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科技누설(18)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29일 세계 외신들은 미국이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하루 24만명으로 사상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1면 머리 기사로 크게 장식했다. 우리나라도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내용을 요약해 보면 오미크론 변종의 급속한 확산으로 하루 24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27일 기준으로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24만3099명을 기록했다. 2주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최대 규모다. 

그것도 세계 최대 규모다. 그러면 미국은 왜 감염자 수도 사망자 수도 최대 규모일까? 인구가 많아서? 문제는 절대 수치가 아니라 전체 인구수에 비해 많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첨단 과학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당연히 의학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19의 안전하고 믿을 만한 백신과 치료제가 미국에서 제일 먼저 발견될 것이라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최고의 백신 기술, 그러나 국민의 참여 노력 없으면 “말짱 도루묵”

사실 많은 의약업체들이 백신 개발에 나서서 지금까지 볼 때는 화이자와 모더나 등 훌륭한 백신들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어서 치료제들을 속속 만들어내고 있으며 곧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면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이 세계 최대 코로나19 불명예 국가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의료기술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과 방역을 위한 국가 정책과는 전혀 다르다.

요약하자면 미국은 이 전염병의 전파를 막아야 할 중요한 시기를 놓쳤으며, 또한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접종 회피가 세계 최대 감염자 수를 양산하면서 불명예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말하자면 아무리 훌륭한 선진 기술을 갖고 있다 해도 국민의 동참 노력 없이는 얄궂게 표현해서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10월 필자는 외신을 검색하다가 재미 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코로나19로 미국 경찰이 보통 때보다 희생자들이 많이 나왔다는 내용이다.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았던 필자는 경찰이 치안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이 많아서 희생자가 많은 거라며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좀 더 읽고 내려가는 순간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이 사망자가 많은 것은 코로나바이러스 노출이 많기 때문이 아니었다. 종교적인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경찰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외신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경찰의 사망자수는 총격으로 인한 희생자보다 4배 이상 더 많으며 상당 수는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비영리단체인 '경찰관 사망 추모페이지(ODMP: Officer Down Memorial Page)’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2020년과 2021년 사이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숨진 경찰관은 460여 명으로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총기 폭력, 폭행, 그리고 차량 사고를 합친 것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470명 이상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했다.

경찰관은 어느 누구보다 백신 접종을 우선적으로 맞을 수 있는 최전방 위치의 노동자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수는 심각할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경찰관들이 많기 때문이다.

노조 등에 업은 미국 경찰관들, 종교적 이유로 접종 회피… 사망자 제일 많이 나와

흥미로운 것은 그 배경에는 경찰노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력신문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시카고 경찰노조는 시 경찰관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의무화를 중단하라는 임시 접근금지 명령을 제출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LA에서는 모든 주요 종교 교파가 백신을 지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2600명에 달하는 경찰관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백신 의무 면제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곳곳에서 저조한 백신 접종율을 높이기 위한 백신의 의무화를 놓고 주와 시 정부와 경찰 노동조합 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가장 첨예한 갈등의 현장이 시카고다.

지방 경찰관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자 많은 경찰관과 노조가 반발하며 사직하거나 소송을 내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경찰관들은 시 정부가 고용한 공무원이다.

다양한 종파와 인종들이 모여 사는 ‘멜팅 팟’을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으로 자랑하고 있는 미국의 자존심에 먹칠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이유에서 백신 거부 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사실 이러한 거부 운동은 비단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처음 나타나 것이 아니다. 그동안 홍역, 장티푸스, 소아마비 등 각종 백신에 대한 거부운동 세력은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겉으로는 과학적 사실을 들먹이지만 결국 이들이 믿는 종교적 신념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과 함께 코로나를 잡을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많다. 코로나19를 감기처럼 가볍게 보고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마스 착용을 제일 거부하는 나라라는 생각도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다.

우습게 생각해... 초창기에 잡아야 할 결정적인 시기 놓쳐

미국 노트르담 대학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초창기인 작년 2020년 3월 초까지 미국 국민 가운데 10만 명 이상이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되었지만 공식적으로 보고된 사례는 1514건에 불과하며 국가 비상 사태는 선언되지 않았다.

미국이 최대 코로나19 감염 국가로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은 종교적인 이유로 인한 백신 거부와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친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이 많다. [사진=Pixabay]  

연구를 이끈 이 대학의 생물학과 교수이자 감염성 질병 역학 및 인구 생물학 전문가인 알렉스 퍼킨스(Alex Perkins) 박사는 “우리는 충분한 시험을 거치지 못했다. 관찰되지 않은 감염자의 수는 전염병이 이 나라에서 실제로 유행하기 시작한 중요한 시기에 아주 중요하다. 결국 감염자를 가려내는 탐지율이 매우 저조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질병통제 및 예방센터(CDCP)가 이 질병을 미국에서 처음으로 확인해 보고한 것은 1월이었다. 초기에 방역 당국의 초점은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장소로 알려진 중국의 우한을 오가는 여행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퍼킨스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우리는 중국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유럽에서 오는 사람들은 무시하고 있었다. 실제로 미국의 여러 지역에 바이러스를 처음 전파한 것은 이탈리아에서 온 입국자들이었다”고 밝혔다.

3월 중순이 되어서야 여러 주정부가 학교와 식당을 폐쇄하고 봉쇄조치를 내리기 시작했다. 조율된 국가적 대응의 부재로 인해 치명적인 여러 변수가 발생했다. 다시 말해서 집단 방역을 해야 할 2월과 3월을 놓쳤다는 이야기다.

퍼킨스 교수는 “이 기간은 상황이 어떻게 시작되고 전개되었는지에 대해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방역에서 훨씬 더 나은 모범을 보인 한국이나 독일, 뉴질랜드, 또는 베트남과 같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미국 방역 당국의 처신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차이점은 조사한 기간에 있었다. 그 당시 이 모범 국가들은 적절한 감시를 실시하고 있었지만 중요한 시기인 2월 대부분의 기간 동안 미국은 이미 퍼져 있는 감염의 대부분을 놓쳤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중점을 둔 특정한 기간은 우리가 어떻게 해서 세계 최대 코로나 감염국이 되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비슷한 바이러스에 의해 전파되는 에볼라나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또는 기타 신종 전염병의 경우에는 미국도 다른 나라들처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래서 상황을 잘 극복했다.

“격리시키고 접촉한 사람을 추적하면 전파는 중단시킬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가 이렇게 처리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2월이 되자 문제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바이러스를 잡아매는 것이 불가능 하게 되었다”고 퍼킨스 교수는 설명했다.

서방의 ‘위드 코로나’ vs 중국의 ‘제로 코로나’... 교훈은?

요약하자면 미국이 최대 코로나19 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은 바로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정부가 철저한 방역을 해야 2월과 3월의 중대한 시기에 그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 것이다. 거기에 종교적인 이유가 추가적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 정책이 점차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중국 베이징대학 수학자들은 중국이 ‘무관용 원칙(zero-tolerance)’ 접근법을 버리고 여행 금지를 해제하는 등 다른 나라들을 따라간다면 하루에 63만명 이상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감염을 완전하게 억제하는 ‘제로 코로나’ 전략을 중단하고 제한이 적은 느슨한 미국식 접근으로 전환한다면 하루 최대 63만7155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란의 시기에 이러한 ‘접종 선택의 자유’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 사망자수는 455만 명에 이른다. 그 가운데 미국은 72만4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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