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20년 넘은 서울 아파트 1∼6월 기준 3.06% 올라
'2년 실거주' 백지화…"집주인·세입자 모두 피해자"

서울 노원구·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서울의 노후 아파트값이 신축 아파트에 비해 2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기대감 등이 가격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20년이 넘은 아파트값은 올해 상반기(1∼6월) 주간 누적 기준 3.0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이하인 신축 아파트가 1.58% 오른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이 3.78%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동북권 3.15%, 서남권 2.58%, 서북권 2.13%, 도심권 1.48% 등 순이다.

'강남권'으로도 불리는 동남권에는 압구정·대치·서초·반포·잠실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다. 이들 단지가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한 셈이다.

동북권에는 노원구 상계동 등의 주공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이 활발하고, 서남권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몰려 있다.

노후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으면 가격이 뛰는 특성이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들은 정부가 지난해 6·17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를 조합설립 인가 이후에 구입하면 입주권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 규제를 피하려 서둘러 조합설립 인가를 받는 등 사업을 서둘러 추진했다.

6·17 대책 이후 올해 초까지 강남구 개포동 주공 5·6·7단지를 비롯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방배동 신동아, 송파구 송파동 한양2차,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 양천구 신정동 수정아파트 등이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받으며 사업에 속도를 냈다.

압구정동에서는 올 2월 4구역을 시작으로 5·2·3구역 등이 잇달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은 해당 지역 전체의 집값 상승도 견인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은 주간 누적 기준 2.29% 올랐다.

노원구가 3.80%로 가장 많이 올랐고, 송파구(3.54%), 서초구(3.31%), 강남구(3.05%), 마포구(2.75%), 양천구(2.53%), 도봉구(2.35%) 등이 평균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주요 재건축 단지를 품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작년 6·17 대책의 핵심 내용인 재건축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 방침을 백지화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정은 당시 서울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을 잡겠다면서 강력한 수요 억제책으로 실거주 2년 요건을 채우지 않으면 재건축 후에 분양권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대책 발표 직후부터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토지거래허가제 등 더욱 강력한 규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 세입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국토위는 상임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실거주 2년' 의무 조항을 삭제했다.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내놔 오히려 전세난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재건축 아파트로 들어가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세입자들이 원치 않는 이사를 가야했고, 결과적으로 전세 물건이 줄어 전세난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지난 1년 사이 2억1774만원(9억2509만원→11억4283만원) 올랐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가격 상승 속도가 일반 아파트보다 2배 가까이 빨랐던 것을 생각하면 재건축 아파트 매도자가 치른 기회비용은 이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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