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이후 야영장 400개 이상 증가... 여행사는 1300곳 이상 문 닫아

전북 남원시 산내면의 지리산국립공원 덕동자동차야영장에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전북사무소 제공=연합뉴스]
전북 남원시 산내면의 지리산국립공원 덕동자동차야영장에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전북사무소 제공=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직장인 김준혁(41)씨는 '캠핑마니아'다. 전국의 유명 캠핑장은 물론 자신만 아는 숨겨진 캠핑 명소를 찾아 아내, 두 자녀와 함께 자연 속에서 '불멍'을 하며 한 주 간의 피로를 푼다. 최근에는 시설이 잘 갖춰진 캠핑장이 늘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발생 전보다 더 자주 캠핑을 즐기고 있다.

#2019년 말 퇴직한 한재득(63)씨는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하고 퇴직 전부터 틈틈이 스페인어 공부를 하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하지만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수속을 도와주던 여행사는 문을 닫았고, 공항으로 갈 기회마저 얻지 못했다. 

코로나19 발생 전 우리 사회는 캠핑 붐과 함께 해외여행이 보편화했다. 캠핑카를 비롯해 캠핑 용품 시장은 날로 커졌고, 여행사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인천공항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몰려 미처 수속을 마치지 못해 비행기를 놓치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이같은 사회 분위기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일순간에 바뀌었다. 레저업체는 거리두기 강화로 야외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일시적인 타격에서 벗어난 반면,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폐업이 속출하고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실업자로 전락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코로나19가 전국민의 발을 묶어놓은 지 22개월 만인 11월, 정부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를 시행했다. 1년 간 중단했던 '여행주간(2만~3만원 숙박할인권 제공)'도 부활시켰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년 동안 1300개가 넘는 여행사가 문을 닫았다. 반면 야영장은 캠핑 인구가 늘어나면서 전국 각지에 400개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사는 전 세계적인 국경 봉쇄로 해외여행이 멈추면서 폐업이 속출했고, 야영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드넓은 자연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늘어난 것이다.

서울 중구 모두투어 영업본부. [연합뉴스]
서울 중구 모두투어 영업본부. [연합뉴스]

9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여행사 수는 2만1231개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9월 말보다 1378개(6.1%) 줄었다.

이 기간 야영장(일반야영장, 자동차야영장)은 2357개에서 2804개로 447개(19.0%) 늘었다.

여행사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9월 말 2만2609개에서 계속 감소해 지난해 9월 말 2만1540개로 줄었고,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1년 이상을 '겨우' 버티던 여행사들이 결국 문을 닫은 것이다.

국내 최대 여행사 중 하나인 하나투어는 올해 3분기 26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코로나19 이전 2000명이 넘었던 직원 수도 희망퇴직 실시 후 현재 1200명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야영장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가족, 친구 등과 청정한 자연 속에서 코로나 감염 위험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야영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야영장은 2019년 9월 말 2357개소에서 지난해 9월 말 2513개로 156개소 늘었고,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지며 9월 말 기준 2800개소를 넘었다. 특히 일반야영장은 2019년 9월 말 1908개소에서 올해 9월 말 2290개소로 20% 넘게 증가했다.

여행업계는 코로나19로 심각한 내상에 시달리고 있지만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확대와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행사도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7월 사이판에 이어 싱가포르와 두 번째 트래블 버블을 체결해 오는 15일부터 백신 접종을 마친 경우 격리 없이 싱가포르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됐다.

태국이 한국을 포함한 63개국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방문객들에게 무격리 입국을 허용한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체크인 카운터에서 탑승객들이 체크인 수속을 밟고 있다. [연합뉴스]
태국이 무격리 입국을 허용한 1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체크인 카운터에서 탑승객들이 수속을 밟고 있다. [연합뉴스]

또 태국이 지난 1일부터 한국을 포함해 63개국에 대해 백신 접종 시 무격리 입국을 허용하는 등 각국의 빗장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또 미국이 8일(현지시간)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입국제한을 완화하는 등 점차 해외여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행 업계는 여행주간 부활을 계기로 국내 여행 활성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또 각국의 국경 봉쇄 해제로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시작되면 흩어졌던 직원들이 다시 모여 해외여행지 개척에 나서는 등 분주한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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