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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1-04-21 18:04 (수)
[르뽀 인천공항 24시] '현수막도 내로남불' 인천공항공사 현수막은 불법, 노조 현수막은 노터치
[르뽀 인천공항 24시] '현수막도 내로남불' 인천공항공사 현수막은 불법, 노조 현수막은 노터치
  • 장하늘 자유기고가
  • 승인 2021.04.09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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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주장도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공항운수노조의 정규직화 요구 농성장과 현수막(사진왼쪽)은 인천공항출입국장에  수년째 자리잡고 있는 반면 공사가 스카이72골프장과 법적 분쟁으로 골프장 인근에 내건 현수막은 불법이라며 바로 철거명령이 내려졌다.[사진=인천투데이 제공]

【뉴스퀘스트=장하늘 자유기고가】 인천공항에서 10키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공항 신도시가 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활발했던 이 마을은 요즘 불이 꺼진 시설들이 많다.

여행객으로 만실이었던 호텔은 주말을 제외하곤 텅 비다시피 저녁이면 몇몇 방에만 불이 켜져있다.

7만명에 달하는 공항 종사들 중 미혼의 젊은이들이 주로 거주했던 원룸이나 오피스텔 건물도 태반이 비어 있긴 마찬가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일년 동안 1만명 가량이 이미 직장을 잃었고 살아남은 이들 중에도 현재 휴직 상태인 인원들을 빼면 4만명 정도만이 깍인 임금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모두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시대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공항 신도시 주택 단지에는 1층에 야외 데크를 갖춘 집들이 많다.

개항한지도 벌써 20년이 지나 이 데크가 낡아 몇몇 이웃들은 경비를 들여 데크를 새로 장만했다.

약 5백만원이 든다고 했다.

근데 며칠 전부터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옆집 주민이 이 데크를 혼자 허물기 시작했다.

'주말을 이용해 작업을 하면 한참이 걸려야 완성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매일 관심 깊게 지켜보는데 이 분이 평일에도 계속 혼자서 작업을 한다.

어떤 날엔 학교를 마친 초등학생 딸이 일을 거들기도 한다.

순간 필자는 이 분은 아마 공항 종사자의 일원이고 이번 달부터 휴직에 들어갔구나 생각했다.

대부분의 공항 관련 업체가 직원들을 돌려가며 무급휴직에 내몰다 보니 이 이웃은 그 기간 동안 데크 보수를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슬기로운 휴직 생활이다.

비록 무급이라 수입은 없지만 그 기간동안 생산적으로 데크를 셀프 보수하면 잃어버린 수입만큼의 비용을 절약하게 될 것이니 슬기롭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고통스런 시기를 대다수의 공항 식구들은 묵묵히 평화로운 방식으로 넘기고 있는 것이다.

개항 20년이 된 인천공항의 유지보수 능력은 탁월하다.

터미널 어느 곳을 둘러봐도 이 공항이 20년이나 되었다는 걸 느낄 수가 없다.

모든 시설이 20년 전 그대로이고 바닥도 늘 반짝일 정도로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입국하는 승객들은 터미널을 나서는 순간 도로변에 줄지어 있는 무질서한 현수막을 보게 된다.

내용은 각기 다양하지만 거의가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이다.

출국하는 승객들은 현수막에 더해 중앙 입구 양쪽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흉물스런 농성용 천막을 접하게 된다.

정규직화와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공항 종사 근로자들이 농성장으로 사용하는 이 두개의 천막은 벌써 수년째 그렇게 세계최고의 공항 출국장 입구 양쪽을 점령하고 있다.

공항에 입주한 업체들의 경우 작은 입간판 하나도 공항공사의 승인을 얻어야만 설치할 수 있는데 이 천막은 수년째 이런 절차와는 아랑곳없이 흉물이 되어 버티고 있다.

정규직화라는 민감한 이슈에 대한 찬반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공항에 근무하는 모든 종사자가 정규직화 돼 보다 나은 근로 환경에서 일하자는 주장에 누구보다 더 공감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모든 정당한 요구는 정당한 절차 속에서 더 정당화되지 않을까?

20년을 이 공항과 함께한 필자의 입장에서는 모든 출입국 승객들에게 무질서하고 볼썽 사나운 현수막과 농성천막을 감내하게 하고 때로는 소음까지 참게 하는 방식보단 데크를 고치는 무급휴직자처럼 평화로움 속에서 펼쳐지는 정당한 주장에 귀 기울이고 싶다.

가슴에 자신들의 정당한 주장을 담은 리본을 달고 공항 주변의 작은 쓰레기들을 줍는 평화로운 방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현재 공항 공사와 인근 골프장은 법적인 분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 공사는 골프장 입구 인근에 현 골프장 업체의 시설 운영은 공사 토지의 무단 점유이며 불법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해당업체의 민원을 접수한 행정안전부는 지난 달 29일 이 현수막이 불법이라 정의 내렸고 인천시 중구청은 바로 그 다음날 이를 근거로 해당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골프장 이용객들만이 볼 법한 이 몇 장의 현수막과 벌써 수년 째 공항을 이용하는 전 세계 이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세계 1등 공항에 설치된 현수막과 농성 천막에 대한 행정 기관의 상이한 조치가 주장의 정당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공정과 공평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