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대기자금 등 유입되며 지난달 예탁금 사상 처음 60조원 돌파
"한꺼번에 빠져 나갈 것"...유동성 장세 마무리국면 진입 분석 나와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증시 투자자예탁금이 지난 8월 한 달만에 12조7000억원 유입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섰다. 증시에선 동학개미발 유동성 랠리가 계속될지 관심이 높다.

물론 예탁금 60조원 중 카카오게임즈 IPO(기업공개) 공모주 청약을 위한 대기 자금이 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 2일 마감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는 58조6000억원의 증거금이 모였다.

이에 카카오게임즈 청약 환급금이 어디로 흘러 갈지가 관심이다.

예탁금은 주식계좌에 있는 현금으로 언제든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라는 점에서 이 돈의 향방이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 및 상담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 및 상담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카카오게임즈 환불 청약금 어디로 흐를까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예탁금은 지난달 31일 60조5269억원으로 사상최대치를 찍었다. 지난해 말 27조3932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20.95% 급증한 금액이다.

그러나 8월 예탁금은 급증은 정상적인 흐름은 아니다.

한 달만에 12조7406억원이 유입된 것인데, 카카오 청약을 노린 일회성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증권사의 대출 등으로 예탁금을 추가로 넣지 않아도 공모주 청약이 가능했는데 카카오게임즈의 경우는 순수한 현금을 넣어야 했고, 이 때문에 은행예금이나 대출까지 끌어와 예탁금을 넣은 개인고객들이 엄청나게 많았다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즈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6월부터 여신한도 부족을 이유로 공모주 청약대출을 무기한 중단했고 공동 주관사인 삼성증권도 사정이 비슷하다.

전날 카카오게임즈 청약 최종 경쟁률은 1524.85대 1로 확정됐다. 증거금은 약 58조6000억원이 모였다. SK바이오팜의 최고 기록 30조9899억원의 두 배에 근접한 규모다.

때문에 이 자금은 청약금 환불이 이뤄지는 9월 4일 이후 일시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시중 유동성 장세가 8월말을 기점으로 다소 꺾인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중 유동성은 급증, 둔화, 축소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며 "지금은 둔화 초기라 봐야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유동자금 여건도 상황이 비슷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단기 유동성 장세 끝을 알리는 신호로 시장금리 하락세 제동, 하방 경직적인 달러화 가치, 금 가격조정 등이 있다"며 "8월에 세가지 신호 모두 관찰된 만큼 단기 유동성 장세는 마무리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 '유동성 장세'는 계속될까?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지난 3월 급락장 이후 예탁금이 꾸준하게 늘었는데, 이는 주식투자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진 결과라는 해석이다.

실제 2월말 31조원대였던 예탁금은 3월말 43조원으로 12조원이나 늘었고, 7월말에는 47조원에 달했다. 이후 지난달 6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급락장 이후 개인투자자는 코스피가 조정을 밟을 때마다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발 빠른 주식쇼핑에 나섰다.

우리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도 '짧은 조정 후 재상승' 국면이 나타났기 때문에 저가매수 전략을 대부분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학습효과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유동자금이 증시로 추가 유입됐고 그 결과가 예탁금 증가로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나서면서 생겨난 유동자금도 가세했다. 이밖에 1% 안팎의 예금금리와 펀드시장의 몰락도 예탁금 급증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런 예탁금을 바탕으로 당분간 증시의 상승 랠리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돌발 변수도 있지만 대내외 여건도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 증시가 상승 탄력을 받고 있고, 이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휘감은 국내 증시에도 일정 부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54.84포인트(1.59%) 오른 2만9100.50에 장을 마쳤다. S&P 500 지수는 54.19포인트(1.54%) 상승한 3580.84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116.78포인트(0.98%) 오른 1만2056.44에 마감했다. 나스닥지수가 1만2000선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연준(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의 장기 저금리 기조 유지 주장과 파우치 소장의 백신 조기 승인 관련 발언으로 강세를 보였다"며 "투자 심리의 견고함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31일 외국인이 1.6조원을 순매도했지만 코스피지수는 1.17% 하락에 그쳤다"며 "상승 과정에서 일시적 외국인 대규모 순매도 발생 때 간기 조정 뒤 상승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코스피지수는 지난 2일 8월 고점대 돌파한 가운데 지난 8월 상승 국면에 비해 최근 높은 수준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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