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인의동 모원당 회화나무

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구미 인의동 모원당 회화나무는 여현 장현광이 심고 키운 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구미시 동쪽 천생산 아랫마을 인의동에는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390호로 지정해 보호하는 선비의 서재 모원당(慕遠堂)이 있다.

인동(구미의 옛 이름)에 터를 잡은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1554~1637)은 조선 선조 대에 대학자로 명성을 떨친 이 지역의 대표적 인물이다.

전옥서참봉(典獄署參奉)에 임명되었으나 나가지 않았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조정의 부름을 받았지만 곧바로 사직을 청해 되돌아와서 학문에 전념하곤 했다.

그러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에는 백성들이 겪는 시대의 아픔을 나누려 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 의병을 일으키게 하고 군량미를 모아 보내는 등 나라를 위한 사명감은 투철했다.

서애 류성룡(柳成龍)은 그를 일컬어 “도량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으며, 그를 대하면 사람으로 하여금 심취하게 하니 후일 세상에 이름을 떨칠 위대한 유학자가 되어 사도(斯道)의 맹주가 될 사람”이라며 그의 학문에 탄복하여 자기 아들을 보내 수학하게 했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인조(仁祖)도 “500년 만에 한 번씩 나는 우리나라의 큰 그릇”이라며 칭송했던 그는 '여헌집', '성리설(性理說)', '역학도설(易學圖說)', '용사일기(龍蛇日記)' 등의 저술을 남겼다.

당시 퇴계와 율곡이 조선 성리학의 양대 학파를 이루어가던 시기에 그는 독자적인 학문 세계를 보여준 사상가였다.

천재적인 학자인 그의 삶에도 굴곡이 있었다.

임진왜란 직후 구미 지역이 초토화하자, 그는 고향을 떠나서 15년 동안이나 떠돌이 생활을 이어갔다.

‘모원당(慕遠堂)’은 그가 기거할 곳이 없어지자 그의 친척들이 지어준 집이다.

당호인 ‘모원당’은 멀리 옛 선조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담고자 한 장현광의 뜻이었다.

우주의 원리에 천착했던 장현광은 자연히 우주 생명의 한 축을 이루는 나무에 대한 통찰도 예리했다.

그는 '학부명목회통지결(學部名目會通旨訣)'에서 “물과 불의 기운을 얻어서 근간(根幹)과 지엽(枝葉)과 꽃과 열매가 된 것을 나무라고 한다”고 나무의 근원을 이야기한 뒤, “나무는 땅에 있으면 곡직(曲直)의 질(質)이 되고 하늘에 있으면 온화하고 발생하는 기(氣)가 되어 봄에 행하니 그 덕은 원(元)”이 된다고 하며 우주의 원(元)·형(亨)·이(利)·정(貞)의 운행 원리의 근원을 나무에서 찾았다.

나무에 대한 깊은 이해는 곧바로 나무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그는 15년 동안의 떠돌이 생활 끝에 다시 모원당에 머무르게 됐을 때 전란으로 마을 주변의 마을 숲이 황폐화한 것을 몹시 안타까워했고, 스스로 숲의 복원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심은 나무가 곳곳에 남아있다는 게 후손들의 이야기다.

그 가운데 한 그루가 바로 구미 인의동 모원당 회화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부터 15년의 떠돌이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모원당에 머무르게 된 것이 1606년 즈음 심은 나무이니, 나무의 나이는 400년이 조금 넘는다.

모원당과 청천당이 감싸고 있는 작은 마당 한가운데에 이 집의 상징으로 우뚝 서 있는 이 회화나무는 높이가 16m까지 자랐고, 가슴높이 둘레도 2m 가까이 된다.

나무를 심은 사람의 뜻을 따라 광활한 우주로 제 뜻을 펼치려는 듯, 나무는 줄기의 굵기에 비해 우주를 향해 높이 솟아올랐다.

<구미 인의동 모원당 회화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5-5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9. 24.
·나무 종류 회화나무
·나이 380년
·나무 높이 16m
·둘레 1.9m
·소재지 구미시 인의동 642-2
·위도 36.103311, 경도 128.427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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