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독일·영국 등 다수 국적자 탑승...카불공항 정기 항공편 재개에 '추가 대피' 기대감

 [사진=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후 처음으로 민간 항공기를 이용한 외국인 대피가 이뤄졌다.

9일(현지시간) AFP·AP통신 등은 이날 오후 외국인 100여 명을 태운 여객기는 카불 하미드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뒤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 항공기는 보잉 777 기종 카타르항공 여객기로, 미국·독일·캐나다·헝가리·영국 등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네덜란드 외교부는 각각 13명의 자국민이 카타르 항공편으로 아프간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AFP통신이 인용한 한 탑승객은 "미 국무부와 지속 접촉했고 오늘 아침에 '카불 공항으로 가라'라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말했고, 캐나다 국적의 한 탑승객은 카타르 민영 방송사 알자지라에 "우리는 카타르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은 대피 과정에서 협조적인 자세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밀리 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카불공항의 민간 항공기 운항과 관련해 "탈레반은 미국인들의 출국에 협조적이었다"라며 "그들은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모습을 보였다"라고 강조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알사니 카타르 외무장관도 "처음으로 승객을 태운 항공기를 (카불 공항에서) 이륙시킬 수 있었다"라며 "탈레반이 공항 재개에 도움을 줬다"라고 말했다.

첫 민간 항공기 운항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그간 카타르 정부가 쏟은 노력이 있었다.

카타르는 그동안 탈레반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난 2013년부터 탈레반 정치 사무국을 유치하면서 핵심 관계자와의 대화 모멘텀을 유지했다.

지난 2일에는 카불공항 운영을 위한 기술팀을 카불에 파견하기도 했다.

한편 카불공항에서 향후 일부 민간 항공편이 정기적으로 운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직 대피하지 못한 외국인들의 출국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통신이 인용한 한 카타르 관리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 탈출을 도운 여객기는 일회성이 아닌 정기 운항편으로, 이달 안에 추가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푸트니크통신도 카불 공항이 민간 항공편을 운영할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다만 카불이 아닌 아프간 북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에 남겨진 자국민과 아프간 협력자들을 대피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수십 명의 미국인과 수백 명의 아프간 사람들이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마자르이샤리프 공항에서 전세기가 허용될 것인지 불분명하다"라며 "(이와 관련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탈레반을 설득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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