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출범 전망...자체 신용평가시스템으로 독자노선 고집했지만 금융당국 압박에 선회
알리바바 향한 '군기 잡기' 거세져...IPO 불발·반독점 과징금 등 노골적 규제 계속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중국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이 중국 국영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10억 명의 금융정보를 중국 당국에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앤트그룹이 중국 국영기업과 신용정보회사를 오는 3분기에 세우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용정보회사가 출범할 경우 앤트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알리페이 사용자 10억 명 이상의 금융정보는 중국 당국의 관활권으로 넘어가게 된다.

WSJ는 소식통의 말을 빌려 "그동안 10억 명이 넘는 개인이 알리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며 돈을 쓰거나 빌려왔다"라며 "이를 통해 앤트그룹이 수집하고 사용한 정보는 최근 몇 년 동안 회사의 성공 비결로 작용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국영기업이 합작 회사의 운영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식에 일각에서는 앤트그룹의 실질적 지배자인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중국 금융당국의 잇따른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개인과 기업의 은행 거래내역을 취합해 신용을 평가하고 있지만, 은행 대출이 없거나 대출을 받지 못한 국민에 대한 신용 평가는 불가능했다.

이에 당국은 앤트그룹을 포함한 사기업들에게 고객의 금융정보를 공유하길 요구해왔지만 앤트그룹은 고객의 동의 없이 정보를 공유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앤트그룹은 신용정보회사 지마 크레디트를 자회사로 두는 등 자체적인 신용평가 시스템을 운영하며 독자노선을 고집했다.

그러던 중 중국 당국이 노골적인 규제 작업에 속도를 내자 결국 입장을 선회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WSJ는 "최근까지 앤트그룹은 중국의 금융규제 기관의 압력에 저항해왔지만 광범위한 규제 단속이 이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라며 "중국은 앤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 과도한 데이터 수집과 느슨한 소비자 개인 정보보호 등의 문제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군기 잡기'는 거세지는 모양새다. 지난 4월 인민은행은 앤트그룹 경영진을 웨탄(예약면담) 형식으로 소환해 금융지주회사 개편을 요구했다.

웨탄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을 불러 직접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형식을 뜻한다.

마윈이 공산당 체제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표적이 되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상하이 금융 포럼에 참석한 고위 공산당 관계자들 앞에서 "시중은행들은 전당포와 같다"라며 "리스크에만 집중하고 발전을 간과해 많은 기업가를 어렵게 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금융 당국의 소환으로 문책을 받았고 홍콩과 중국 증시에 동시 상장될 예정이었던 앤트그룹은 당국의 지시로 기업공개(IPO)가 불발됐다.

지난 4월 국가시장감독관리 총국은 알리바바의 양자택일 관행을 문제 삼으며 반독점 과징금으로 182억위안(약 3조1931억원)을 부과했다.

알리바바가 자사 쇼핑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에게 다른 경쟁 플랫폼에 입점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며 시장 경쟁을 위축시켰다는 지적이다.

한편 앤트그룹은 이번 합작 신용평가회사 설립과 관련해 공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 인민은행도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WSJ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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