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60조원 투자 '새 2025 전략' 공개... '로봇 개'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새 먹거리로 수소연료전지 사업 본격화...2040년 해외서 내연기관 출시 중단

현대자동차가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서울시와 함께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넥쏘의 연료 전지를 이용해 서울시청 외벽에 영상을 투사하는 ‘수소로 밝힌 미래’ 미디어 파사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서울시와 함께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넥쏘의 연료 전지를 이용해 서울시청 외벽에 영상을 투사하는 ‘수소로 밝힌 미래’ 미디어 파사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로운 '2025 전략'을 공개했다.

향후 5년간 60조원을 투자해 스마트모빌리티를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에 수소 솔루션을 추가하고, 자율주행차 출시 시기도 앞당기는 것이 골자다.

'로봇 개'로 유명한 세계 1위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추진 소식도 들여온다. 이를 계기로 미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로보틱스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런 재원 마련을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3조7000억원을 투자해 건설할 예정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기존 지하 7층~지상 105층(높이 569m)에서 50~70층 규모 건물 2~3개를 짓는 방향으로 수정한다는 이야기도 들여온다.

◇ 현대차의 새 '2025 전략'...수소 솔루션 등 3대 사업구조로

현대차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성공적 전환에 속도를 붙이기로 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 UAM(도심항공모빌리티)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업체로, 더 나아가 모빌리티 관련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선언이다.

여기에 수소연료전지 기반 사업인 수소 솔루션을 추가해 '3대 사업구조'로 확대해 미래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은 10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청사진을 공개했다.

'2025 전략'에 따르면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차량 개발을 넘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을 고도화하고 사업을 확대해 그룹의 수소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단순히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선박, 기차, UAM 등 모든 수송 영역에서 기존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핵심으로 자리잡도록 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내구성과 효율성을 갖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밸류체인(가치사슬)과 제품, 사업 모델 등 모든 부문의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HTWO(에이치투)’를 론칭하고 국내와 유럽, 미국, 중국 등 4대 거점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오는 2030년 70만 기의 수소연료전지를 시장에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은 10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투자자들에게 현대차의 미래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은 10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투자자들에게 현대차의 미래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 내년부터 전용 전기차 출시...2025년엔 12개 모델 라인업

현대차는 내년 아이오닉5 출시를 시작으로 전기차 전용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의 전기차와 파생 전기차를 포함해 2025년까지 12개 이상의 모델을 선보여 연 56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로도 내년 전용 전기차 모델 등을 내놓고 국내와 미국에 이어 중국, 유럽 등으로 확대 진출한다.

특히 2040년까지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제품 전 라인업의 전동화를 추진할 계획인데 이는 내연기관차는 출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한국 시장은 제외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2030년부터 유럽, 중국, 미국 등 핵심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전기차로 라인업을 변경한다. 인도와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는 점진적으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한다. 현대차는 전기차 비중을 올해 5.6%에서 2030년 19%, 2035년 46%로 확대해 2040년에는 78%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2040년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8~10%를 달성한다는 게 목표다.

전동화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차세대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을 2025년 시범 생산하고, 2030년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 9월 27일 울산항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와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 2대 등이 사우디 아라비아로 수출길에 오르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지난 9월 27일 울산항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와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 2대 등이 사우디 아라비아로 수출길에 오르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 자율주행 기술 강화·UAM 신사업 박차

자율주행 사업에서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무선 업데이트(OTA) 시대를 연다. 이에 내비게이션에 한정으로 적용했던 OTA 서비스가 자율주행 기술 전반으로 확대된다.

장웅준 자율주행사업부장(상무)는 "오는 2022년 출시되는 양산차에는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주행이 가능한 레벨 3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운전자의 조작 없이 차량이 자동으로 발렛파킹을 하고 스스로 돌아오는 원격 발렛 기능도 2024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한다.

또 UAM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승객과 화물 운송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인 제품군을 구축한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적극 활용해 항공용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을 개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통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재원 UAM사업부장(부사장)은 "현대차는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무인항공시스템(UAS)을 시장에 처음 선보이고, 2028년에는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대표적인 로봇들. [사진=보스톤 다이내믹스 제공]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대표적인 로봇들. [사진=보스톤 다이내믹스 제공]

◇ '로봇 개'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추진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날 현대차 이사회를 연 데 이어 이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사회를 거쳐 인수가 공식화되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추진되는 셈이다. 인수 금액은 당초 알려진 10억달러(1조1350억원)에는 못 미치는 8000억~9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모비스, 글로비스가 인수 금액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고 지분을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인다.

로봇 개 '스폿'으로 유명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분사해 설립됐으며 2013년 구글에 인수됐다가 2017년 7월 소프트뱅크에 팔렸다.

2015년 처음 선보인 '스폿'은 360도 카메라를 장착하고 네 발로 초당 1.58m의 속도로 뛰거나 계단을 오를 수 있으며 방수 기능도 갖췄다. 다만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연구중심 조직이어서 스폿 외에도 기발한 로봇을 내놨지만 사업화에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로봇을 활용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로봇·인공지능(AI) 분야를 5대 미래혁신 성장분야 중 하나로 선정하고 로보틱스팀을 신설하는 등 로보틱스 사업에 주력해왔다.

정 회장은 작년 10월 열린 임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에는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개인항공기(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작년 1월 미국에서 열린 가전·IT 전시회 'CES 2019'에서 바퀴가 달린 로봇 다리 4개를 움직여 걸어 다니는 자동차인 '엘리베이트' 콘셉트카를 처음 공개하고 축소형 프로토타입의 작동 모습을 시연했다. 또 웨어러블 로봇 '벡스'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관련 R&D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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