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의 꼼수 행정, 절차를 오픈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뉴스퀘스트=특별취재팀】 뉴스퀘스트는 6회에 걸쳐 문화재청(청장:김현모)의 놀량사거리 신규지정 조사를 두고 불거진 여러 의혹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취재 결과, 문회재청의 신규지정 조사는 비논리적이고 황당하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악계에 오래 몸 담고 있고, 무형문화재위원을 역임한 A씨는 그 이유를 ‘커넥션’이라고 잘라 말했다. A씨의 이야기는 이렇다.

“다 연결되어 있죠. 문화재가 되려면 교수나 음악이론가, 즉 학자들의 지원이 없으면 안 됩니다. 실기인은 이들을 오래도록 여러 방법으로 모십니다. 공연을 하면 사회를 보게 하거나, 경연대회를 하면 심사위원으로 모시죠. 프로그램에도 인사말을 부탁합니다. 이게 모두 금일봉이 주어지는 겁니다. 이게 일이 년이 아니라 십 년, 이십 년 지속되는 겁니다.

세미나나 학술대회도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론가, 학자가 학술대회 좌장을 맡거나 주제 발표를 하게 되죠. 여기에도 물론 다 금일봉이 있습니다. 이 학자들은 중앙이나 시도의 무형문화재위원 혹은 무형문화재 전문위원을 돌아가면서 혹은 연임해서 맡게 됩니다. 이들은 문화재청의 공무원(학예연구사)과 학맥 등 여러 가지로 연결되어 있죠. 문화재청 공무원들이 이들의 뒷배를 보아주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문화재 위원이나 전문위원은 결국 문화재청에서 결정하니까요. 특정 문화재 위원의 경우 그 영향력이 막강하죠. 이런 게 졸업학부 즉 학맥과 관련되어 있고, 또 특정 학회와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국악계의 원로 B씨는 이렇게 말한다.

“원래 경기소리 문화재가 세 명이었습니다. 묵계월, 안비취, 이은주. 이 경기소리가 문하생이 많아요. 인기가 있었던 종목이죠. 이수생과 전수생이 몰립니다. 그런데 이 세 분이 사망하시거나 연로해진 이후 문화재는 한 사람만 정했죠. 지금도 한 분입니다. 그러다보니 국가무형문화재 제 57호 경기소리에 병목현상이 생긴 겁니다. 그쪽으로만 이수생과 전수생이 몰리다보니 생긴 현상입니다. 제 19호도 ‘선소리산타령’이 주종목이지만 다른 경기소리도 합니다. 그러니 그쪽으로도 문하생이 몰리는 거죠. 그래서 19호도 호황이었죠. 세종문화회관, 장충체육관 같은 데서 발표회를 했으니까요.

그런데 2009년에 황해도 무형문화재 제 3호로 놀량사거리가 정해졌습니다. 이 황해도 문화재 제3호가 만만찮아요. 1999년 '경기국악제'에서 서도좌창 '공명가'를 불러 서도소리 전공자로서는 처음으로 여러 경기소리 전공자들을 물리치고 대통령상을 받았죠. 한마디로 실력파인 거죠. 그러니 국가무형문화재 제 19호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죠. 필사적으로 그 동안의 인맥 등을 총동원해서 황해도 무형문화재 제 3호의 신규 진입을 막아야죠. 이게 이번 일의 본질입니다.”

국악계 원로들의 이러한 지적의 근거는 2008년 “선소리 산타령의 예술적 가치”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 프로그램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다. (국악디지털신문)

일시 : 2008.12.17(수) 10:30~ 18:20

장소 :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 풍류극장

주최 : 한국전통음악학회, 선소리산타령 보존회

주관 : 전통음악진흥연구소

10:30~11:00 등록 사회 :유병진

11:00~11:30 개회사 : 서한범 (한국전통음악학회장·단국대교수)

환영사 : 황용주 (중요무형문화재 19호 예능보유자)

축 사 : 이건무 (문화재청장)·이영희(국악협회 이사장)·김홍렬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좌장 : 김영운(한양대)

11:30~11:50 기조발표 - 산타령의 특징 - 서한범(단국대)

11:50~12:10 특별강연 동·서양의 산타령 - 권오성(동북아연구소장)

이 학술대회는 주최는 한국전통음악학회와 선소리산타령보존회다. 한국전통음악학회는 서한범교수가 설립자다. ☞ 관련정보보기

국가무형문화재 제 19호 황용주가 환영사를 했고 한국전통음악학회장 서한범 교수가 개회사를 했고, 문화재청장이 축사를 했다.

그리고 이 세미나의 좌장은 한양대학교의 김영운 교수가 맡았다.

이로부터 8년이 흘러 2016년 6월 제 19호 경기선소리산타령 발표공연이 있었다. 프로그램을 보면 축사는 서한범 교수가 했다. 서한범 교수는 공연의 해설도 했다.

의혹의 최종 화살은 무형문화재위원회로 향한다.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인적 구성은 심의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한 위원이 연임할 수 있는 규정은 있으나 5번이나 연임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고 타당한 것인가?

문화재청은 사전에 발표하지 못하면 조사 후에라도 공개해야 부정이나 담합을 방지할 수 있음에도 조사보고서를 작성하는 조사위원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조사위원의 신상은 물론이고 그들의 결의 내용이나 평가도 비공개로 하고 있다. 무형문화재위원 회의 내용도 대부분 비공개다.

그리고는 결과를 믿으라고만 한다.

만약 무형문화재 위원회 의결이나 발언 사항이 문화재청 공무원에 의해 왜곡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A씨는 이렇게 덧붙인다.

