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등 계열사 주식 모두 약세...장기적 '수소 계획' 차질도 불가피
김동관 부사장이 투자 주도 경영능력 도마에 올라
증권가 "한화 주가 조정 지나치다"...되레 매수기회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한화그룹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기 논란에 휩싸인 미국 수소전기차업체 니콜라 주가가 트레버 밀턴 창업자 사임 소식에 급락하면서다.

지난 2018년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는 니콜라에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했다. 이에 당장 비상장인 이 두 업체를 지배하고 있는 한화솔루션 주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니콜라 창업자 사임 소식이 알려진 21일 한화솔루션은 전날보다 7.40%(3150원) 떨어진 3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도 머쓱해지게 됐다. 한화는 니콜라가 잘 나가자 김 부사장의 선견지명에 의한 투자라며 한껏 치켜 세웠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니콜라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최근 한화솔루션의 주가 급락은 과도하며, 다른 사업부문을 고려할때 향후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콜라 수소트럭. [사진=니콜라 홈페이지 캡처]
니콜라 수소트럭. [사진=니콜라 홈페이지 캡처]

◇ 한화가 '니콜라 사태'에 타격받는 이유

한화그룹은 니콜라가 1회 충전으로 약 1920㎞를 가는 수소전기트럭을 만들겠다는 호언장담에 같이 분위기를 타며 잘 나갔다. 앞서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미국 나스닥 상장 첫날(6월 4일) 주가가 33.75달러, 이후 79.73달러까지 뛰었다.

이에 한화그룹의 투자가치도 20배가 뛰었다. 게다가 한화그룹은 "미국 시장 수소 사업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니콜라 주가는 상장 첫날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의 금융분석업체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가 대규모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을 담아 내놓은 보고서가 영향을 미쳤다. 힌덴버그는 "니콜라는 2018년 '니콜라 원'을 언덕에서 굴려 달리는 것처럼 조작했다"고 지적했고, 니콜라는 반박했지만 결국 "기어박스와 배터리, 인버터는 작동했다"며 사실상 조작을 시인했다.

이후 주가는 곤두박칠 치면서 21일 종가는 고점의 약 3분의 1 수준인 27.58달러로 주저 앉았다.

이에 한화솔루션 등 한화그룹 주가 하락은 니콜라에 투자한 그 어떤 기업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사진=한화그룹]

◇ 김동관 부회장 경영능력도 도마에

니콜라 사업이 사기로 결론나면 다른 기업에 비해 한화그룹의 피해가 큰 구조라는 분석 때문이다.

예컨대 투자에 참여했던 GM이 경우 니콜라가 수소차 개발을 완료할 경우 제조 설비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조건으로 니콜라의 지분 11%를 받았다. 니콜라의 계획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GM이 잃은 것은 크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투자 규모가 큰 한화의 경우엔 다르다.

일단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사업 실패땐 투자금액을 고스란히 날릴수 있는데다, 한화그룹의 추진하는 수소계획 자체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니콜라는 수소전기트럭 개발 외에 수소충전소 직접 구축 및 수소 직접 생산이란 원대한 계획을 세웠고, 한화그룹은 니콜라를 통한 수소 생태계 진입을 예정했었다.

한화에너지가 투자 후 니콜라 수소충전소에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공급하는 권한을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충전소 운영권을 가졌다. 결국 니콜라 논란이 사기로 드러날 경우 한화그룹은 12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손실에 더해 그룹 수소사업 계획 자체가 틀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의 경영 능력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니콜라 투자에 김 부사장 입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초 한화그룹의 미국 현지 벤처투자 전담 조직은 북미지역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을 위해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 공통투자 계획만 짜두고 있었지만, 김 부사장이 니콜라에 힘을 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평소 가깝게 지내는 미국 내 전문가 그룹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니콜라 창업주 트레버 밀턴을 직접 만나가며 투자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 증권가 "한화 주가조정 지나치다"

니콜라의 사기 의혹에 의한 한화솔루션 등의 주가 영향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가에선 시총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하며 태양광 사업부문을 고려할때 향후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2일 보고서에서 "니콜라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 해도 2023년, 2024년 이후 한화솔루션의 니콜라의 향후 매출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과도한 조정이다"라고 말했다.

니콜라 영향으로 한화솔루션 주가는 열흘 간 18% 급락했다.

지분가치 뿐 아니라 추후 니콜라향 수소충전소 운영권, 관련 태양광 발전 매출 발생 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솔루션 자체의 사업은 여전히 순항 중이란 판단이다.

한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케미칼·태양광의 동반 개선에 힘입어 1946억원을 기록, 시장 컨센서스 1759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태양광은 코로나 회복이 더딘 상황이지만 출하량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며 2분기를 저점으로 반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니콜라발 조정은 오히려 비중 확대의 기회라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여전히 한화솔루션 태양광은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국면에 있다"며 "미국 수요 개선과 함께 태양광 부문의 2021년, 2222년 실적은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PVC를 중심으로 케미칼의 이익 개선 폭도 커지면서 전사 이익 체력 역시 강화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조정시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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