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공급한 '토지임대부 주택' 성공..."3기신도시에 도입하자" 주장
장관 내정 후엔 인구변수 언급 '역세권 개발' 공급에 힘 실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7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장소인 과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에게 둘러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7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장소인 과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에게 둘러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는다. 취임 이후 24번에 이르는 '대책'을 내놓고도 서울·수도권은 물론 지방 주요도시의 집값까지 폭등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주 개각에서 새로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앞으로 변 후보자가 내놓을 새로운 '대책'에 대한 기대 또는 우려다.

문 대통령도 지난 8일 신임 국토부 장관과 호흡을 맞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구상하고 있는 공급 방안을 기재부도 함께 충분히 협의하는 등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변창흠표 공급대책'은 무엇?

변 후보자는 과거 학자시절부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공 자가주택' 도입을 주장해 왔다. 과거에 일부 시행됐던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수분양자에 건물만 분양하고, 땅은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는 형태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수분양자가 주택을 팔 때 반드시 공공기관에 처분토록 의무화해 시세차익을 막는 방식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노무현 정부 막바지인 지난 2007년 경기 군포에 첫 공급됐지만, 정작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다.

당시 '반값 아파트' 정책으로 서울 서초와 강남의 보금자리지구에서 시범 실시됐다.

9일 LH에 따르면 토지임대부 주택으로는 군포부곡B2(389가구), 서울서초A5(358가구) 서울강남A4(402가구) 등 3개 지구에 총 1149가구가 공급됐다.

첫 사업장인 군포 부곡지구서는 전용 74㎡ 389가구를 1억3500만원에 공급했는데 불과 40가구만 신청했다.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가 아니었고, 당시 주변 시세를 고려할 때 분양가(1억3500만원)도 매력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머지 물량은 일반분양으로 전환됐고, 현재 단지 내에 3가구만 토지임대부 계약을 유지 중이다.

그러나 서울 강남권에 공급한 토지임대부 주택은 완판됐다. 2011년 10월 공급한 서초A5(LH서초5단지)는 평균 6.9대 1, 2012년 11월 공급한 강남A4(강남브리즈힐)은 평균 3.5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당시 서울 시내 재건축 단지도 미분양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이 침체된 시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실적이다. 강남권 입지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 1억4500만~2억2000만원에 공급한 것이 먹혔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보면 향후에 같은 정책을 추진할 때 '성공의 조건'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결국 입지와 가격의 문제라는 의미다.

LH강남브리즈힐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당시 '토지임대부주택'으로 공급된 LH강남브리즈힐. [사진=연합뉴스]

◇ 왜 더 공급하지 못했나

공급량과 시장의 호응을 따져 보면 토지임대부 주택은 기대 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자들이 이런 유형의 공급을 선호하지 않아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내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욕구가 큰 데 토지임대부 주택은 반쪽(건물)만 소유하는 방식이어서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 토지임대부 주택공급을 늘릴수록 LH 등 공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문제도 있다. 토지분에 대한 임대료 납입 총액이 토지조성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물가상승률도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땅을 소유한 LH 입장에선 종합부동산세도 부담스럽다. 공시지가 상승률과 세율 인상을 반영하면 내년 이후 세부담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LH가 지난해 납부한 종부세 274억원 가운데 약 40%가 LH서초5단지와 강남브리즈힐 2개 단지 토지 소유에 따른 납부분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토지임대부 주택이 많아지면 공사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아예 공급실적이 없다. LH는 2007년 9월 군포부곡B1 단지 415가구를 20년 환매기간으로 설정해 분양했지만 34가구만 신청했다. 이후에도 장기간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자 LH는 단지 전체를 공공분양으로 전환했고, 이때 기존 환매조건부 계약 체결자들도 일반분양으로 전환하거나 계약을 포기했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우리 국민들이 내집마련을 하려는 이유는 실거주 목적도 있지만 부동산은 사 놓으면 가격이 오른다는 믿음도 있다"며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세차익을 인정해 주는 등 과거 실패를 보완하는 꼼꼼한 제도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 또 다른 '대책' 내놓을까

변 후보자는 LH 사장 시절 3기 신도시에 '공공 자가주택'을 도입을 건의한 바 있지만 지명 이후엔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여러 방안을 고민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에 3기 신도시는 사전청약 일정까지 나왔기 때문에 변 후보자가 무리하게 토지임대부 주택공급을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이에 또 다른 부동산 대책으로는 서울 도심 주택공급 추가 확대 방안 등이 거론된다.

도심 역세권에 파격적인 용적률 인센티브를 줘 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이를 통해 젊은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도 늘릴 수 있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그가 한 언론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구상하던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인구구조 변화 등 다른 변수가 생겼다"고 한 발언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변 후보자는 최근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에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에 유추되는 가장 유력한 방안은 역세권 고밀개발이다.

교통 여건이 좋은 역세권에 대해선 과감하게 높은 수준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줘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고, 인센티브 대가로 주택을 확보해 공공임대뿐만 아니라 공공분양으로도 활용해보자는 게 변 후보자의 구상이다.

그러나 이런 구상이 정책으로 이어지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

이미 잇따른 공급대책으로 서울 시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택지는 거의 다 찾아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서울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면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정책으로 여물지는 않았지만 정부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여러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고 변 후보자가 평소 가진 아이디어도 많다"라며 "아직은 구체적인 내용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다른 부처와 협의 중인 내용도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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