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연일 사상 최대치 올 들어 2조 이상 급증...증시 조정땐 큰 손실 우려
금융당국도 마통 자금 증시로 유입 주목...은행권 대출조이기로 '선제적 대처'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이날 코스피 그래프와 삼성 관련주의 낙폭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이날 코스피 그래프와 삼성 관련주의 낙폭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개인들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에 잇따라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활약으로 '코스피 3000 시대'를 열었지만 최근 코스피 지수가 단기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신용 투자와 대출을 통한 투자에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개인들의 주 투자종목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들의 주가가 그동안의 급등 피로감으로 한풀 꺾이는 모양새여서 이에 대한 손실도 걱정된다.

◇ 신용융자 '빚투' 연일 사상 최대치

코스피 지수가 최근 주춤한 가운데에서도 개인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빚투'는 연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잔고가 전날보다 136억원 늘어난 21조2962억원을 기록했다.

10거래일 연속 증가로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말(19조2213억원) 대비 올해에만 2조원 이상 급증한 셈이다. 신용융자 잔고는 개인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이다.

통상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개인 투자자의 신용융자 잔고도 증가한다.

코스피는 지난 14일 3149.93까지 오른 이후 이틀 연속 2% 이상씩 하락하며 이날은 3013.93까지 떨어졌다.

신융융자 잔고가 계속 증가하면서 증권사들도 과도한 신용융자 팽창을 제어하기 위해 신용융자 매수를 중단했다.

대신증권은 이날부터 신용거래 융자 매수를 중단했고, NH투자증권도 오는 21일부터 중단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도 각각 지난 13일, 15일부터 신용융자 매수를 중단했다.

또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면서 반대매매 규모도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미수거래 계좌의 반대매매 규모가 387억원에 달해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27일 이후 12년여 만에 가장 많았다.

반대매매는 증권사의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신용거래)의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거나 외상거래로 산 주식(미수거래)에 대해 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강제로 처분해 채권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일부 종목은 고객이 주문금액 대비 20~40%의 증거금만 보유하면 매수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한다. 다만, 결제일(2거래일) 안에 나머지 금액(미수금)을 채우지 못하면 반대매매 대상이 된다.

지난 11일 코스피가 장중 3200선을 돌파한 이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지면서 매도 시점을 놓친 미수거래 물량이 반대매매 대상이 된 것으로 증권가에선 보고 있다.

◇ 금융당국도 '마통' 조이기

금융당국은 새해 들어 증시 투자로 인한 '빚투' 수요가 더욱 몰리자 마통(마이너스통장) 개설을 포함한 은행권 신용대출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개설한 마통을 어떻게 할 방법은 없지만, 고액 한도로 마통을 신규 개설하는 것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꽉 막혔던 신용대출의 빗장이 연초에 풀리는 분위기 속에 마통 개설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마통을 통해 개인 고객의 자금이 은행 계좌에서 증권 계좌로 넘어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인식이다.

이미 받아 놓았거나 새로 만든 마통을 활용한 자금을 주식 투자용으로 삼는 개미들이 많다는 얘기다.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증시 활황에 일조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하는 것에 대한 경계감은 상당하다.

주가 상승 속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른 상황에서 가격 조정이 일어날 경우 빚투로 거액을 주식시장에 쏟아부은 개인의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전문직을 상대로 한 고액 대출 조이기에 더해 마통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이유다.

금융당국 다른 관계자는 "주식 투자는 여윳돈으로 해야 한다"며 "과도한 빚투는 아무래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공식, 비공식 접촉을 통해 고액 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다만 수치상으로는 올해 들어 신용대출 증가세가 '폭증'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금융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과도한 대출 증가가 증시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은행들로부터 월별·연간 대출 관리 계획을 받아 대출 증가율 조율 작업을 하고 있다.

은행별로 차이가 있긴 하나 주요 은행들은 대체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체로 올해 대출 증가율을 과하지 않게 보수적으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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