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지난 15일 대법원은 정상적인 결혼관계(배우자 양측의 이혼 의사가 합치되지 않은 상태로 법률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의 부부강간죄를 인정했다.
 
한국전쟁 직후인 53년 제정된 형법은 비슷한 범죄를 유형별로 묶어 놓았는데 강간죄는 ‘정조에 관한 죄’에 포함됐다. 강간죄를 처벌함으로써 보호하려는 법익은 ‘여성의 정조’나 ‘성적 순결성’이라는 의미다. 특히 혼인관계로 맺어진 부부 사이에 지켜야 할 의무로 성관계가 포함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후 95년 형법을 개정하면서 ‘정조에 관한 죄’가 ‘강간과 추행의 죄’로 바뀌었다. 그리고 2012년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가 ‘부녀’에서 ‘사람’으로 바뀌었다.

대법원은 지난 1970년 실질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남편의 강간죄 적용을 불인정했다. 이 판례는 부부 강간죄 판단의 잣대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2013년 대법원 판결은 70년 대법원 판결 이후 43년만에 실질적인 부부관계 하의 남편의 강간죄를 인정한 것이다.

1995년 ‘정조에 관한 죄’가 ‘강간과 추행의 죄’로 개정된 취지는 강간죄의 보호법익을 정조가 아닌 여성의 존엄성과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강간죄를 부부관계에까지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9년 대법원 판례에서는 결혼이 파탄 나고 이혼을 합의한 경우에만 강간죄를 인정했다. 결혼 유지되는 경우에는 성관계에는 70년대 의식을 반영한 판결이 있었다. 즉, 95년 형법 개정의 취지에 맞는 실제적인 판결은 2013년에서야 이루어진 것이다.

법률상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양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며 혼인과 성에 관한 시대변화의 조류와 보조를 같이 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부부 사이에 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판례의 경향은 강간죄를 인정하기 위한 강간죄의 폭행·협박의 정도에 대해 기본적으로 ‘항거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을 요구한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경우 특히 부부관계라는 점이 다른 강간죄 인정 기준보다 관대해질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지, 가해자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어떤 장소에서 사건이 일어났는지 상관없이 성범죄가 용인돼서는 안 되며 인권은 지켜져야 한다.

강간죄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다. 즉 원치 않는 성관계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강간죄가 성립해야 한다. 그래서 강간죄 유무는 피해자 보호의 입장에서 적극적 동의 여부로 결정돼야 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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