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병산리 병산서원 배롱나무군(群)

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안동 병산리 병산서원 배롱나무 여섯 그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롱나무 군락 중의 하나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병산서원은 원래 고려 때 교육기관으로 처음 세웠던 풍악서당(豊岳書堂)을 1572년(선조 5년)에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1542~1607)이 병산리로 옮긴 것으로, 병산서원이라는 이름은 류성룡 사후인 1614년에 얻었다.

사적 제260호로 지정된 병산서원은 자연환경과 잘 어울리는 건축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칭송된다.

특히 서원 앞을 흐르는 낙동강을 내다볼 수 있게 지어진 만대루는 조선 시대 건축의 백미다.

만대루는 여름이면 붉은 배롱나무꽃에 둘러싸여 붉은빛을 띤다.

단아하게 자리 잡은 만대루와 화려하게 피어난 배롱나무꽃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오래된 나무 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배롱나무꽃의 붉은빛이라든가, 이끼가 묻어나올 만큼 해묵은 기와 위에 드리워진 배롱나무꽃의 아스라한 그림자는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개화기의 배롱나무꽃 잔치는 배롱나무는 서원 입구인 복례문(復禮門) 앞 진입로에서 시작된다.

서원에 들기 위해서는 동재(東齋) 옆으로 난 작은 문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복례문을 통해 천천히 서원 경내로 들어서야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피어난 배롱나무꽃의 붉은 정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배롱나무꽃의 향연은 복례문 안으로 들어선 작은 공간으로도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복례문으로 들어서면 곧바로 만대루 마루 밑을 통과하게 된다.

길에서 이어진 돌계단 양옆에 다시 배롱나무가 한 그루씩 서 있다. 역시 붉은 꽃을 활짝 피운다. 

병산서원 배롱나무꽃의 화려한 절정을 온전히 느끼려면 병산서원의 중심 건물인 입교당 뒤란으로 돌아 들어가야 한다.

입교당 서쪽으로 돌아서면 길모퉁이에서 커다란 배롱나무를 만나게 된다.

2003년에 보호수로 지정된 병산서원 배롱나무 여섯 그루다.

여섯 그루 모두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울 만큼 크고 건강하게 잘 자랐다.

여섯 그루의 배롱나무는 그 크기가 서로 엇비슷한데, 높이가 8m쯤 된다. 

큰 키로 자라면서 넓게 펼친 배롱나무 가지는 입교당 지붕 위까지 뻗어있다.

배롱나무들은 정성껏 보살핀 탓에 모두 건강하다. 장판각(藏板閣) 앞에 두 그루, 존덕사(尊德祀)와 전사청(典祀廳) 앞에 또 두 그루, 그 곁에 작은 배롱나무까지 줄지어 서 있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서원에서 글공부하던 유생들과 함께 뜨거운 여름날을 붉은 정열로 보내며 세월의 풍상을 아로새긴 나무들이 여전히 건강하게 서 있다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

유난히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배롱나무 줄기 표면에 얹힌 세월의 더께는 나무들을 더 아름다워 보이게 한다. 

병산서원 배롱나무들의 줄기에는 옹이도 생겨났고, 찢겨 구멍 난 곳도 더러 있다. 자잘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여전히 건강하고 가지마다 싱그럽게 꽃을 피운다.

오래된 배롱나무는 병산서원의 상징으로 앞으로도 매년 붉고 화려한 기억을 더해갈 것이다.

<안동 병산리 병산서원 배롱나무군(群)>

·보호수 지정 번호 08-04–
·보호수 지정 일자 2008. 4. 7.
·나무 종류 배롱나무 6그루
·나이 380년
·나무 높이 8m
·둘레 0.8m
·소재지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 31
·위도 36.540654, 경도 128.552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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