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고서야 쓰레기 보도를 할 수는 없는 노릇

[트루스토리] 허위사실을 날조해 5.18민주화운동의 사실과 의미를 통째로 왜곡하는 일이 이른바 언론이라는 종편채널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종편채널인 <채널A>와 <TV조선>이 5.18민주화운동 33돌을 앞두고 이러한 행위를 저질렀다. 두 방송사의 <김광현의 탕탕평평>과 <장성민의 시사탱크> 프로그램은 북한군 출신 탈북자의 증언 형식을 빌려 5.18민주화운동이 마치 북한의 주도면밀한 기획과 작전으로 일으킨 폭동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날조하여 방송했다. 심지어 5.18 당시에 전남도청을 접수했던 광주시민들이 사실은 모두 북한에서 내려온 북한군들이었다는 주장에서는 기가 막힐 뿐이다. 종편방송과 이날 출연자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쓰레기 보도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너무나 많은 항쟁 참여자들과 당사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살아 있음에도 터무니없는 허위사실과 날조를 통해 광주항쟁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두 방송사는 그 여파가 엄청날 것이라는 점을 알았을텐데도 불구하고 날조된 허위사실과 왜곡된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민주주의 쟁취 투쟁 역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이었던 5.18민주화운동의 의미 자체를 심각하게 부정하고 싶었던 속내가 드러난 것이고, 박근혜 정부를 통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겠다고 작심한 것에 다름 아니다.

역사왜곡을 통한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과 헌법 모독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독재자였던 이승만과 박정희를 미화하는 역사왜곡을 진행해오던 까닭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 같은 충격적인 방송사고가 발생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5월18일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 맞는 민주화 역사의 상징적인 기념일이어서 역사에 대한 정부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 그런데 5.18 주간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극우적인 인터넷 사이트인 ‘일베’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을 비하하고 광주시민을 조롱하는 글들이 난무하는가 하면, 고려대학교 학생회가 개최한 5.18민주화운동 사진전에 엉뚱한 사진을 부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심지어 국가기관인 국가보훈처는 5.18관련단체와 민주시민단체들이 요구했던 5.18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해 기념식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파행을 초래하였다. 국민은 이러한 일련의 조직적인 행위들을 보면서, 여기에는 종북의 색깔론을 덧칠해서 ‘광주’를 철저히 고립시키고 그 의미를 탈색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민주화 운동의 역사마저 부정하려는 술책이 숨겨져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이번 방송 사태도 그러한 연장선에 있다.

이번 방송 사태는 민주주의 역사를 왜곡하려는 수구 보수세력과 이들을 적극 대변해온 종편채널의 합작이다. 그래서 온 국민은 종편채널을 과연 언론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종편채널이 모두가 우려했던 대로 반사회적, 반역사적 흉기로 변해가고 있다. 민주주의와 언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도 불구하고 언론처럼 위선을 떨며 온갖 대기업 광고를 물어가며 자본을 갈취하는 종편채널들은 도리어 민주주의와 한국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다. 여기에 언론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격과 전문성마저도 내팽개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국민은 반사회적이고 반역사적인 프로그램을 내보낸 두 종편채널의 허가를 취소할 것을 방송통신위원회에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5.18 정신 훼손과 역사왜곡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두 종편채널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겠다고 작심한 것이자 언론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규정할 수 밖에 없다. 방송사 허가 취소와 상관없이 종편채널들은 사과는 물론 방송사를 운영하는 마지막 그 날까지 재발방지를 천명해야 한다. 죽음과 피로써 이 땅에 민주화의 초석을 이루어낸 5월 영령들이 지켜보고 있는 게 두렵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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