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보장·수익률 보장 등 논란...현재도 뜨는 'BBIG' 등 투자, 성패 예단은 금물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정부가 정책형 뉴딜펀드 20조원 조성 등 '한국판 뉴딜펀드' 계획을 밝히자 시장은 '기대와 우려'의 뜨거운 반응을 보내고 있다.

모든 국민이 투자할 수 있는 정책펀드로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기대를 하면서도 과거 정권의 '관제펀드'에 빗대 비판의 날을 세우는 이들도 많다.

특히 아직 계획 단계라 각론으로 들어가면 정교하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과도한 희망도, 그렇다고 비판의 시각으로만 바라볼 것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가 원금보장 가능한 얘기?

정부는 정책형 뉴딜펀드의 경우 "사실상 원금보장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고 나섰다.

20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평균 35%를 출자해 민간 자금 65%와 매칭하는 구조인데, 정부 투자분 약 10%는 후순위로 출자해 위험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반 투자자로서는 수익률이 마이너스(-)10%까지 떨어지더라도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런 점을 근거로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원금 보장은 아니지만 사실상 원금보장 효과가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일부 자산운용사의 불법 행위와 대규모 부실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사모펀드와 달리,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가 조성하고 정책금융기관이 주관하는 펀드라는 점에서 금융사고나 불법 행위 가능성은 작을 것이란 기대도 가능하다.

◇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뉴딜펀드는 당초 2~3%대의 일정한 수익률 보장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가 없던 일이 됐다.

수익이든 손실이든 얼마가 될지는 굴려봐야 안다는 얘기다.

어차피 최근 저금리 여파로 금융상품 수익률이 매우 낮다. 이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면 민간 자금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고채(현재 3년물이 0.9%대) 이자보다는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형 뉴딜펀드는 굉장히 안전성이 높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이 2%대 중반만 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원금 손실 부담이 있고, 정부의 일정한 통제 속에 운용하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굴리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뉴딜 분야가 정부의 탄탄한 지원을 받는 만큼 성장세에 따라 단기적으로 쏠쏠한 수익을 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수의 국민이 투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뉴딜펀드는 조성 기간이 5년이다. 20조원 중 민간이 투자하는 돈은 13조원인데 대부분은 은행 등 금융회사나 연기금 몫이다.

금융위는 일반 국민의 참여를 최대 1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연간 2000억원이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 과거 정권 '관제펀드'와 다르다?

이런 형태의 정책펀드는 국정 방향에 맞춰 과거 정권에서도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 땐 녹색성장펀드, 박근혜 정부 땐 통일펀드가 있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나면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았다.

하비만 정부는 이번엔 다르다고 항변한다.

뉴딜펀드는 그린 스마트 스쿨, 수소충전소 같은 민자사업,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 안전관리시스템, 신재생에너지 시설 같은 구체적인 뉴딜 인프라에 투자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거 정책펀드는 사업 실체가 상대적으로 뚜렷하지 않았지만, 디지털과 그린은 유망한 신산업이고, 수년간 정책펀드를 운용하면서 경험이 쌓인 만큼 차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딜펀드가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운용사 선정이나 법률 개정까지 마쳐 실제 국민이 투자하는 단계가 되려면 일러도 내년 하반기가 돼야 한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뉴딜펀드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 뉴딜 수혜 종목은?

한국거래소는 7일 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등 이른바 'BBIG' 종목들로 구성된 K-뉴딜지수를 발표했다.

이번 K-뉴딜지수 발표로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정책'에 힘이 실리는 동시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가가 급등한 성장주 BBIG가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거래소는 K-뉴딜지수를 기반으로 한 뉴딜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를 다음달 상장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가 이날 내놓는 K-뉴딜지수는 총 5종이다.

대표지수인 BBIG K-뉴딜지수는 배터리주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바이오주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인터넷주 네이버 카카오 더존비즈온, 게임주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등 4개 산업군 내 시가총액 상위 3개 종목씩 12개 종목으로 이뤄졌다. 지수는 각 종목의 비중을 12분의 1씩 동일하게 두는 방식으로 산출한다.

이와 함께 2차전지·바이오·인터넷·게임 K-뉴딜지수가 각각 발표된다. 이들 지수에는 각 산업군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각각 편입된다.

증권가에선 K-뉴딜지수 기반 ETF가 상장되면 지수 편입 종목에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 중에서도 게임, 인터넷 업종의 수급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기대감은 해당 종목 주가에 어느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가 K-뉴딜지수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4일 더존비즈온(18.78%), 펄어비스(10.61%), 아프리카TV, 웹젠(3.70%) 등이 강세를 나타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바이오·헬스, 게임 등 성장주 업종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킬 만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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