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권위자, 맹목적 신뢰는 위험, 최근 종편 출연 전문가 수준미달 많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이전에 한번 얘기한 적이 있지만 극단화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 또한 정부의 임무 중 하나일텐데, 겉으로 보기에는 그러한 임무를 소홀히 하거나 혹은 일부러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는 듯하다.

앞서 소개했던 캐스 R. 선스타인 교수의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원제: Going to Extremes)”에서는 극단화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권위의 함정을 꼽고 있다.

집단의 극단화는 타인이 주는 정보나 지위와 관련된 신호 때문에 일어나는데, 권위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하라고 지시하는 경우에는 정보나 지위가 주는 신호가 매우 크기 때문에 그 지시를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로써 그 유명한 밀그램의 실험을 들고 있다.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권위자들에 대한 사람의 복종 심리를 명확하게 보여준 실험으로 유명하다.

해당 실험에는 세 명의 역할 분담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명령을 하는 사람, 명령에 따라 전기충격을 가하는 실험 참가자, 그리고 전기 충격을 당하는 연기자가 그들이다. (물론 실험 참가자는 전기충격을 당하는 사람이 연기자인 줄 모르고, 그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밖에 없다)

퀴즈를 진행하도록 하고 연기자가 단어를 틀릴 때마다 실험참가자는 연기자에게 전기 충격을 주게 되며, 거듭 틀릴 때마다 전기 충격의 강도를 높여 결국에는 인간이 감내하기 힘든 수준까지 올린다.

연기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끝까지 전기 충격을 가한 사람들은 전체의 65%나 되었다.

권위자에게 굴복하는 보통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실험이다.

또 다른 예로 항공기 사고에 관한 조사를 살펴보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기장의 실수에 대해 부기장이 지적하지 않은 것을 들고 있는데, 이 또한 권위자에게 복종하는 인간의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듯 권위자 앞에서 작아지는 우리의 태도는 정말 문제가 될 수 있다.

밀그램의 실험처럼 혹은 집단 양극화를 이끌고 있는 가짜 뉴스 전파자인 전문가들의 예처럼 말이다.

통계로 제시하는 숫자보다, 실제 그 일을 경험한 다수의 의견보다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의 의견이라면 더 신뢰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권위자 편향 (Authority Bias)라고 한다.

어느 시대마다 다양한 권위자, 전문가들이 있었다. 고대에는 사제나 제사장이 있었고, 얼마 전까지는 교수, 기자, 기업가가 전문가였으며 최근에는 유튜버까지 포함되곤 한다.

그 옛날 전문가들은 의복을 통해 확실하게 권위를 구분 지었으며 (가운, 넥타이, 법복 등) 최근 전문가는 저술과 미디어 소개를 통해 전문가 지위를 공고히 한다.

그런 측면에서 최고의 미디어로 자리 잡은 유튜버들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전문가처럼 대화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정말로 전문가가 보다 나은 결론을 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 즉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전문가의 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때 권위자 편향에 따라 맹목적으로 신뢰할 때는 그만큼 더 위험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해당 분야에 전통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관점을 고수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더하다.

따라서, 전문가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기능적 고착 (functional Fixedness)에 빠질 수 있다.

즉 자신이 가진 기능 지식 때문에 다른 방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인식의 유연성이 감소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잘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제기되는 많은 문제들이 다양한 원인과 결과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기 때문에 전문가들 또한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더 이상 전문가가 아니기 십상이다.

심리학자 테틀록은 전문가들의 예측력에 대한 실험을 통해 두 가지 견해를 제시했다.

대중매체에서 떠받드는 전문가의 예측력이 그렇지 않은 전문가보다 낮다라는 점이다.

‘충분히 그럴만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일례로 최근 종편의 다양한 프로그램들 때문에 정말 수준이 안 되는 전문가가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많은 건강 프로그램들이 ‘특정 질환에 대한 완치 실제 사례-식이 요법-해당 식품에 대한 전문가 견해’ 등의 포맷으로 이뤄져 있고 이에 따라 해당 식품의 판매가 급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전문가와 기업과 미디어의 환장할만한 콜라보이다.

여기에서의 전문가는 그냥 권위자 편향을 이용해서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도구일 뿐이다.

두 번째 견해는 고슴도치와 여우의 비유이다.

고슴도치 전문가는 한 분야를 깊이 알고 이 지식을 모든 분야에 적용하는 전문가다.

여우 전문가는 여러 분야를 얕게 그리고 넓게 알면서 복잡한 문제에 한 가지 해법을 적용하지 않는 전문가다. 두 유형의 전문가를 비교할 때, 여우의 예측력이 대체로 높았다고 한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다양한 자료에서 나온 정보들을 조합하는 유연한 임기응변 방식을 선호하며, 자신의 예측력을 과신하지 않는 전문가가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전문가는 전문가의 영역에서 얘기할 때 빛이 난다.

논리학에서도 ‘부적합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가 있다. 우리는 부합하지 않는 영역에 대해서도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얘기하는 사람들의 말은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

둘째, 최근의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풀기 힘든 요소들로 얽혀 있다.

때문에, 보다 유연한 인식을 가진 전문가들의 말을 조금 더 신뢰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