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시의회 등 제동...전문가들 "강남보다 강북부터 부작용 줄여가며 매듭 풀라"

15일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15일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 부동산시장이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의 힘 만으론 민간 재건축 규제를 풀기가 어려운데다 자칫 안정돼 가던 가격이 큰 폭으로 뛸 경우 부담도 만만치 않아 분위기만 믿고 지금 매매시장에 뛰어들 경우 꼭지를 잡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서울 아파트 매매심리 9주 만에 다시 상승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12일조사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0.3으로, 지난주(96.1)보다 4.2포인트 올라가며 기준선(100)을 넘겼다.

이 지수는 지난주에 4개월 만에 처음 기준선 아래로 내려갔는데, 이 추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한 주 만에 다시 기준선 위로 올라선 것.

매매수급 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뜻한다. 지수가 100을 넘어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작년 11월 5주 100.2로 100을 넘긴 후 올해 3월 5주까지 18주 연속 100을 웃돌았다.

2월 2주 111.9를 기록하며 작년 7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던 매매수급 지수는 정부가 2·4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한 직후인 2월 3주 110.6으로 내려간 것을 시작으로 지난주까지 8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드디어 지난주에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건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면서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심리가 다시 살아나며 이번 주 다시 100 위로 올라섰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선거 이후 압구정 등 강남 지역과 목동, 여의도 등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고 매물이 들어가는 현상이 관찰됐다"며 "다만 그 밖의 지역은 매수심리가 직전보다 더 강해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의 강남·북 분위기를 살펴보면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은 이번 주 매매수급 지수가 102.2로, 지난주(97.2)보다 5.0포인트 오르며 매수심리가 살아났다.

강남권은 지난주 18주 만에 처음 100 아래로 내려가며 매수 심리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압구정, 목동 등 재건축 단지 위주로 매수 심리가 살아나며 다시 기준선 위로 지수가 올라갔다.

강북권(한강 이북 15개 구)은 98.4로,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지만, 지난주(95.0)와 비교하면 3.5포인트 높아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신월여의지하도로 개통식에서 햇빛에 눈이 부시자 종이를 들어 가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신월여의지하도로 개통식에서 햇빛에 눈이 부시자 종이를 들어 가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매우 심각 위중한 상황...부작용 봐가며 추진해야"

전문가들은 안정세로 접어들던 서울 집값을 다시 흔들 수 있는 매우 심각하고 위중한 상황이라며 오 시장이 직접 진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재건축 규제완화는 오 시장의 서울시 힘 만으론 될 수도 없는 사안인데다 정부 당국도 이를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여서 자칫 분위기만 믿고 매매시장에 뛰어든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얘기다.

이를 의식한 듯 오 시장도 이에 대해 한 발 빼는 분위기다.

오 시장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재건축 속도와 관련 "사실 '1주일 내 시동을 걸겠다'고 한 말은 의지의 표현이었다"며 "도시계획위원회 개최나 시의회 조례 개정이 되려면 한두 달, 두세 달 걸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 과열되는 현상도 나타나서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재건축 단지 급등세에 서울 집값이 다시 흔들리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직접 오 시장의 규제완화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홍 부총리는 "충분한 주택 공급은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불안 요인은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며 "특히 재건축 사업 추진에 따른 개발이익이 토지주(조합)에 과다하게 귀속될 수 있고 이러한 기대가 재건축 추진 단지와 그 주변 지역의 연쇄적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시장 안정을 고려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오 시장의 선택 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자신의 집값 안정을 위한 공약인 18만5000호의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이 되레 서울 집값을 활화산으로 만들 수 있는 폭발력이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오 시장에게 압도적인 표를 몰아준 재건축 단지의 민심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집값 급등으로 주거 사다리가 끊긴데 대한 분노로 오 시장을 지지한 무주택 서민이나 2030 젊은층은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오 시장이 후보 시절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하면서 일부 재건축 단지의 호가가 상승하는 등 영향이 있지만, 재건축의 사업성을 좌우하는 초과 이익 환수제나, 용적률 상향, 안전진단 기준 등은 모두 법 개정 사항이거나 시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문제"라며 "의지만 갖고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재건축 단지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의 재건축 단지 가격 급등세는 규제 완화와 재산세 동결 기대감으로 다주택자 등의 양도세 중과(6월1일 시행)를 의식한 매물은 자취를 감춘 반면 개발 차익을 노린 매수세는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안정세를 타던 서울 집값을 다시 흔들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큰 틀에서는 오 시장이 공약한 민간주도 재개발·재건축이 맞지만, 궤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한강 변 재건축을 서두를 게 아니라 강남보다는 강북부터 부작용을 줄여가면서 재건축 매듭을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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