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활성 이용자 7.3억명, 성장 비결은 소비자와 현장 밀착, 상품 구성 기획자(MD) 없이 AI가 수요예측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일확천금(一攫千金)이라는 말이 있다.

큰 노력 없이 엄청나게 성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재수가 좋다는 의미와 통한다.

이윤을 최대 목표로 하는 기업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그러나 이 만화 같은 일은 시장이 작은 곳에서는 단언컨대 일어날 수가 없다.

동남아 같은 곳에서는 잘 하면 일확십금 정도의 성공을 하는 케이스는 탄생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한국도 아무리 천시(天時. 타이밍), 지리(地利. 사업 장소), 인화(人和. 내부단합), 즉 성공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갖춰지더라도 일확백금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내수 시장이 최소한 한국의 10배인 지금의 중국에서는 언제든 가능할 수 있다.

최근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도 있다.

회사 설립 이후 고작 만 5년 만에 전자상거래 업계의 괴물이 된 핀둬둬(拼多多)를 살펴봐도 진짜 그렇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업력 5년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알리바바와 징둥(京東)의 최고 경영진들의 등에 땀이 흥건하게 나도록 위협하고 있다.

3년만에 나스닥에 가볍게 상장된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는 설립 3년만에 나스닥에 상장되는 괴력을 발휘했다. 핀둬둬의 시가총액은 1600억 달러에 달한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핀둬둬의 가공할 위용은 무엇보다 시가총액에서 잘 알 수 있다.

2020년 연말을 기준으로 무려 1600억 달러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 역시 업계 1, 2위인 알리바바와 징둥(京東)이 부담스러워 할 만하다.

금년 3분기의 경우 지난해 동기보다 90% 증가한 142억 위안(元. 2조414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의 경우 600억 위안 가까이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은 가볍게 나온다.

3분기를 기준으로 한 연간 활성 이용자 역시 경악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고 해야 한다.

7억3000만여 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6%나 증가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14억 명의 중국인 가운데 절반이 핀둬둬 고객이 됐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내년이면 알리바바의 주요 플랫폼인 타오바오(淘寶), 티몰(Tmall. 天猫) 등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성은 더욱 놀랍다.

11월 말을 기준으로 올해 들어서만 새롭게 늘어난 고객이 1억5000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내년에는 2억 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이에 대해 한국 화장품 전문 소규모 쇼핑몰을 운영하는 쑹린(宋琳) 사장은 “솔직히 중국 시장은 너무 커서 하나만 제대로 터지면 엄청나게 성공한다. 혁신이라는 말이 강조되나 그러지 않아도 된다. 핀둬둬의 성공을 보면 진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더욱 커질 것 같다. 당연히 다른 사업가나 기업에게도 이런 기회는 있다. 이 점에서 중국 사업가들은 복을 타고 났다.”면서 핀둬둬의 더욱 큰 성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핀둬둬의 로고/제공=징지르바오.

 

쑹 사장의 말대로 2015년 출범한 핀둬둬는 무서운 속도로 기업의 덩치를 키워가고는 있으나 대단한 혁신적 모델의 기업은 아니다.

사업 모델이 소셜커머스라는 사실을 보면 확실히 그렇지 않나 싶다.

특정 상품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구조로 돼 있는 사업 모델로 미국 그루폰이 원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쿠팡이나 위메프, 티몬 등이 이 모델의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핀둬둬가 성공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아마도 소비자와 현장을 밀착시킨 전략 탓이 아닌가 보인다.

중간 유통단계를 생략하면서 품질 좋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공급한 전략이 소비자의 입소문으로 연결되면서 이용자 수를 큰 폭으로 늘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알리바바나 징둥과는 경쟁이 안 될 정도의 후발주자 입장에서 대도시의 중산층 이상 고객은 과감히 포기하고 중소 도시와 농촌 지역의 고객들을 주 타깃으로 잡고 영업한 전략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당연히 이 전략의 성공은 이후 대도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게 하는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중소 도시와 농촌을 집중 공략하는 과정에서 유명 브랜드보다는 중소상인들이 만든 농산품과 의류, 생활용품 및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의 품질 좋은 제품을 팔면서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낸 전략 역시 주효했다.

한마디로 자사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이익에도 눈을 돌린 진정성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핀둬둬가 자랑하는 성공 전략이 아닌가 보인다.

실제로 핀둬둬에는 온라인 상거래 업체가 필수 인력으로 여기는 상품 구성 기획자(MD)가 없다.

MD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기업이 소비자에게 판매할 상품을 관리하고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이 일은 모두 AI가 해낸다.

우선 AI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소비자의 수요를 예측한다.

이어 그들이 구매할 가능성이 큰 제품을 추천한다.

제품 카테고리별로 공동구매 데이터도 축적한다.

마지막에는 이를 바탕으로 관련 상품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판매자에게는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 수요와 배송 노선 관련 데이터를 제공, 공급 및 배송 효율을 높이기도 했다.

핀둬둬는 앞으로도 직접 배송이나 상품 기획 인력의 고용, 물류 창고 설립 등을 통한 고정 자산 투자를 늘리지 않을 예정으로 있다.

계속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거나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가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는 것이 핀둬둬 최고 경영진들의 판단인 탓이다.

자신들의 사업 모델에 대한 확신을 분명히 보여주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은 확실히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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