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은 간신히 피해, 3연임 축구협회장 자리도 내놓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두 건의 대형 건설 현장 안전사고를 일으키면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999년 회장 취임 이후 2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정 회장이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지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자신의 거취 문제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999년 회장 취임 이후 2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정회장은 17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퇴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잇단 대형 붕괴사고와 관련, 정몽규 회장의 책임론과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산은 지난 해 6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구의 철거 붕괴 사고에 이어 7개월 만인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공사장에서도 대형 붕괴사고를 일으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현산은 총체적 부실기업이라는 불명예가 씌워진데다 현산의 간판 브랜드 ‘아이파크’의 신뢰도도 바닥으로 추락하는 등 정 회장은 사고발생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16일 재계와 현산 등에 따르면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 정회장은 17일 오전 10시 용산 아이파크몰 본사에서 이번 붕괴 사고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다.

정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신이 맡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날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3년 제52대 축구협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3선에 성공하며 9년째 축구협회장직을 맡고 있다.

정 회장은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 12일 광주 참사 현장에 내려가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 등과 사고 수습 방안 및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앞서 지난해 발생한 광주 동구 학산빌딩 철거 붕괴 사고 때는 하루 만에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고개를 숙인 반면 이번에는 유 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 회장으로서는 7개월 만에 똑같은 붕괴사고로 머리를 숙인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주말 서울로 올라와 근본적인 수습책과 함께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사퇴 등을 통해 책임을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18년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요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실질적인 경영자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정회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주사인 HDC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건설사 경영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로 현산은 총체적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현산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시장에서 급격히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산은 주택 부문 비중이 절반을 넘는데 이번 사고로 시장에서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현산이 수주한 건축현장에서는 조합원들이 현수막을 걸고 계약 파기를 요구하고 있고 기존 아이파크 입주민들도 브랜드를 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산은 또 현재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을 포함해 광주시 내 모든 건축·건설 현장에 대한 공사중지 명령을 받은 상태다.

현산에 대한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인증도 취소됐다. KOSHA-MS는 사업장의 전반적인 안전 시스템을 평가하는 국가공인인증제도다.

산업 안전과 관련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인증으로, 공공 발주공사 입찰 참가 시 ‘산업재해 예방 활동’ 실적 평가 항목에서 5점의 가산점을 받는데 이번에 인증이 취소됨에 따라 차기 수주에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광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은 현산과 맺은 시공권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현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시민·노동단체를 중심으로 현산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고 관련 책임자 처벌을 비롯해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회장을 비롯한 현산 경영진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는 27일 예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불과 보름 앞두고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7명의 사상자를 낸 철거 붕괴사고에서도 해당 사고와 관련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모두 9명으로 현장소장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하도급업체 관리자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청이 하청을 준 경우라도 재해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면 원청 역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한편 정 회장은 1962년생으로 198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내다가 현대차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부친인 고 정세영 현대차 명예회장과 함께 199년 3월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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