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 연방거래위원회, 페이스북 조사 나서"
"저커버그, 사내에서는 손 댈 수 없는 존재...의결권 과반수 이상 보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내부 고발자의 폭로에 이어 정치권의 압박과 언론들의 집중 보도로 `공공의 적`으로 내몰린 페이스북이 결국 미 연방정부의 조사까지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페이스북이 회사 차원에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페이스북의 내부 문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부터 잇따르고 있는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의 폭로에 따른 것이다.

페이스북 제품 매니저로 근무했던 프랜시스 하우겐은 WSJ에 이른바 `페이스북 페이퍼`로 불리는 내부 문건을 제공했다.

이 문건에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조장하고 △유해 콘텐츠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며 △인스타그램 앱이 10대 소녀를 비롯해 이용자들의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우겐 전 페이스북 직원은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러한 내용을 증언했고, 미 의회와 증권거래위원회(SEC)에도 관련 문건을 제공했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CNN 등 17개 언론사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페이스북의 민낯을 폭로하는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이처럼 페이스북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FTC도 칼을 꺼내 들었다.

WSJ에 따르면 FTC는 페이스북이 지난 2019년 FTC와 맺은 합의를 위반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앞서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때 영국 정치컨설팅 업체인 `캠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이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무더기로 넘긴 사실이 드러나 FTC에 50억달러의 벌금을 지불했다.

당시 FTC는 페이스북에 개인정보 및 데이터 보안 보호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번 조사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볼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FTC의 조사를 성실하게 받겠다는 입장이다.

NYT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 26일 밤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당국의 조사 사실을 알리면서 2016년 이후 내부 문건과 통신 내용을 보존하라고 지시했다.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기업들의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영업 관행을 규제하는 담당 기관인 FTC가 나선 만큼 페이스북에 더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빅테크 기업들에 비판적인 리나 칸 위원장이 이끄는 FTC는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도 진행 중이다.

페이스북의 전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이자 내부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건이 25일 영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페이스북이 온라인상에서 증오를 부추겨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런던/AFP 연합뉴스
페이스북 제품 매니저로 근무했던 프랜시스 하우겐이 지난 25일 영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처럼 페이스북의 어두운 실상이 연일 불거지면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도 비판의 화살을 피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다만, 회사 차원에서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이스북 내에서 저커버그가 가진 막강한 권한 때문에 CEO직을 박탈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주식은 A, B, C 등 세 등급으로 구분된다.

A 클래스 주식은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으로 주당 1표의 의결권이 있다.

B 클래스 주식은 저커버그 등 내부 인사들만 보유하고 있는데 이 주식은 A 클래스의 10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갖는다.

C 클래스 주식은 경제적 소유권을 주지만 의결권을 갖고 있지 않다.

미 경제 전문매체 포츈은 "저커버그와 다른 내부 인사들은 B 클래스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면서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의결권은 약 58%에 달해 해고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수많은 언론이 최근 잇달아 페이스북을 비판하고 있음에도 저커버그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포츈은 "페이스북의 이러한 전략은 CEO를 손댈 수 없게 만들었다"면서 "SEC가 페이스북을 상장기업의 지위를 박탈하지 않는 이상 그 무엇도 저커버그를 퇴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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