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경산시 자인면 신관리 쌍괴재에 두 그루 회화나무가 서 있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경산시 자인면 신관리 254에 동남향의 쌍괴재(雙槐齋)가 있다.

회화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서당 또는 재실이어서 쌍괴재라 하였다.

1610년 경주이씨 이기업(李起業) 선생이 세웠다.

그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의병활동을 한 뒤 귀향하여 선영 아래인 이곳에 서당을 세워 스스로 학문을 닦고 후손들을 가르쳤다.

선조들의 이런 선비정신을 이어받아 이 마을에서 훌륭한 후학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쌍괴재는 이기업 선생의 향사 및 후학양성을 위한 서당이었다가 소경공 이지희 선생의 향사로도 이어졌다.

본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인 팔작지붕의 목조건물이다.

편액은 쌍괴재, 중앙은 대청마루, 오른쪽 방은 두 칸으로 편액은 숭덕당이며, 왼쪽 오른방은 1칸인데 편액은 양몽헌이다.

쌍괴재 회화나무는 1982년 9월 20일 경산시 보호수로 지정됐다.

마당보다 0.5m 높게 축조된 담 옆에 서 있으며, 담 너머 마을 길은 콘크리트 포장이며 주변은 모두 과수원이다.

이 나무의 생육상태는 양호하나 줄기에는 이끼가 끼어 있고, 약 6m 옆에 작은 회화나무 한 그루가 같이 자라고 있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예로부터 회화나무는 유교문화권에서 선비정신을 상징하여 향교나 서당에 많이 심어왔다.

집안에 심으면 가문이 번창하고 큰 학자나 인물이 나며, 잡귀신이 감히 범접을 못하고 좋은 기운이 모여든다고 믿었다.

유서 깊은 사찰이나 서원, 그리고 명문 가문의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선비들의 나무였으니 예로부터 학자수(學者樹)라 불러왔으며, 영어로도 ‘학자나무(scholar tree)’라 부른다.

회화나무는 장대하게 잘 자라기 때문에 느티나무와 당산목이나 정자목으로 자웅을 겨룬다.

그런데 느티나무도 괴목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아 옛 문헌에 나오는 괴가 회화나무인지 느티나무인지는 앞뒤 관계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옛 선비들이 이사를 가면 마을 입구에 먼저 회화나무를 심어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선비가 사는 곳’임을 만천하에 천명했다.

더불어 뒷산에는 기름을 짤 수 있는 쉬나무를 심어 불을 밝히고 글을 읽는 것을 자랑으로 삼았다.

회화나무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 나비 모양의 연노랑 꽃을 나무 가득 피운다.

일제히 피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시간차를 두고 한쪽은 꽃이 피어나고 있고, 일부는 살랑바람에도 후드득후드득 떨어져 나무 아래에 두툼한 꽃 덮개를 만들어놓는다.

회화나무 꽃은 그냥 꽃이 아니다. 10~25%에 이르는 ‘루틴(rutin)’이란 황색 색소로 무장하고 있어 종이를 노랗게 물들이는 천연염색제로 쓰인다.

또 모세혈관의 강화작용을 도와 뇌출혈 예방에 효과가 있고, 고혈압약을 만드는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제민요술(齊民要術)'에는 회화나무를 올바르게 키우는 방법을 이렇게 적고 있다.

“삼 씨와 회화나무 씨를 같이 섞어 심으면 곧게 자라는 삼을 따라 회화나무도 같이 곧바로 자란다. 삼을 베어 버리면 회화나무만 남게 된다. 이렇게 묘목을 만들어 필요한 곳에 옮겨 심는다.” 지금 본받아도 좋을 만큼 기발한 착상이다.

<경산 신관리 쌍괴재 회화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10-4-5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9. 20.
·나무 종류 회화나무
·나이 210년
·나무 높이 14m
·둘레 2.1m
·소재지 경산시 자인면 신관리 254 쌍괴재
·위도 35.824452, 경도 128.844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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