우 의원은 보험사의 총자산 중 1개 기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이 기업이 위기를 겪을 경우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른 금융업권의 자산비율 규제가 모두 시가로 이뤄지는데 보험업의 계열사 주식 보유에 대해서만 취득원가를 적용하는 것은 위험 분석을 왜곡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지난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저도 그러한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저도 삼성 측이나 생명에 기회가 되면 그 문제를 지적했다"며 "자발적인 개선 노력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계속 환기를 시켜줬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박용진 의원 대표발의로 삼성생명법안이 발의됐으나 폐기됐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슈퍼 여당'이 장악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한층 커진 상황이다.

이에 야권에서는 삼성생명법 통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야당 의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이 어떤 방법을 택하든 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에 클 것"이라며 "현재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순항하고 있는 증시가 출렁이며 어떤 피해가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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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하는 삼성그룹

법안의 핵심 고리인 삼성생명은 이 문제에 대해 극도로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13일 삼성생명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유호석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삼성전자 지분 처분에 관한 질문에 대해 "어떠한 사항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국회 논의를 지켜보는 중이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내용에 대한 예단은 금물"이라고 답변했다.

유호석 CFO는 "어떠한 경우에도 주주가치 제고라는 원칙하에 결정할 것이라는 점은 변함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고민은 크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전자가 '주인없는 회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우호지분은 삼성생명의 8%를 포함해 20% 수준이다.

국내 최대주주는 약 1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며, 외국인 5대 주주의 지분율은 12%가량으로 알려졌다.

만약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5~6%를 처분하게 되면 삼성전자 지배구조가 요동칠 수 있다. 또 2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매물이 나오면 주식시장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매각 유보 기간을 최대 7년으로 잡아도 한 해 3조~4조원 규모의 주식을 쏟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물량을 받아 줄 국내 기관은 사실상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 증시에 20조원 규모의 매물 폭탄은 한 번도 나온 적 없다"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파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초우량 자산이며 가입자들에게 큰 이익이 되고 있다"며 "보험업법 개정안의 정당성을 이해하지만, 실제로 이 법안이 초래할 결과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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