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남용' 해결 위해 '4R' 전략 집중...디자인 단계부터 폐기까지 순환경제 구축 나서
폐공병 업사이클하는 '그린사이클' 캠페인 계속...공병 반납·내용물 리필 등 인식 개선 선도

아모레퍼시픽은 '환경 책임주의'를 바탕으로 플라스틱 재활용 등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이니스프리의 업사이클링 참여 시설 'NEW 공병공간'의 모습. [사진=아모레퍼시픽]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 세계 뷰티 업계가 '재활용 안 되는 예쁜 쓰레기'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유리와 금속, 플라스틱 등 여러 재질이 혼합된 화려한 화장품 용기를 만들어야 하지만, 대부분 재활용하기 어려워 일반 쓰레기로 소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화장품 용기의 지속 가능한 순환 경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이 있다. 설화수와 이니스프리, 에뛰드, 헤라 등 굵직한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다.

회사는 1993년 환경·제품·고객에 대한 '무한책임주의'를 선언한 이후 연구 단계부터 생산, 유통, 소비, 폐기까지 전 주기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줄이는 데 몰두하고 있다.

또한 버려진 화장품 공병을 수거해 새로운 작품이나 굿즈로 재탄생시키는 고객 참여형 캠페인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속가능 경영과 환경을 위한 다양한 실천들을 대중에게 공개하며 '더 아리따운 세상(A MORE Beautiful World)'을 만들기 위한 행보를 성실히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종합선물세트 '도담 9호'의 지지대는 공병 재활용 원료(PP) 약 1.3톤을 투입해 제작됐다. 아모레 관계자는 "플라스틱 공병을 펠릿으로 제작해 제품 지지대의 원료로 사용한 국내 첫 사례"라고 말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 포장재·용기부터 뜯어고친다...'4R'로 플라스틱 

아모레퍼시픽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환경 이슈는 '플라스틱'이다.

녹색연합 등 환경보호 단체에 따르면 현재 생산되고 있는 화장품 용기 중 58.6%는 플라스틱이다. 10개 중 대략 6개는 플라스틱으로 제조되며, 이중 다수는 재활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아모레는 재활용과 재사용이 쉬운 원료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순환 경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현재 회사가 목표로 삼고 있는 '4R 전략'은 ▲Recycle(재활용) ▲Reduce(불필요한 사용 감축) ▲Reuse(재사용) ▲Reverse(물질 재활용) 등 핵심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아모레는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환경성을 고려하는 '에코 디자인' 원칙을 개발해 신제품 포장재를 개발 단계에서부터 점검하고 있다.

원료 및 포장재에 중금속 사용, 포장재와 부자재에 폴리염화비닐(PVC) 사용 및 코팅 등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여기에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재생 가능한 식물 자원으로 만들어지는 '식물 유래 플라스틱'도 브랜드 제품에 적극 적용되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미장센, 해피바스 등은 사탕수수 추출물로 제작된 바이오 페트(Bio-PET) 기술을 도입해 기존 페트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20% 이상 감축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튜브를 대체할 '종이 튜브'를 대량 생산, 나노박막 차단 기술을 접목해 유통기한이 짧다는 문제점도 해결했다.

또한 FSC 인증 지류와 식물 부산물 종이 등 다양한 친환경 지류를 2차 포장재인 상자에 활용해 삼림 파괴 문제에도 대응하고 있다.

FSC 인증은 과도한 벌목 대신 해초 등 버려지는 식물자원을 활용해 만들어지는 지류에 부여되는 국제 인증이다.

이에 지난 4월에는 한솔제지와 지속가능 친환경 포장재 및 원료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100% 생분해가 가능한 용기를 개발하는 데 협력하고 있다.

두 회사는 감귤 껍질을 활용한 친환경 용지를 개발해 이니스프리 포장재에 적용하고 있다.

