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도 권리행사 범위 넘으면 공정거래법 적용, 2016년 퀄컴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으로 1조원 과징금 부과

신동권 KDI연구위원

【뉴스퀘스트=신동권 KDI연구위원 】 지난번 컬럼에서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로 ‘타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공정거래법은 또 다른 적용제외의 경우로 지식재산권 행사인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즉 저작권법, 특허법, 실용신안법, 디자인보호법 또는 상표법에 의한 권리의 행사라고 인정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식재산은 그 성격상 독점적 성격을 가지므로 지식재산권 행사 그 자체는 경쟁법의 성격을 가지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이다. 시장경제 메카니즘에서는 경쟁 못지 않게 재산권의 보장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이 독점 그 자체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는 폐해규제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지식재산권의 행사를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제외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규정이지만 경쟁과 독점을 상징하는 양대제도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규정한 것이다. 어쨋던 외견상으로는 마치 공정거래법과 지식재산권이 상충되는 제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지식재산권이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통해 새로운 기술혁신의 유인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인 점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촉진을 통해 혁신을 유도하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한다는 공정거래법과 같은 지향점을 가진 것이다.

한편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There’s no rule but has some exceptions)‘는 명제는 이 경우에도 역시 적용된다. 즉 공정거래법이 독점의 남용행위에 대해서는 개입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식재산권의 행사라 하더라도 배타적 사용권의 범위를 넘는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적용의 예외를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만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한다고 규정한 것과 유사한 취지이다.

지식재산권의 권리 행사의 범위를 넘는 경우에는 그 내용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기업결합, 불공정거래행위, 부당공동행위 등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핵심은 지식재산권 행사의 범위내의 행위인지, 범위를 넘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특허의 경우가 주로 문제가 되고 있다.

1981년 공정위가 발족한 이후 지난 40년간 처리한 사건 중 최대의 사건으로 꼽히는 사건도 특허권 남용에 관한 사건이었다. 즉 지난 2016. 12 .21. 글로벌 통신칩셋 및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인 퀄컴(Qualcomm)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조 3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동 사건에서 퀄컴은 칩셋 제조‧판매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 Standard Essential Patents)에 대해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제한하였고, 칩셋 공급을 볼모로 FRAND 확약을 우회하여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행을 강제하였는데, 공정위는 이들 행위를 지식재산권의 행사의 범위를 넘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 판단하고 제재한 것이다.

필자도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동 사건 심의에 참여하였는 바, 국내 삼성전자·LG전자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애플·인텔·엔비디아, 대만의 미디어텍, 중국 화웨이, 스웨덴 에릭슨 등 굴지의 글로벌 ICT 기업들이 세종시의 공정위 심판정에 총출동하였고 7차례나 심의를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이 제재를 한 이후 미국, 대만 등에서도 유사한 제재가 이루어진 국제적인 사건이었다

최근 언론에서 국내 중견기업이 ‘특허 괴물’로 불리는 미국 특허관리 업체가 제기한 특허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즉 광반도체 전문기업 서울반도체가 미국 다큐먼트 시큐리티 시스템즈(DSS)와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며 4년에 걸친 소송을 끝냈다는 내용이었다.

언론 등에서 사용하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은 용어는 특허관리전문회사를 말하는데 제3자로부터의 특허권 매입을 통해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기업에 대한 실시허락이나 특허소송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을 주된 사업방식으로 하고 있다. 이들이 매입한 특허권을 남용하여 현저히 불합리한 수준의 실시료를 부과하거나, 무효인줄 알면서도 특허소송을 일삼는 경우가 있다.

공정거래법과 지식재산권은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양날개, 조지양익(鳥之兩翼)이다. 한쪽 날개로는 날기가 어렵다. 경쟁의 결과물인 독점(지식재산권)을 보호하되 이를 남용하는 경우 다시 경쟁원리의 적용을 받아 새로운 혁신이 생겨나는 선순환 구조가 시장경제의 핵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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