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21일부터 순차 파업...의협도 26~28일 집단휴진 예고
의협 "의대생 정원 확대·한방첩약 건강보험 적용은 절대 안된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인턴, 레지던트 등 종합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21일 오전 7시부터 순차적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먼저 이날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를 시작으로 22일 3년차 레지던트, 23일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가 단계적으로 가운을 업무에서 손을 뗀다는 계획이다.

이어 중소병원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도 26~28일 2차 집단휴진을 예고하고 있어, 사랑제일교회발(發) 코로나19 재확산 사태 속에 의료대란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왜 의료계는 이런 긴박한 상황 속에 욕을 먹으면서도 가운을 벗고 극단적인 투쟁에 나서는 것일까.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 첩약 건강보험 적용, 비대면 진료 육성 등 '4대 의료정책' 때문이라는 게 의료계의 주장인데 '내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과 함께 이들의 주장에 일부 일리 있는 내용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요 대학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무기한 파업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가 각 지역으로 보낼 종이 손피켓을 봉투에 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대학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무기한 파업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가 각 지역으로 보낼 종이 손피켓을 봉투에 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의료인력 확대 절대 안된다"는 의료계

의료인력 확대는 의대 정원 증원와 공공의대 신설이 골자다.

의료계가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사안으로, 의협은 "절대 불가"라며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늘려 10년간 의사 4000명을 추가 양성하고, 이 가운데 3000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 선발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1000명 중 500명은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인력으로, 다른 500명은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인력으로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두 정책 모두 의료인력을 확대해 의료취약지역과 응급의료 등 소위 '비인기 과목' 종사 인력을 확충한다는 공통된 취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현재 인구 감소율과 의사 증가율을 고려하면 의사 수는 충분하다고 반박한다.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의사 수련 환경이 열악한 상태에서 예비의사 수를 늘리면 안 된다며 "예산과 학생만 갖고 찍어내듯 의사를 양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의사 수 확대 이전에 제대로 된 수련병원, 전문 의료진, 케이스(환자)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공공의대에 대해서도 의협 등은 "공공의료가 취약한 이유는 공공의대가 없거나 공공병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문가에 대한 이해 부족, 낮은 처우로 인재들이 공공 부문에 종사하기 꺼리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주요대학병원 전공의 파업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본관 앞에서 서울대 의대 3학년생이 의료계 현안 및 전공의 파업 지지 등의 내용이 담긴 성명문을 옆에 두고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대학병원 전공의 파업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본관 앞에서 서울대 의대 3학년생이 의료계 현안 및 전공의 파업 지지 등의 내용이 담긴 성명문을 옆에 두고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방첩약 급여화...유효성·안전성 공방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질환, 뇌혈관질환 후유증 등 3개 질환에 대한 한방 첩약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첩약이란 여러 한약재를 섞어 탕약으로 만든 형태를 뜻한다.

의협 등 의료계는 이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에 앞서 의학적 유효성, 안전성 등에 대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첩약의 경우 이 과정이 생략돼 의약품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성 한약재 관리 및 유통 기준도 미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인류가 처음 마주한 화학 성분 의약품과 달리 오랫동안 쓰여온 자연 유래 성분 한약재의 안전성은 보장됐다"고 반박했다.

유효성 검증 지적에 대해서는 "양약에서도 여러 의약품을 섞어 동시에 처방해 그 조합이 수만 가지에 이른다"면서 "유독 첩약 조합에만 일일이 검증을 요구하는 건 부적절하고, 비현실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동물성 한약재는 양약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기준처럼 한약재 GMP(HGMP) 기준에 따라 까다롭게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급여는 HGMP((우수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를 통과한 약재에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 육성은 4대 의료정책 중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차가 가장 적은 편이다.

의협은 "유관 산업계의 요구와 일자리 창출에 치우친 원격의료에 반대한다"면서도 "감염병 위기 상황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무분별하게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1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의 물리적 접근성의 차이를 없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는 게 의협의 우려다.

정부는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월 말부터 한시적으로 전화를 이용한 상담과 처방이 가능하도록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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