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전셋값 23개월 연속 상승세... 9년 만의 1%대 상승률
수도권 1∼8월 전셋값 상승률 7.51%... 지난해 상승분(8.45%) 근접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강남 지역 아파트.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연립·다세대 밀집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신모(42)씨는 오는 11월 아파트 전세계약이 만료돼 지난 7월부터 이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인근에 전세 물량이 없고, 있어도 현재 전셋값에 비해 2억 이상 올라 결국 강북 지역 아파트를 월세를 끼고 '반전세'로 계약해 이사를 가기로 했다. 경기도 수원에 직장이 있는 신씨는 출퇴근 시간이 1시간은 더 소요되지만 강남 지역에선 치솟은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시작됐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8월 이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뛰는 등 상승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급은 멈춰 있고, 수요는 갈수록 늘어 곧 다가올 이사철 전세난이 극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을 전세대란'을 예고하기도 한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까지 2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동안 1%대 상승률(1.02%→1.52%→1.10%)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1년 11월(1.33%) 이후 9년 만의 1%대 상승률이다.

8월 전국 전세가격 상승률은 0.63%로 전월(0.59%) 대비 0.04% 올랐다. 서울에서는 비교적 중저가 지역인 노원구(0.96%), 은평구(0.65%), 성북구(0.59%), 도봉구(0.56%) 등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강남권은 재건축 이주 수요와 학군 수요가 몰리면서 6월 0.81%, 7월 1.14%, 8월 1.18%로 다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전세난이 심각한 수도권은 올해(1∼8월) 전셋값 상승률이 7.51%로 지난해 상승분(8.45%)에 근접했다. 지금의 전셋값 상승 추세대로면 지난해 상승률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에서는 올해 인천이 12.31% 오르며 이미 작년 상승률(9.89%)을 넘어섰다. 경기 8.28%, 서울은 4.34%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강남 지역 아파트.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전세난을 세입자들이 계약갱신권을 사용해 기존 주택에 눌러앉는 가구가 늘어났고, 집주인들은 전월세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보다 수억원 오른 값에 신규 전세를 내놓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전세 물량 부족과 치솟는 전셋값으로 이른바 '반전세' 계약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1만3329건) 가운데 월세를 낀 전세 계약은 40%(5316건)에 육박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올 가을 새로 전세를 구하는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또 신씨 경우처럼 전세계약이 만료된 세입자들은 껑충 뛴 전셋값으로 어쩔 수 없이 교통이 열악한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주거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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