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 부총리 "무슨 수 쓰더라도 전력 확보" 지시...맥쿼리캐피탈 "연내 해결 난망"
탈탄소 정책 와중에 호주와의 갈등으로 석탄 수입도 줄어..."전력난은 자승자박"

하얼빈의 화력발전소.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하얼빈시의 화력 발전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국영 에너지 기업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에너지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것은 물론 러시아에도 전력 수출을 늘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한 것.

중국이 안팎으로 전력 확보를 위해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전력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에너지 부문과 산업 생산을 감독하는 한정 부총리는 최근 베이징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국영 에너지 기업들에 올해 겨울 사용할 전력을 확보하라고 명령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한 부총리는 "정전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이 전력 문제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진행한 것은 그만큼 중국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전국적인 전력 부족을 겪고 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내 일부 공장들은 생산량을 줄이거나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으며, 일부 주거 지역에서는 갑작스러운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력난이 극심해지자 중국 당국도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우선 중국은 이날부터 광둥성의 산업용 전기료를 피크타임에 한해 최대 25% 인상하기로 했다.

전기료를 인상하는 것으로 발전소 관계자들이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의 제조 허브로 꼽히는 광둥성이 전기료 대폭 인상함에 따라 다른 지역도 전기료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주민들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것을 공지하기도 했다.

SCMP에 따르면 광둥성의 광저우, 선전은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중국 국경일(10월 1일)을 기념한 조명쇼를 운영하지 않으며, 가로등에 대한 전력 공급도 줄일 계획이다.

국외로는 러시아의 에너지 기업에 전력 수출을 늘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 인테르라오는 중국의 요청에 대해 전력 공급량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선양시에 있는 한 화력발전소.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전력난은 화력 발전의 주원료인 석탄 가격이 연초 대비 2배 가까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전력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력 생산량에서 화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56.6%에 달한다.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줄어들었지만, 전기료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전기 생산량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여기에 석탄의 주요 수입처인 호주와의 갈등으로 석탄 공급이 크게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중국이 자국 내 석탄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오는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중국 내 대형 탄광을 중심으로 운영이 중단되고 있으며, 화력 발전을 규제하는 등 더욱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오페이 중국 수초증권 수석전략가는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의 야심 찬 목표가 자국 내 석탄 감산을 초래했다"며 "그래서 석탄 가격이 급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중국 내 전력난은 자승자박에 빠진 꼴이라는 이야기다.

블룸버그통신도 이와 관련해 "중국은 탈탄소에 진지하다는 것을 국제 사회에 보여주려고 한다"며 "이번 에너지 위기는 부분적으로는 자초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력난이 중국 정부의 탈탄소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특히 겨울철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맥쿼리캐피털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래리 후는 "중국 당국이 탄소 배출 규제 목표를 수정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전력 배급은 올 한해 남은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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