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롯 위안화 조달 어려움 겪는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 자금난 숨통

KDB산업은행 베이징지점 정문의 엠블렘. 중국 CDB로부터 최근 1조8500억 원을 공급받았다.[사진=KDB산업은행 베이징지점]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현재 상황은 불과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양지차라고 해야 한다.

중국이 기회의 땅이 아니라 완전 ‘기업들의 무덤’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LG전자나 삼성중공업 등과 같은 경쟁력 막강한 대기업들의 엑소더스가 속출하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남아 있는 기업들이라고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나름 실적을 내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헤매는 현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현대차의 협력업체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자금난에 허덕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더구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좋다. 원래 중국계 은행들은 중국에 진출한 일부 한국 대기업에만 대출을 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가 좋을 때는 대기업이 위안화를 조달해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협력사로 내려 보내고는 했다, 그러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한국 기업들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까지 겹치게 되자 이런 패턴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대기업의 실적 악화가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아예 생사의 기로에 직면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이 최근 타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KDB산업은행 베이징 지점이 중국의 대형 국책은행이자 세계 최대 개발금융기관으로 유명한 중국국가개발은행(CDB)으로부터 앞으로 2년 동안 100억 위안(元·1조8500억 원)의 자금을 공급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산업은행이 한국 중소기업들이 절체절명에 내몰린 상황에서 대출 유치 잭팟을 터뜨렸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결과적으로도 위안화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조만간 중국계 은행과 비슷한 금리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에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베이징 지점의 9일 전언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어우양웨이민(歐陽衛民) CDB 행장은 지난달 26일 화상으로 회동, 향후 2년 동안 CDB가 산업은행에게 100억 위안을 공급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1992년 당시 외환은행이 중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한국계 은행이 이끌어낸 것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CDB는 총자산이 2조362억 달러(2500조 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개발금융기관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자금 사정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향후 추가 공급을 받을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하기 어려울 듯하다.

아무려나 산업은행 베이징 지점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100억 위안을 확보하게 됐다는 사실은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한다.

소호태 산업은행 베이징지점장은 이와 관련, "곧 한국계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설 예정으로 있다. 더불어 최근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에도 자금을 우선 공급해 2, 3차 협력사에 빨리 전해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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