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국산화' 항목 담은 지침 비공개 발송...미국 수입 의존도 낮추려는 취지
첨단의료기기 등 미 주요산업 타격 불가피...바이든도 '바이 아메리칸' 정책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베이징 신화/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자국 제품 구매를 늘리는 '바이 차이니즈'(Buy Chinese) 지침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복수의 미국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엑스(X)선 기계나 자기공명영상장비 등 수백 가지의 주요 품목을 100% 국산화하는 조달 지침을 마련했다.

통신은 중국 재무부와 공업정보화기술부(MIIT)가 구체적으로 지난 5월 14일 '수입 제품의 정부 조달에 대한 감사 지침'이라는 제목의 문서 551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문서는 자국의 종합병원과 주요 기업, 기타 국영 바이어들에게 비공개 배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총 315개 항목에 대해 25%~100% 국산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당시 이러한 내부 문서를 만들지 않겠다는 데 동의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관련 내용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식통들은 이 문서가 미·중이 2020년 1월 합의한 1차 무역 합의정신을 위반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중국이 사실상 미국을 저격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2020년 기준 미국에 약 1240억달러(약 142조5000억원)를 수입했고, 구매를 진행한 대부분은 중국의 국유 기업 및 정부 관련 기업이다.

이중 의료·건강 부문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피치솔루션에 따르면 존슨앤드존슨 등 미 의료기업의 의료기기 수출액은 2018년 총 475억달러(약 54조5770억원)였고,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45억달러(약 5조1705억원)에 달했다.

이에 중국은 내부 지침을 마련할 때 특히 의료 제품 국산화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특히 미국의 주요 첨단기술장비인 자기공명영상장비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현재 중국 재무부 등 정부 부처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더그 배리 미중경제협력위원회 대변인은 "우리는 사본을 본 적은 없지만 문서의 존재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자국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바이 아메리칸'에 공식 서명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바이 차이니즈'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조지 부시(2세) 대통령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체제로 전환했을 당시에도 중국의 9개 부처는 경기 부양과 관련한 정부 조달 물품을 구매할 때 오직 자국산 제품·서비스만 사용하도록 명시했다.

이후 지금까지 주요 공급망에서 자국 제품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며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에 맞서오고 있다.

미국의 한 정부 관리는 "중국은 새로운 장벽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라며 특정 국가를 겨냥한 물밑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바이 아메리칸'을 공식화한 미국은 관련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연방정부의 부품조달 대상 기준을 '60% 미국산'으로 5% 상향 조정했다. 이후 2024년 65%, 2029년에는 75%로 올릴 계획이다.

통신이 인용한 미국 소식통은 "중국이 지침을 비공개로 유지할 시 '국산화'의 엄중함이 퇴색될 수 있다"라며 "중국은 이 내용을 부인하고 '그저 권고사항일 뿐'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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