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초곡리 은행나무

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구미 초곡리 은행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지켜준 당산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은행나무는 무려 4억년 동안 이 땅의 가을을 노랗게 물들여 왔다.

빙하기를 비롯한 대멸종의 시기를 모두 이겨내고 오늘날까지 우리 곁에 살아남은 강한 생명력을 가진 나무다.

구미시 옥성면 초곡리 마을 한가운데 서 있는 보호수 11-54호인 은행나무도 생명력이 강인하다.

나무는 이 자리에서 63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왔는데, 여전히 열매를 주렁주렁 맺을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낙동강의 지천을 따라 이어지며 형성된 구미 초곡리는 1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비교적 큰 마을이다.

마을 앞을 흐르는 큰 개울에는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둑을 쌓고 그 위에 나무를 심어, 둑도 보호하고 주변 풍광도 아름답게 했다.

이 개울은 2013년 소방방재청이 주관한 ‘전국의 아름다운 소하천 가꾸기 사업’에 선정될 정도로 풍치가 빼어나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구미 옥성면 초곡리는 조선시대에 풀을 쌓아 둔 초적원(草積院)이 있던 골짜기라 해서 ‘초곡(草谷)’이라는 이름이 붙은 고을이다.

처음에는 선산군 주아면에 속했지만,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에 초곡동으로 고치면서 선산군 옥성면에 편입했으며, 1995년에 구미시와 선산군을 통합할 때 구미시 옥성면 초곡리가 됐다.

마을 터줏대감이라 해도 될 만한 구미 초곡리 은행나무는 나무의 위치나 생김새만으로도 이미 이 마을의 상징이자 마을의 지킴이일 수밖에 없다.

낮은 처마의 살림집들이 이어진 마을의 골목 끝, 조금 높은 언덕 위에 서 있기에 나무는 마을 어느 곳에서도 눈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마을 언덕 꼭대기에서 마을 살림살이를 주관하는 모양으로 서 있는 셈이다.

구미 초곡리 은행나무는 가을이면 열매를 무척 많이 맺는다.

좁다란 골목길 바닥 전체를 은행 열매로 뒤덮인다.

마을 사람들은 이 은행나무에서 맺히는 열매에서는 냄새가 심하게 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열매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 건 아니겠지만,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구미 초곡리 은행나무는 높이가 20m쯤 되고 가슴높이 둘레는 6m가 넘는 큰 나무다.

나무의 줄기 곳곳에 외과수술을 했다.

전체적인 생육을 위해 자른 가지 반대쪽에 맹아지가 하나 새로 나서 곧고 헌칠하게 솟아올랐다.

원래 나무 곁에서 솟아오른 이 맹아지는 대략 70년쯤 되어 보인다.

마치 기울어가는 늙은 부모 나무의 몸을 지탱하는 지팡이 형국이다.

맹아지 하나만으로도 이미 큰 나무에 속한다.

예전에는 정월 대보름이면 나무 앞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동제를 지내며 풍년을 기원하고 마을의 무사 안녕을 빌었다.

지금 동제라는 형식은 사라졌지만 마을 사람들의 은행나무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여전하다.

<구미 초곡리 은행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54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9. 24.
·나무 종류 은행나무
·나이 610년
·나무 높이 20m
·둘레 6.1m
·소재지 구미시 옥성면 초곡리 525-1
·위도 36.293606, 경도 128.30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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