“신규종목 지정은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과와 영향력 있는 무형문화재 위원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무형문화재위원회에서는 조사위원들의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결정을 하거든요. 그런데 조사보고서 점수 평균이 60점 이하면 회의 안건에 올리지도 않죠. 80점이나 85점이 넘으면 거의 통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60점에서 80점 사이는 토론을 하되 거의 부결됩니다. 그러니 조사보고서가 결정적이라 할 수 있죠.

조사위원을 누구를 선정하고 조정하느냐, 이 문제가 핵심입니다. 무형문화재과와 영향력 있는 무형문화재 위원이 이 종목은 지정해야 하겠다 싶으면,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조사위원을 선정합니다. 무형문화재위원회에서 4, 5 배수로 조사위원 풀을 만들어 놓기는 하지만 그게 형식적입니다. 문화재청은 이런 조사위원을 여러 방법으로 추천받기는 하죠. 하지만 그게 눈가리고 아옹하는 겁니다. 이 종목은 탈락시켜야 하겠다 싶으면, 그 중에서 비우호적인 조사위원을 선정하면 되죠. 조사위원과 영향력 있는 무형문화재 위원 간에는 서로 학맥, 학회 등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조사위원이 무형문화재 위원에게 미리 물어보기도 하지요. 조사위원을 공개하지 않으면 이런 난맥상을 풀기 어렵습니다.

문화재청은 조사위원을 공개하면 심의 대상자의 로비를 받을 수 있고, 또 보복이 두려워 소신있게 평가를 못 한다고 하지만, 그건 심사 후에 공개하면 됩니다. 요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다른 심의는 다 그렇게 합니다. 그렇다고 그런 데서 보복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었습니다. 제대로 하려면 그 종목에 전문성 있는 조사위원을 선정해야 합니다. 경기소리를 심의한다면, 경기소리에 대한 저서나 논문이 있거나 가창 전문가라야 합니다. 서도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배수로 추천해도 실제로는 문화재청과 유력한 무형문화재위원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찾아 조사위원으로 선정하면 결과는 결국 편파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재청만 비밀주의를 고집합니다. 이 비밀주의가 오히려 공정성을 망치는 주범입니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유력한 무형문화재위원, 이들과 연결된 무형문화재전문위원이나 조사위원이 칼자루를 쥐고 있죠.

예를 들어 조사위원들의 조사보고서 평균 점수가 65점 정도가 나왔다는 신규종목이 있다 해요. 그런데 그 종목을 신청한 사람이 실력이 있다는 걸 안단 말이에요. 국악계에 수십 년 종사하다 보면 이름만 들으면 그 사람 실력을 알아요. 그러나 문화재청이나 무형문화재위원회에서는 그런 말이 안 통해요. 조사위원들이 점수를 잘못 매긴 게 뻔히 보여도, 한두 명이 다른 위원들을 설득하기가 힘듭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본인이 로비를 받지 않았냐 하는 의심을 받게 되거든요.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당하는 사람만 억울하게 되는 겁니다. 그럼 그 사람이 재도전하려면 어떻게 해야겠어요? 영향력 있는 무형문화재위원이나 앞으로 무형문화재 위원이 될만한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국가무형문화재는 돈이나 ‘빽’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온 겁니다.

이걸 깨는 방법은 오픈해야 해요. 특히 실연을 할 때는 원하는 방청객도 보게 만들어야 해요. 그럼 장난치기가 어려워요. 수많은 사람들의 귀나 눈을 다 속일 수는 없거든요.

문화재청이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러나 바꾸면 자신들의 영향력이나 장악력, 혹은 카르텔이 무너지거든요. 그러니까 안 바꾸는 거죠. 이런 구조가 계속되는 겁니다. 이게 2021년의 대한민국 문화재청입니다. 국가 예산 1조를 더 쓰는 문화재청이 이렇습니다.”

뉴스퀘스트의 심층취재는 서도산타령 놀량사거리 신규지정 과정에서 드러난 문화재청의 행정 처리가 타당하고 합리적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작됐다.

결론적으로 보면 문화재청의 행정은 미숙하거나 아니면 고도로 계산된 편파성이 있었다.

간단하게 보면 이 문제는 다툴 일도 아니다.

서도산타령 놀량사거리를 종목 지정부터 하고, 그 다음 보유자 인정을 하면 된다. 이게 문화재청의 원래의 원칙이다.

그런데 문화재청은 스스로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편법으로 처리해 특정인에게 이익을 주려고 하다 보니 이런 황당한 일이 발생하고 잡음이 생겼다.

서도산타령이 문화재 종목이 아니라고 했다가 또 현행 국가문화재가 전승하고 있다 하니, 이런 갈팡질팡의 무원칙 문화재청 행정이 모든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법과 규정을 준수해야 할 행정 관청이 오히려 꼼수로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장하고 바르게 평가해야 하는 무형문화재위원회는 도대체 무엇을 했던가 하는 의문도 떨쳐버릴 수 없다.

모르고 손을 들었다면 거수기에 불과하며, 알고 그랬다면 담합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의혹은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와 무형문화재위원회로 향할 수밖에 없다.

놀량사거리 1인 시위와 국민청원과 관련, 취재 과정에서 문화재청 행정의 폐쇄성과 불합리성, 무형문화재위원회의 무능을 확인했다.

취재를 마칠 즈음에 뉴스퀘스트는 김칠성의 고음반을 입수했다(1939년 녹음). 김칠성은 서도소리 명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도 놀량사거리의 가장 원조라 할 수 있다.

김칠성에게 놀량사거리를 배운 김정연의 놀량사거리(1972년 녹음)와 한명순의 놀량사거리 음반(2014년 녹음)도 입수했다. 이를 쉽게 비교할 수 있게 한 소절씩 잘라 동영상으로 편집했다.

이 음원에 모든 진실이 들어있다.(끝)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