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구미 우봉산 미모산 자락 무을면사무소를 지나 남쪽으로 향하는 지방도로 913호선 주변 풍경은 아름답다.

동서 양편으로는 너른 논이 펼쳐지고, 언덕 너머로는 해발 400m 남짓의 산봉우리가 보인다.

대천이라 부르는 작은 하천을 건너 언덕을 오르면 마을 앞에 큰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보호수 11-27-4호인 구미 원리 느티나무다.

구미 원리 느티나무가 평화로운 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건 300년이 훌쩍 넘었다.

비스듬히 솟아오른 나무의 높이는 16m이며, 가슴높이 둘레는 5m에 가깝다.

큰 나무다.

나무 곁에는 정자가 놓였고, 나무 앞에는 보호수 표지석과 함께 ‘충주지씨 세거지 원1리(忠州池氏世居地 院一里)’라는 한자 표지석이 있다.

‘원1리’ 뒤에는 괄호 속에 ‘원골’이라고 마을 이름을 덧붙였다.

충주지씨는 중국 송나라 중원 출신으로 고려 광종 11년인 960년에 고려인으로 귀화한 지경(池鏡:903~1003)을 시조로 하는 가문이다.

지경은 중국의 기주 주락산(岐周 周樂山) 아랫마을에서 태어나 960년에 송나라의 단명전(端明殿) 태학사(太學士)로 고려에 와서 금자광록대부 태보평장서(金紫光祿大夫 太保平章事)라는 벼슬을 지냈다.

벼슬자리에 있는 동안 그는 초기 고려의 제도 정비에 크게 공헌하였고, 마침내 귀화해 101세까지 살았다.

당시로써는 거의 기적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지경의 묘지는 평안도에 있다고 전한다.

그의 후손들 가운데 정식으로 충주지씨라는 하나의 가문을 일으킨 사람은 시조 지경의 6세손인 지종해(池宗海)였다.

그때 그의 살림터가 충주였기에 본관을 충주로 삼게 된 것이다.

여러 걸출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 충주지씨의 인물 가운데에 눈에 띄는 선조로는 지석영(池錫永:1855~1935)을 꼽을 수 있다. 

구미 무을면 원리의 마을 어귀에서 충주지씨의 평화를 지키는 지킴이로서 긴 세월을 살아온 느티나무에 얽힌 사연은 더 흥미롭다.

역시 옛날 오래전, 적어도 300년 전의 이야기이겠지만, 마을에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나무가 서 있는 자리는 비교적 힘들여 넘어야 하는 고갯길 마루다.

멀리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을 사람들에게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가빠진 숨을 고르며 잠시 쉴 자리가 필요했다.

특히 선산장에 갔다 올 때는 더 그랬다.

오일장이 서는 선산장에 여러 농작물을 팔고, 생필품을 사 올 때면 더욱 숨을 고르고 마을로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마을 어귀는 물론이고, 마땅한 쉼터가 없었다.

쉼터는 마을 사람들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가 됐다.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에게 이어진 숙원사업이 바로 마을 어귀에 정자나무 한 그루 심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때 심은 나무가 지금까지 마을의 쉼터가 되었다.

출타했던 마을 사람에게 멀리서 느티나무가 보이면 아, 집에 다 왔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었을 것이며, 느티나무에 이르면 땀을 식히고 그곳에서 쉬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을 것이다.

이렇게 느티나무는 마을의 중심목이 되었다.

지금 충주 지씨 세거지 원골 마을의 지킴이가 된 느티나무는 바로 마을의 수호목이자 중심목으로 마을의 사랑방 구실을 하며 우뚝 서 있다.

<구미 원리 느티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27-4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9. 14.
·나무 종류 느티나무
·나이 310년
·나무 높이 16m
·둘레 4.8m
·소재지 구미시 무을면 원리 565
·위도 36.244729, 경도 128.205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