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19일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지난 주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 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 공개에 이은 것이었다. 이 두 문건에서 국정원은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정부에 비판적인 국민을 적으로 삼고 심리전을 벌여왔음이 분명히 확인됐다. 이 문건들은 그동안 알려진 국정원 3차장 산하의 대북심리국에서 담당한 것이 아니라 2차장 산하 국익전략실에 관여한 것이었다. 국정원 전체가 정치공작을 벌인 범죄조직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가 되면 ‘국정원 개혁’이 아니라 ‘국정원 해체’라는 말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국정의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공작 기관인 국정원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특히 이 정치공작들에 관련된 국정원 직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만큼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들에는 국가정보원이 국내 정치 및 정책사안인 반값등록금 문제를 비롯해, 복지정책 확대, 해고자 복직이나 비정규 근로자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런 행위 자체가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관심을 갖거나 정보를 모으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서울시장 또는 야당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관련 홍보자료를 작성해 ‘심리전’에 활용한다는 것은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정치공작’이다.
 
국가안보와 관련해서만 활동하도록 정해진 비밀정보기관이, 국내 정치 및 정책사안과 관련해 정보를 수집하고 공작에 나서는 것은 국가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린 것이다. 국정원을 해체하고 새로 정보기관을 구성하는 방식말고 국정원을 일부 개혁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지 의문이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의 총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 중대 사안을 방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정원과 정치개입 사건의 직원을 비호하는 발언 외에는 국정원 정치개입사건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보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더 이상 전임 정부에서 일어난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정치공작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국정원의 정치공작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검찰도 문제다. 검찰의 수사는 지난 대선 시기를 앞둔 인터넷상에서의 정치개입과 여론전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며, 지금껏 알려진 국정원 3차장 산하 조직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이라는 문건이나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 공세 차단” 문건들은 인터넷상에서의 정치개입을 벗어난 것이며, 인터넷의 각종 사이트에서 정치개입을 한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 3차장 산하의 대북심리국를 넘어 국정원 2차장 산하의 조직과도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장이 접수되어야 수사를 하겠다는 검찰의 태도는 범죄를 수사한다는 기본 소임을 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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