아모레는 이러한 전략을 보다 책임감 있게 실현하기 위해 올해 3월 국내 뷰티업계 최초로 글로벌 RE100에 가입했고,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에도 참여해 석유 기반 플라스틱 감축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미술 전시 행사인 '그림도시 S5 Waypoint : 서울'이 열렸다. 이 곳에서는 소비자들이 아모레퍼시픽 매장에 반납한 공병 1652개를 활용해 제작한 작품이 전시됐다. [사진=아모레퍼시픽]

◇ 애물단지 폐공병, 새로운 작품·굿즈로 재탄생

아모레퍼시픽은 버려진 공병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그린사이클'(Green Cycle)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친환경 인식을 높이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아모레 관계자는 "그린사이클 캠페인은 다 쓴 화장품 공병을 매장에서 회수해 재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산물들도 창의적으로 재활용하거나 예술 작품 등으로 업사이클링 하여 자연과 공존하려는 친환경 사회공헌 활동이다"라고 설명했다.

먼저 아모레는 2014년 10월 '핑크리본 사랑마라톤' 서울대회를 진행해 화장품 공병으로 조형물 '핑크리본'을 전시한 데 이어 2016년 서울빛초롱축제, 2017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각지에서 공병을 재활용한 조명장치와 조형물을 선보였다.

이후 2020년 9월에는 고객들이 반납한 공병 중 1652개를 활용해 제작한 업사이클링 예술작품 '1652人의 여름들'이라는 관객 참여형 미디어아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린사이클 활동은 매장용 바닥재와 집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롯데면세점 코엑스점과 이마트 자양점 등 아모레퍼시픽 매장 바닥재와 집기용 상판에는 버려진 플라스틱 공병 분쇄물과 초고강도 콘크리트(UHPC)를 섞어 만든 테라조 기법이 적용됐다.

일상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고객 참여형 업사이클링 활동도 계속되고 있다.

아모레는 2009년부터 다 쓴 화장품 공병을 매장에 비치된 공병 수거함으로 가져오면 멤버십 '뷰티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뷰티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가치와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서울 종로구 소재 '공병공간'을 리뉴얼하기도 했다.

고객들은 이곳에서 다 쓴 화장품 공병을 반납하는 것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분쇄물로 튜브 짜개 등 새로운 굿즈를 만드는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클래스도 운영된다. 지속가능한 삶을 주제로 한 '플레이그린 클래스'에는 사용 기한이 끝난 메이크업 테스터 제품으로 컬러링 엽서를 만드는 등의 다양한 체험형 강의 및 강연이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다 쓴 공병에 샴푸와 바디워시 등의 내용물을 소분으로 리필·판매하는 '리필스테이션'도 지난해 10월부터 아모레스토어 광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아모레 측은 앞으로 리필이 가능한 제품 가짓수를 늘려 새로운 공병을 만드는 대신 이미 사용된 플라시틱을 또 다시 쓸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고객은 리필에 앞서 자외선 LED 램프를 사용해 용기를 살균 처리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10월 중순부터 운영하고 있는 '아모레스토어 광교' 매장 내 리필스테이션의 모습. [사진=아모레퍼시픽]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별 다양한 전략을 통해 환경 보호 인식이 높아진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잡기에도 돌입했다.

일례로 프리메라는 매년 4월 지구의 날을 맞아 진행하는 '러브 디 어스'(Love the Earth) 캠페인에서 업사이클링 브랜드 '누깍'과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출시해 고객이 제품 구매만으로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올해 10회를 맞이한 해당 캠페인에서 선보인 '워터리 크림' 업사이클링 에디션에는 폐현수막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카드 지갑을 만들어볼 수 있는 DIY 키트가 내장돼 MZ세대 소비자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앞으로 아모레퍼시픽은 테라사이클과 GS칼텍스 등 최근 협력을 약속한 기업들과 함께 플라스틱 용기를 100톤 이상 재활용하는 등 친환경 행보에 더욱 가속도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아모레 관계자는 "플라스틱 이슈는 2021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환경 문제"라며 "고객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주체로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운동을 제시하며 앞으로도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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