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해외 출장에 남자 인턴만…술 대신 주스

전문가들 “성폭력 본질 호도하는 행태”

[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윤창중 스캔들’ 이후 제2의 윤창중을 막기 위한 공직사회의 몸부림이 답답함 그 자체다.

지난 18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제2차 아시아·태평양 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출장길에 오르면서 지원 업무를 맡게 될 인턴 3명을 모두 남성으로만 선출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일정이 강행군인 까닭에 남성으로만 선정한 것이지, 의도적으로 여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누가 봐도 ‘섹스 스캔들’을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다.

한발 나아가 정 총리는 다음 날인 19일 치앙마이 한인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술 대신 오렌지 주스로 건배하고, 출국 전에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만 수행원으로 데려갈까 하는 생각도 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윤창중 사태’에 정부 당국이 잔뜩 긴장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공직사회의 태도는 성폭력 사태의 진실을 곡해하고 여성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무책임한 행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여성 수행원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행태는 성폭력의 1차적 원인제공을 여성이 한다는 근시대적 사고방식과 한 배를 탄다.

성폭력은 사실상 집단적 권력을 가진 ‘갑’의 횡포이고 성폭력을 사실상 차단하기 위해서는 성폭력과 여성 인권에 대한 지도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여성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여성의 싹을 없애야 현 정부의 천박한 인식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수행원들에게 억압적 사고의 금주령을 내리고 술 대신 주스로 대신하자는 다소 어색한 퍼포먼스도 “성폭력 사건이 남성의 지배적 과욕에 따른 게 아니라 술 때문”이라는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행태의 반복이다. 수많은 성폭력 가해자들이 “술 때문에, 나도 모르게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과 진배없다.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현 정부가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답습하고 있다”며 “술 때문이라는 것은 핑계를 공고히 하는 방식이고 이는 성폭력에 대한 그 정도의 감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상당수 누리꾼들도 “차라리 모든 공직사회의 대변인을 여자로 뽑으라” “남자 인턴이 성추행 당하면 그땐 여성으로 뽑을 텐가”라고 비아냥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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