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비슷해… 환경과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면 살인적인 박테리아로 변신할 수 있어”… 환경적 유전적 요인으로 파악돼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비단 뇌를 먹는 아메바만이 아니다. 이제 “살 파먹는 박테리아”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2015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비브리오 패혈증(Vibrio vulnificus) 환자가 속출하면서 바다에 사는 이 박테리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그러면 이 박테리아는 어떤 미생물일까? 그리고 이 박테리아는 어떻게 생겼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곳까지 침입한 것일까?

무해한 박테리아에서 치명적인 “살을 파먹는 박테리아”로의 변종은 기후변화라는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npr.org]
무해한 박테리아에서 치명적인 “살을 파먹는 박테리아”로의 변종은 기후변화라는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npr.org]

◆ “인간과 마찬가지…. 환경 변화에 따라 치명적인 박테리아로 변할 수 있어”

그동안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먼 바다에 사는 ‘살을 파먹는’ 박테리아인 이 비브리오균이 이전에는 영향권 밖이었던 해안까지 침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적 영향을 받아 사람들이 사는 지역까지 상륙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왜 하필 비브리오 박테리아일까? 또 그러면 인간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박테리아나 미생물은 언제든지 인간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을까? 또 단순한 기후변화 때문일까?

14일(현지시간)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UCF)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학 연구팀은 박테리아가 가지고 있는 환경적인 생활방식에 따라 왜 어떤 것들은 인간에게 무해하게 남아 있는 반면, 또 어떤 것들은 치명적으로 변하는지 그 이유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근호에 발표된 이 연구결과는 ‘살을 파먹는 박테리아’로 더 잘 알려진 비브리오 패혈증(Vibrio vulnificus)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UCF 과학자들이 발견한 연구는 일반 박테리아가 다른 인간 병원균으로 확장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UCF의 의학과 살바도르 알마그로-모레노(Salvador Almagro-Moreno) 교수는 "코로나19에서 비브리오에 인간 병원균의 새로운 출현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우려되는 공중 보건 문제들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는 어떤 이유로 무해한 박테리아가 치명적인 박테리아로 변하는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우리는 콜레라나 비브리오와 같은 수중 병원균을 모델 시스템으로 사용하여 그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했다. 우리의 연구가 이러한 발생 현상을 이해하는 큰 진전이며, 우리가 미래의 발병을 예측하고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그는 희망했다.

새로운 병원균의 출현 가장 심각한 보건 문제

해양 환경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인 비브리오균은 종종 벌어져 있는 상처 주위의 살이 죽는 감염성 질환인 괴사성 근막염(necrotizing fasciitis)을 유발하기 때문에 “살 파먹는 박테리아”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 박테리아에 오염된 생굴과 같은 해산물을 섭취하면 당뇨병과 같은 기본적인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에게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 균은 50% 이상의 놀라운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가장 빨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인간 병원균 중 하나다.

알마그로-모레노 교수는 ‘’그러나 모든 박테리아 변종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사실 대부분은 해를 끼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급격한 차이 뒤에 숨겨진 생태학적, 유전적 이유는 수십 년 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육식 박테리아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제공하고 있는 알마그로-모레노 교수는 이 박테리아가 특정 지역의 고유종이기 때문에 동부 플로리다의 인디언 리버 라군(Indian River Lagoon) 석호 지대의 비브리오균 개체군을 조사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치명적인 비브리오균의 출현을 촉진할 수 있는 잠재적인 게놈과 생태학적 요인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미경으로 본 비브리오 패혈증 병원균의 모습. [사진제공=Scientific American]
현미경으로 본 비브리오 패혈증 병원균의 모습. [사진제공=Scientific American]

무해 박테리아에서 치명적인 박테리아로의 변종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 때문”

연구팀은 2018년과 2019년 사이 볼루시아(Volusia)에서 팜 비치 카운티(Palm Beach County)까지 150마일 이상 뻗어 있는 석호의 두 지역에서 다양한 비브리오균 관련 샘플을 수집했다.

그들은 박테리아 집단, 수질 오염 물질, 용해된 유기물질, 그리고 녹조(algal blooms) 현상과 같은 변수를 포함해 광범위한 요인들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샘플 채취에 앞서 특히 비브리오균을 검출해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변종과 그렇지 않은 변종을 구별하기 위해 샘플을 대규모로 신속하게 선별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표지(marker)를 배치했다.

알마그로-모레네 연구팀은 치명적인 박테리아 변종을 일으킬 가능성, 그리고 일부 생태학적 요인들과 유전자 결정 요인들 사이에서 몇 가지 두드러진 연관성을 발견했다.

"우리의 결과는 생태계가 어떻게 자연 개체군 내에서 병원성 잠재력을 가진 특정 변종의 출현을 촉진하는 압력을 발생시키고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이제 환경이 병원체의 출현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병원체 사냥꾼들일 뿐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연구는 변종 병원체를 만드는 원소, 또는 성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푸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결론 내렸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