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가운데 1명만이 자연사(自然死)는 “20/80”의 수학적 공식이 적용… “역사의 패턴도 수학적 패턴으로 설명된다”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로마 제국은 아우구스투스(기원전 63년~기원후 19년)부터 콘스탄티누스 11세(1405년-1453년)까지 175명의 사람들이 통치했다.

여기에는 395년 분열된 동로마제국(비잔틴 제국) 통치자들도 포함하고 있지만 통치 기간 동안 미성년자였거나 공동 황제라는 이유로 권력을 쥐고 통치하지 않은 사람들은 제외된다.

로마 황제들 가운데 4명 중 1명이 자연사 했다는 것은 20/80의 파레토 법칙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진제공: archaeology news network]
로마 황제들 가운데 4명 중 1명이 자연사 했다는 것은 20/80의 파레토 법칙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진제공: archaeology news network]

自然死 한 황제는 4명 중 1명꼴… 20/80 법칙이 적용

통치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서로마제국의 69명의 황제들 가운데 24.8%만이 자연사했다. 나머지는 전쟁터나 궁중 암투에서 죽었다. 175명 모두를 포함하면 30%가 살해되거나 자살하거나, 아니면 전쟁터에서 죽었다.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 수리컴퓨터과학연구소(ICMC-USP)의 연구원들은 로마 황제들의 죽음을 둘러싸고 흥미로운 ‘수학적 규칙’을 발견했다. 과학논문 전문 사이트인 ‘피스닷오르그(phys.org)는 15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 연구는 이들 황제의 통치와 관련해 수학적인 패턴을 조사한 결과 소위 통계학자들이 말하는 "멱함수, 또는 지수함수(power-law)" 패턴을 보여주었다. 연구결과는 영국 왕립학회의 ‘Royal Society Open Science’ 저널 최근호에 게재됐다.

그러면 로마 황제들의 죽음과 관련된 “수학적 패턴”은 무엇이고, 통계학자들이 지적하는 “멱함수”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연구를 이끈 상파울루 대학의 수학 및 컴퓨터 과학 연구소(ICMC-USP)의 데이터 과학자인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Francisco Rodrigues)는) 언론과의 회견에서 “비록 무작위적으로 보이지만 (로마 황제들이 4명 중 1명이 자연사 했다는 것을 둘러싸고) 여기에는 확률의 멱함수 분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멱함수 분포는 달의 분화구 크기, 지진 크기, 텍스트의 단어 빈도, 회사의 시장 가치, 심지어 소셜미디어의 팔로어 수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과 관련된 많은 다른 현상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라고 추가로 설명했다.

파레토 법칙은 역사 패턴에도 적용된다

로드리게스 교수가 언급한 모든 현상들은 종종 파레토 원리, 또는 ‘80/20’ 법칙으로 알려져있는 패턴을 보여준다. 간단히 말해서 모든 현상들의 경우 흔한 케이스가 80%, 희귀한 케이스가 20%라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달 분화구의 경우 80%는 상대적으로 작은 반면 20%는 실제로 크다. 소셜 미디어에서 사용자의 80%는 많아야 수십 명의 팔로어를 가지고 있고, 20%는 수천 명 또는 수백만 명의 팔로어를 가지고 있다. 로마 황제의 경우 20%는 암살되거나 타살되지 않고 자연사 했다는 것이다.

이 비율을 최초로 관찰한 사람은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년)이다. 유럽에서 부의 분배를 연구하면서 그는 이탈리아 재산의 80%가 이탈리아 인구의 20%에 속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다수는 재산이 거의 없었고, 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부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드리게스 교수는 설명했다.

통계학에서 사용되는 파레토 법칙은 역사적 현상을 설명하는데도 적용된다. [사진제공= 위키피디아]
통계학에서 사용되는 파레토 법칙은 역사적 현상을 설명하는데도 적용된다. [사진제공= 위키피디아]

재위 13년이 사망 관련 새로운 전환점… 이유는 찾을 수 없어

80/20의 법칙 외에 또 다른 패턴은 로마 황제들의 생활에서 볼 수 있다. 황제들의 사망시간을 분석해 보니 즉위 초기에 위험도가 가장 높았다. 이것은 황제라는 자리의 어려움과 황제의 정치적 전문지식 부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후 평균 13년까지는 사망 위험은 체계적으로 감소한다. 그러나 다시 그 시점에서 위험은 다시 급격히 상승한다고 그는 분석했다.

“80/20 법칙이 잘 알려진 패턴이라면 13년 전후 생존 곡선의 급격한 하락은 새로운 발견이다. 우리는 이 전환점에 대한 몇 가지 가능한 설명을 예상할 수 있다”고 로드리게스는 말했다.

“즉위한지 13년 정도가 돼 자리를 잡게 되면 황제의 경쟁자들은 자연적인 방법으로는 왕위를 뺏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릴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황제의 오랜 적들은 재결집을 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경쟁자들이 전면에 등장했을 것이다. 이 모든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또 이 전환점이 지나면 위험이 다시 떨어진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어 “왜 13년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답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양적 역사학(quantitative historiography) 차원에서 이 논문은 통계 분석이 역사적 현상 연구에서 중요한 보완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역사는 그 속의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힘과 자원을 위해 상호작용하고, 협력하고, 그리고 경쟁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예측할 수 없는 행동도 수학적으로 예측 가능한 행동 패턴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 로드리게스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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