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 폭행 잔혹사…야구방망이부터 장지갑까지

[트루스토리] 안정현 기자 = 제2의 ‘라면 상무’ 사건으로 불리는 프라임베이커리 강수태 회장의 호텔 직원 폭행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다른 차량의 진입을 막는 강 회장의 차량 이동을 요구한 호텔 종업원의 뺨을 강 회장이 장지갑으로 폭행한 사건은 지난 달 30일 ‘서울신문’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프라임베이커리 불매운동이 시작되는 등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자 프라임베이커리로부터 ‘경주빵’ 등을 납품받은 코레일 측은 30일 이미 납품돼 기차에 배치된 제품까지 모두 회수해 반품해 버렸다. 매출의 대부분을 코레일 측에 의존해 온 프라임베이커리는 사실상 폐업에 들어갔다.

순간의 ‘욱한’ 회장님의 손찌검이 회사 직원들을 실직상태로 만들 위기로 내몬 것이다. 그런데 강 회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1일 ‘서울신문’과 한 추가 인터뷰에서 “(폭행 당일에) 당직실에 찾아가 정중히 사과하고 악수를 했다”면서 직접 사과까지 했음에도 언론에 보도돼 여론의 비난을 받은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롯데호텔 관계자는 ‘서울신문’에 강 회장의 사과는 해당 직원에게 “오늘 일진이 안 좋은 날이라고 생각해라.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라”라며 어깨를 두드린 것뿐이라고 반박, 강 회장 해명의 의문부호가 던져지는 상황이다. 강수태 회장 사건이 ‘충격파’로 다가오는 까닭은 불과 며칠 전 발생했던 포스코에너지 왕모 상무 사건과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차를 빼달라”는 주문에 욱 해서 폭행을 한 것이나, “라면을 제대로 끓여오지 않았다”며 욱 해서 폭행을 한 것이나, ‘갑’의 관계에 있는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을’의 관계에 있는 약자들을 상대로 한 ‘직접적인’ 폭력행위라는 점은 똑같다. 기업인이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을 상대로 폭행을 가한 것은 기업 규모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기업을 책임지는 이들이 평소에 ‘을’의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직시하고 대접하는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마치 액션영화나 소설에서 다뤄질 법 했던 기업인들의 민간인을 겨냥한 폭행 사건이 한국사회를 최초로 강타했던 것은 지난 2007년이다. 당시 한화 김승연 회장은 자신의 아들을 폭행한 술집 종업원들에게 ‘보복 폭행’을 가했다.

2010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인 최철원 전 M&M 대표는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노동자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천문학적인 돈을 ‘맷값’으로 지불하기도 했다. 이윤재 피죤 회장 역시 이은욱 전 피죤 사장에 대한 청부 폭행으로 법적 처벌을 받았다. 문제는 이들 대다수가 ‘집행유예’로 사실상 무죄 처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라면 상무’와 ‘프라임베이커리’ 사건의 가해자들은 자신들을 김승연 회장과 최철원 전 대표와 비교하는 것에 대해 억울해하며 불쾌감을 가질 수 있다. 폭행의 정도가 비교될 수 없다는 항변을 할 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이 볼 때는 똑같다. 폭행의 수위를 보는 게 아니라 폭행의 인식에 대해 평가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규모이든, 상이한 규모이든, 국민의 반기업 정서 형성에 한 몫 했던 기업인들의 폭력행위는 진보적 경제역사에 뒤떨어지는 행동이다.

기업들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어디 ‘폭력행위’ 뿐일까.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갈등, 이를테면 골목상권 침해논란, 대체휴일제 반대 논란 등도 지난 대선을 전후로 경제 민주화가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 이후, ‘반기업 정서’가 생겨나는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입법이 추진되다 중단된 대체공휴일 제도의 경우, 재계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강력 반발했다. 재계가 육체적 ‘폭력’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았을 뿐, 우리 사회의 약자에 대해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라면 상무’ 사건과 ‘프라임베이커리’ 사건은 우리 사회 기업인들이 사회적 ‘을’의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1997년과 똑같다는 것을 반증한다. 1997년 IMF ‘방아쇠’를 당긴 한보그룹 몰락 때 청문회에 나왔던 정태수 당시 회장은 국민을 향해 “머슴이 뭘 알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충격적인 발언은 대한민국 재벌그룹 회장들이 임직원들을 어떤 존재로 생각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말이다. 그렇다고 15년이 지난 지금, 거대 기업자본이 노동자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노동자들이 잇따라 사망하고, 진주의료원 노조를 ‘강성노조’라고 싸잡아 비난하는 것을 보면 과거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불행한 시기라는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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