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쉬움 남긴 여자배구(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근대5종에서 자신을 일깨우는 정진화, 배드민턴 여자복식 이소희-신승찬, 한국신기록으로 올림픽 4위를 한 높이뛰기 우상혁, 체조 차세대 간판 류성현, 남자 탁구 대표팀, 25m 속사 권총 한대윤,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우하람, 역도 이선미. [사진=연합뉴스]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쉬움 남긴 여자배구(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근대5종에서 자신을 일깨우는 정진화, 배드민턴 여자복식 이소희-신승찬, 한국신기록으로 올림픽 4위를 한 높이뛰기 우상혁, 체조 차세대 간판 류성현, 남자 탁구 대표팀, 25m 속사 권총 한대윤,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우하람, 역도 이선미.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각종 논란 속에 열렸던 2020 도쿄올림픽이 폐막했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사상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회 개막 마저 불투명했으나, 개최국 일본과 IOC의 강한 개최 의지에 대부분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르면서까지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종합순위 16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출전한 선수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1년 연기되는 등 각종 악재 속에도 피나는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의 결과를 전 세계인 앞에서 보여 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을 향해 "메달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메달을 못 땄어도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도 아름답다"고 강조했다.

물론 올림픽이 끝나면 일부 인기종목을 제외한 비인기 종목의 메달리스트도 기억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 우리 스포츠계의 현실이다.

특히 메달을 획득하지 못 하 4위의 경우에는 그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방송 BBC는 4위에 대해 "4위는 황홀과 침통의 갈림길"이라며 "최다 4위 부문 상위권은 썩 달갑지 않은 순위"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유독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4위’ 선수들이 많아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 2로 승리한 우리 선수들이 포효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 2로 승리한 우리 선수들이 포효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4위로는 여자 배구대표팀이 있다.

여자 배구대표팀은 주장 김연경 선수가 이번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밝히면서까지 메달 획득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한 바 있다.

특히 주전이었던 이재영, 다영 자매가 학교 폭력에 연루되면 대표팀에서 퇴출돼 분위기가 엉망이었지만 김연경의 리더십 아래 똘똘뭉쳐 세계적 강호들을 잇따라 제치고 4강까지 올랐다.

물론 4강전에 세계랭킹 2위 브라질에 패한 뒤 3~4위전에서도 세르비아에 지면서 메달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이들은 메달 보다 더 갚진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김연경은 귀국 후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배구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 주셨기 때문에 4강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 같다"고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대표팀 은퇴와 관련해서는 "아직은 은퇴 발표라고 말씀드리기는 좀 그런 것 같다"며 "이건 의논을 해야 하는 부분이고 얘기를 더 해봐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단정 지어서 말씀은 못 드릴 것 같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국군체육부대)이 1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선에서 마지막 시도 실패 후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국군체육부대)이 1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선에서 마지막 시도 실패 후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육상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이번 대회 전까지 육상은 올핌픽에서 마라톤을 제외하고는 메달과는 거리가 먼 종목이었다.

하지만 우상혁은 이번 대회에서 2m35cm이라는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최종 4위에 올라 육상계는 물론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우상혁은 경기 내내 밝은 모습을 보여줬으며, 마지막 시기 실패 후에는 군인 특유의 거수경례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우상혁은 대회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쿨(cool)하게 떨쳐버리고 다시 도전하면 즐거움이 찾아올 것"이라며 다음 대회에 더 좋은 성적을 약속하기도 했다.

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에 출전해 4위를 기록한 정진화(오른쪽)와 동메달을 획득한 전웅태가 경기 결승선을 통과한 후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에 출전해 4위를 기록한 정진화(오른쪽)와 동메달을 획득한 전웅태가 경기 결승선을 통과한 후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근대5종에서 후배 전웅태 선수(동메달)에 이어 4위를 기록한 정진화 선수에게도 아쉬움과 함께 축하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정진화는 대회 후 "4등만큼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결국 그 4등의 주인공이 내가 됐다"면서도 "그래도 다른 선수 등이 아닌, 웅태 등을 보면서 결승선을 통과해서 마음이 좀 편했다"고 말했다.

다이빙 종목에 출전해 4위를 기록한 우하람도 한국 다이빙 역사를 새로 썼다.

우하람은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 4위를 기록하며 불모지였던 한국 다이빙의 올림픽 사상 최고 기록을 작성하며 다음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우하람도 "이번에는 4위 했으니 다음번에는 한 단계 더 올라갔으면 좋겠다"며 다음 대회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외에도 우리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한대윤(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남태윤-권은지(사격 10m 공기소총 혼성 단체), 이선미(역도 여자 87㎏급), 한명목(역도 남자 67㎏급), 류성현(체조 남자 기계체조 마루운동), 이상수-정영식-장우진(남자 탁구 단체), 배드민턴 여자 복식(이소희-신승찬) 등이 4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 4위를 기록하고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팀도 있다.

바로 야구대표팀이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디펜딩챔피언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최소한 메달 획득을 기대했으나 일본, 미국, 도미니카공화국에 연달아 패하며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특히 타 종목과 달리 높은 연봉을 받으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의 초라한 성적은 KBO리그의 흥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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